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의 '해외생산기지' 구축...'오프쇼어링' 우려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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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의 '해외생산기지' 구축...'오프쇼어링' 우려도 커져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5.26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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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사, 북미시장 선점 각축…대규모 투자 병행
대기업의 해외 투자 러시, 국내 배터리 생태계 우려
"국내 배터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 지원책 마련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반도체 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손에 들고 반도체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LG와 SK, 삼성의 '배터리 전쟁'이 시작됐다. 국내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적게는 100조원에서 많게는 400조원이 훌쩍 넘는 모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 속에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 전략 구상에 한창이다.

하지만 배터리 3사의 해외 투자 확대를 지켜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거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것과 동시에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배터리 시장 생태계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북미시장 선점 

배터리 3사는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설비 확충에 나선다. 

삼성SDI는 25일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부지를 확정하고 최대 31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SDI의 미국 진출로 2025년 배터리 3사의 북미 배터리 생산능력은 모두 373기가와트시(GWh)에 육박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200GWh와 150GWh 규모의 생산라인을 북미에 구축한다. 이는 각사 배터리 생산 능력의 50% 가량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州)에 원통형 배터리 독자 공장과 캐나다 온타리온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을 주진한다. 투자 규모는 6조5000억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북미 시장에 원통형 배터리 전용 공장을 건설한다. 이를 통해 미국 주요 전기차 스타트업, 전동공구 업체 등 주요 고객사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를 2024년 하반기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함께 캐나다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도 추진한다. 합작공장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 설립되며 총 투자금액은 4조8000억원이다. 올 하반기 착공해 2024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한다. 신규 공장의 생산능력은 45GWh(2026년 기준)다. 배털리셀 뿐만 아니라 모듈 생산라인도 건설한다.

생산한 물량은 크라이슬러, 지프 등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 전기차에 탑재된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이후 북미에서만 200GWh 이상의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200GWh는 1회 충전 때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고성능 순수전기차 2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SK온도 14조원을 들여 미국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투자에 들어간다. SK온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포드와 합작사 '블로오벌SK'를 설립한다. 합작법인의 투자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이번 투자는 미국 테니시 공장이 대상이다. 43GWh 규모에 17개 생산 라인으로 구성된다.

배터리셀도 만든다. 블루오벌SK 공장은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양산을 시작한다. 투자 금액은 모두 114억 달러(약 14조7000억원)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이뤄진 배터리 공장 투자 건 중 최대 규모다. 

배터리 3사가 북미 투자에 집중하는 건 2025년 7월로 예정된 신북미자유협정(USMCA) 발효때문이다. USMCAA가 발효 후에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부품의 현지 생산 비중을 75%로 끌어올려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과 글로벌 완성차의 북미 합작공장 양산 시점이 대부분 2025년인 것도 이런 이유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인재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재 확보 경쟁

국내 배터리 3사가 경쟁하듯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면서 인재 영입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각 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인재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급 인재를 선점해 급성장하는 배터리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CEO가 직접 발 벗고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채용 행사를 개최하는데 이어 배터리 소재 등을 전공하는 미국 주요 대학 석·박사와 학부생을 초청해 CEO가 직접 참가자와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공채를 시작으로 배터리 분야 경력 사원을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3사가 설비 증축과 인재 영입 등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온이 포드와 합작해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전용 공장(위)과 LG에너지솔루션이 스텔란티스와 합작을 추진 중인 공장 개념도. 사진제공=SK온(위), LG에너지솔루션

커지는 '오프 쇼어링' 우려

배터리 3사의 신규 투자는 북미 시장을 중요한 축으로 중국, 유럽에 집중돼 있다. 일각에선 배터리 대기업이 북미 등 해외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해 '오프 쇼어링(Off-shoring)'을 부추기고 결국 국내 배터리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오프 쇼어링'은 기업 업무 일부를 해외 기업에 맡겨 처리하는 것으로 기업이 경비를 줄이기 위해 공장 등 일부를 해외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공급사의 기업 간 거래(B2B) 성격이 강해 완성차 업체가 있는 해외 제조시설 인근에 배터리 제조시설을 구축하도록 하는 옵션을 요구하는 게 관행"이라면서 "이런 이유로 국내 공장에 신증설 투자를 하고 싶어도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배터리 3사의 국내 투자 내용을 보면 해외 투자와 비교해 미미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에야 충북 오창공장에 22GWh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2025년 예상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443GWh)의 5%에도 못 미친다.

SK온도 2025년까지 220GWh 이상의 글로벌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2018년 가동을 시작한 서산공장(5GWh) 이후 국내 투자는 전무하다. 울산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고, 최근 천안공장에 원통형 배터리 라인을 증설 중인 삼성SDI 역시 최근 행보를 감안할 때 국내 투자 비중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미국과 EU의 배터리 공급망 재편 계획으로 거대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투자유치국의 인센티브 혜택을 통해 초기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인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배터리 기업의 해외투자가 확대될 경우 국내 배터리 생산 및 직수출 감소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하므로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요산업 활성화와 국내 배터리 기업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 마련 등 지원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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