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반도체 인재 육성, 양보다 질이다
상태바
[권상집의 인사이트] 반도체 인재 육성, 양보다 질이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06.09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최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국무위원들 앞에서 반도체 특강을 열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2015년 서울대 공대 교수진의 견해를 토대로 출간된 ‘축적의 시간’ 도서에서 반도체산업의 현황을 설명한 인물로 유명한 학자다.

3D 반도체 공정기술을 인텔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개발했던 이종호 장관의 특강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산업 인재 육성을 전면에 내세우자 현재 교육부는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반도체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인재 

반도체산업의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는 중국의 무서운 추격에 있다. 중국의 명문대학 베이징대와 칭화대는 이미 반도체공동연구소와 반도체 팹을 만들어 한국을 뒤쫓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반도체회로, 반도체소자 관련 학술 저널에서는 중국인 연구자들이 국내 연구자보다 더 많은 논문을 게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핵과 미사일 등으로 싸우는 전쟁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 경쟁으로 그 양상이 변화되고 있다.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이슈가 존재하는 특수한 남북 관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강대국은 기술력 확보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은 반도체를 포함 제조업 전반을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인재 확보 및 투자에 올인했다. 

이종호 장관은 ‘축적의 시간’에서 창의적인 인재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업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패러다임과 선진국의 대학에서 예상하지 못한 기술 개발에 능통한 인재를 길러야만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내 반도체산업 현장에서는 만성적인 인력 수급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분야 정원 확대의 근본적 한계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정 및 관련학과 정원 확대 검토가 담겨 있다. 이미 후보시절 이종호 당시 서울대 교수를 만났을 때부터 반도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다는 후문이 수많은 언론에서 이어졌다. 그간 교육부도 반도체 계약학과 활성화, 기존 학과 편입학 인원 등을 토대로 첨단분야 학과 신설 등을 시도했다.

반도체산업은 자체적으로 연간 1500명의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고 자체분석하고 있지만 연간 반도체 분야의 전공 졸업생은 그 절반도 안되는 65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도체 업계가 꾸준히 반도체 인재의 장기적 안목 형성과 첨단기술에 관한 전문성 함양을 위해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이유이다. 

반도체 인재의 양적 측면에 집중하는 정책은 단기적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반도체 인재를 위한 별도의 혁신적인 대안이 뒤따라야 한다. 반도체산업은 축적된 경험이 중요한 산업이기에 단기간에 지식을 함양한다고 해서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양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질적 측면의 인재 육성에 좀 더 주력해야 한다. 

서울대 황기웅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평균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것보다 소수여도 세계 시장을 뒤흔들 핵심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가장 똑똑하다고 알려진 인재들이 모두 이공계로 진학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단순히 양적 측면을 확보하는 것보다 국내 우수 인재가 반도체 분야로 진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이해 및 전략적 가치' 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이해 및 전략적 가치' 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보단 질, 패러다임을 바꾸는 인재 육성

국내에서는 여전히 다수의 상위권 고교생들이 의대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이공계 진학보다 졸업 후 여건, 사회적 평판, 위상 등에서 의대 진학이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및 대학이 아무리 반도체 인재의 필요성을 강조해도 고교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바꿀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애국심으로 개인의 동기부여를 끌어낼 순 없다.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 등 가시적 성과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국내 우수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반도체 분야의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 성장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한다. 전액 장학금 지급 등 금전적 지원 이외에 반도체 분야 우수인재는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에서 첨단기술 펠로우로 인정해서 정년 보장을 해주는 등 위상을 강화시켜야 한다. 

아울러, 지금의 공학 교육 체계도 손을 봐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에 능한 창의적 인재 육성을 거론하지만 늘 국내 이공계 교육 현장에서는 인재를 위한 수월성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기술 분야의 수월성 교육과 함께 국내 우수기업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학문과 실무의 경계선을 좁히고 그 거리를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도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혁신기업 애플과 구글 등은 R&D, 디자인 등 무형자산 비중이 높지만 이들과 경쟁하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유형자산의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자산의 규모는 비슷하지만 방향성에서 차이가 난다.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자산 비중이 인재 등 무형자산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국가 R&D 정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시류에 편승해왔다. 미래 트렌드를 발굴하기보다 기존 트렌드를 뒤쫓아가는 지원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다.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시대는 예전에 끝났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인재 육성을 위해 정부부터 기존의 지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