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 ①루나는 어떻게 폭락했나…시총 50조원 증발
상태바
[테라-루나 사태] ①루나는 어떻게 폭락했나…시총 50조원 증발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5.18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투자자 28만명·보유량 700억개
테라-루나 신뢰 깨지면서 가치 폭락
투자자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재산 가압류 신청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USD(UST)와 루나(LUNA)의 상장폐지 사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투자자 피해액만도 50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나 사태를 책임지는 개인이나 기관은 없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코인인만큼 제대로 된 가치평가나 감사, 시스템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가상화폐 루나가 1주일 새 99% 폭락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투자자들은 테라USD와 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를 상대로 법원에 재산 가압류를 신청할 예정이지만 공식적으로 책임을 물을 근거는 부족하다. 이번 사태로 관련 투자가 '폰지사기'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피해액 50조원·국내 피해자만 28만명 달해

18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루나는 이날 개당 0.00018달러(약 0.228원)에 거래되고 있다. 루나 시가총액은 지난달 52조7000억원에서 이날 1조6000억원으로 급락했다. 국내외 피해 금액만 50조원에 이르는 셈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상화폐 루나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28만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유량 추정치는 700억개다. 금융당국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에 루나 거래량, 시세, 투자자수 등에 대한 현황 파악을 요청했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루나를 상장 폐지했다.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 13일 테라와 루나를 상장 폐지한 뒤 반나절 만에 재상장했다. 그러나 자사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인 BUSD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도 루나는 상장 폐지를 앞두고 있다. 

국내 거래소인 고팍스는 16일, 업비트는 20일, 빗썸은 27일 루나를 상장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코인원과 코빗의 경우 입출금 거래는 정지했지만 아직 구체적 상장폐지 계획은 없다. 

암호화폐 관련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억2000만원을 넣었는데 현재 250만원이 남았다"등의 인증이 이어지며 "국내외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코인 가격을 최대한 올리고 이를 대량으로 매도한 사기꾼들은 처벌받아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테라-루나 연동 과정에서 신뢰 잃고 폭락

루나와 테라USD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대표와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의장이 2018년 공동 창업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코인이다. 

테라USD는 대표적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다. 스테이블코인이란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에 가치가 연동된 암호화폐로, 1테라USD(UST)의 경우 1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란 일정한 시스템을 통해 1코인과 1달러가 동일한 가치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테라폼랩스는 이중토큰시스템을 도입해 테라USD와 루나를 알고리즘 기반으로 연결해서 운영하고 있다. 루나는 테라USD와 달리 기존 암호화폐처럼 변동성이 크다. 

테라USD와 루나는 차익거래를 통해 가격을 유지한다. 1테라USD는 1달러 가치를 가진 루나와 교환이 가능하다. 

1테라USD가 1.1달러로 오르면 100달러만큼의 루나를 사서 100테라USD로 교환한 뒤 110달러에 팔아 10달러의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때 시스템은 루나를 소각해 테라의 공급량을 늘리고 루나의 공급량을 줄인다. 공급이 늘어난 테라는 가격이 다시 1달러로 낮아진다.

반대로 1테라USD가 0.9달러로 가치가 하락하면 90달러로 100테라USD를 살 수 있다. 이를 100달러 가치의 루나로 교환하면 10달러의 이득이 생긴다. 이때 시스템은 루나를 주고 받은 테라USD를 소각해 공급량을 줄인다. 공급량이 줄면 테라의 가격은 1달러로 다시 올라가게 된다.

또한 테라폼랩스는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를 통해 투자자가 테라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는 동시에 최대 20%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난 4월 19일 테라USD는 시가총액175억6000만달러(약 22조5000억원)로 스테이블코인 규모 3위로 올라선 바 있다. 같은 달 루나도 역대 최고가인 119달러(약 15만원)을 기록하며 암호화폐 시총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코인의 가치는 이러한 수요와 공급 법칙이 깨지면서 폭락했다. 지난 10일경 테라USD 가격은 기준인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서 세계적인 매도세가 이어졌다. 테라USD가 급락하자 이에 연동된 루나 가격이 떨어지고, 이는 다시 테라USD의 가격 폭락을 일으켰다. 페깅(고정)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이른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가 발생한 것이다. 

라이언 클레멘트 캘거리대학교 법학 교수는 논문을 통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의 코인생태계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가 바탕이 된다"며 "그러나 신뢰와 투자자의 수요가 증발하면 그들은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르게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코인마켓캡
자료=코인마켓캡

투자자들, 권도형 대표 고소하고 재산 가압류 신청

루나와 테라USD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고소하고 재산 가압류를 신청할 예정이다. 

LKB는 고소장과 재산 가압류 신청서를 서울지방경찰청 금융수사대 또는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의장을 함께 고소할지도 검토 중이다. 

인터넷 카페인 '테라 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의 회원수는 이날 1600명을 넘어섰다. 카페 운영자는 권 대표와 신 의장 처벌을 위한 진정서 제출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도 사건 진상 파악에 나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의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격과 거래 동향 등의 현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업자 등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 관련 조치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법적으로 제도화가 돼있지 않다 보니 구체적으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투자자 보호 관련해서는 가상자산업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별도 조치는 어려운 상황이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정은보 금감원장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임원회의를 개최하고 "감독당국의 역할이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한 피해상황, 발생원인 등을 파악해 앞으로 제정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불공정거래 방지, 소비자피해 예방, 적격 가상자산공개(ICO) 요건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권 대표에 대한 형사상의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사기를 쳤어야 형사죄가 될텐데 권 대표가 발행한 코인은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에 사기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매도 세력이 특정 기업의 주가를 떨어트렸다고 상장사 대표가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이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만으로는 권 대표가 시세조종을 했다거나 작전세력과 결탁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어 형사처벌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