[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예상을 뛰어넘어 40여년 만의 최대폭 상승 기록을 다시 썼다.
에너지, 식료품, 월세 등 전방위적인 인플레이션 가속화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미국 노동부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6% 급등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전월(8.3%)보다 상승 폭이 커진 것은 물론 지난 3월 8.5%를 넘어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 증가 기록을 다시 세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8.3%를 넘어선 결과다.
전월 대비로도 1.0% 급등해 역시 시장 전망치(0.7%)를 넘어섰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0%,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4월(6.2%)보다 다소 낮아졌으나, 전월 대비 상승률은 4월과 동일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방위 급등했다. 생필품들은 대부분 두 자릿수대로 올라 수십 년 만의 최대폭 상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 노동부는 에너지는 전년 동월보다 34.6% 치솟아 2005년 9월 이후 가장 크게 올랐고 밝혔다, 이 중 휘발유는 같은 기간 48.7% 폭등했다. 휘발유 가격은 6월 들어 연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우며 오르는 중이다.
식료품은 1년 사이 11.9% 급등해 1979년 4월 이후 43년 만의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고 전기료도 12.0%나 올랐다. 전체 CPI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은 5.5% 상승했다.
물가 급등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식량 등 원자재 부족 사태와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 전 세계적인 가뭄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더욱 꼬인 여파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 유력하다.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향 안정되기를 기대했던 연준으로서는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시사하는 이날 발표에 큰 폭의 금리인상을 이어가는 쪽으로 더욱 기울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까지 3연속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예고한 연준 일각에서는 물가 안정을 전제로 오는 9월 금리인상을 쉬어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9월 이후에도 고강도 통화긴축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또 지지율이 바닥을 찍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으로서는 물가 부담에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더욱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