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올리고, 세금 더 걷으면 누가 기업하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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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올리고, 세금 더 걷으면 누가 기업하고 싶나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8.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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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좌편향 정부, 최저임금 올리려 세금 더 걷는다” 보도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문재인 정부의 세제개편을 보도하면서 “한국, 최저임금 지원하기 위해 세금 올린다”고 제목을 달았다. 그러면서 “한국의 좌경화된 정부(left-leaning government)가 1991년 이래 처음으로 부유층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세금을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획재정부는 2일 발표한 2017 세법개정안의 골자는 부자 증세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서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 재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가진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 없는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왼쪽으로 기울어진 정부’라고 표현한 것은 한국 정부의 편향을 정확히 본 것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소득주도 성장론’의 속내를 보여 준다. 정부가 세금을 걷어 배분하는 중재자가 되어 부의 분배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부유층에게서 세금을 더 내라고 요구함으로써 가난한자에게 소득과 복지라는 선심을 쓰겠다는 게 소득주도 성장론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소득세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던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3억~5억원에 적용되던 세율을 38%에서 40%로 각각 2% 포인트 올릴 계획이다. 법인세의 경우 과표 2,000억원 초과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기존 세율 22%보다 3% 포인트 높은 25%로 적용하기로 했다.

 

▲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2017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기획재정부 동영상 자료 캡쳐

 

이번 세제개편안은 몇가지 문제점을 낳는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건 100대 과제에 필요한 재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번 개편으로 더 걷어들이는 세수는 문재인 정부 임기 5년중 24조원이 된다. 5년간 정책 목표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재원 178조원의 13.5%의 불과하다.

불필요하게 집행되는 재정을 아끼고, 기금의 돈을 전용하고 경제발전에 따른 세수증가분을 예상하더라도 모자랄 게 분명하다. 결국은 목표치를 하향조정할 수밖에 없다. 억지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가진자건 가지지 않는자건 세금을 늘리는 것은 조세저항을 키울 뿐이다.

둘째, 법인세를 올리는 것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약화시키고 해외자본 유치를 더디게 한다. 지금 세계 각국은 법인세 인하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국 세금을 낮추어 해외기업을 끌어들이고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저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에 물리는 세금이 높으면 누가 이 나라에 투자할 것인가. 세금 낼 기업이 줄게 되면 그만큼 세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셋째,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전가 현상을 고려해야 한다. 세금은 기업에겐 원가요인이다. 원가가 올라가면 가격을 인상하거나 하청기업에 원가를 부담시키게 된다. 정부가 대기업-중소기업간의 상생을 유도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이율배반적 세제 정책을 취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대기업에게 완력으로 상생을 하라고 압력을 넣는 무리수를 두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 정책 가운데 기업이 가장 피부적으로 느끼는 것은 임금정책과 세금정책이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조정한 이후에 세금을 대폭 올리게 되면 기업에겐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리저리 뜯기고 나면 수익을 줄어들게 된다. 차라리 기업을 포기하고 싶은 기업인들이 늘게 된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의 좌파정부가 부자 증세를 하다가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을 경험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세력들은 기업들이 무슨 꿀과 젖이 흐르는 곳으로 아는 것 같다. 기업이 황폐화되면 대한민국 경제가 흔들리고 세수는 물론 일자리도 줄어든다. 선순환이 있으면 악순환도 있다. 아래선 임금을 올리고, 위에선 세금을 더 걷고 하다간 기업이 힘들어진다. 소도, 닭도 피곤하게 하면 젖과 달걀의 생산이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가 너무 이념에 편향돼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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