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양할미의 전설 부안 죽막동 유적, 국가사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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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양할미의 전설 부안 죽막동 유적, 국가사적된다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8.0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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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때부터 고려, 조선 시대 해양 제사…일본, 중국 유물도 출토돼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앞바다는 예로부터 서해안 뱃길의 중요한 길목이었다. 특히 변산반도와 위도 사이에는 물살이 세고 암초가 많아 사고가 많았다. 1993년 10월 10일엔 서해훼리호가 파도에 휩쓸려 292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이 해역을 인당수라고 부른다. 심청이가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백석에 바다에 뛰어 내린 곳이라는 전설이 있다.

 

▲ 부안 수성당 해신굿 /전북 부안군 홈페이지

 

변산반도의 서쪽 끝, 부안군 죽막동 해안가 높은 절벽 위에는 수성당(水城堂)이라는 제사유적지가 있다. 변산반도 앞 칠산바다의 풍어를 관장하고 어부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바다 신 개양할미를 모시는 신앙소다. 이 당집에선 매년 음력 1월 14일에 이 지역 어민들은 무사태평과 풍어를 비는 수성당제를 지낸다. 이 곳에는 개양할미와 그의 여덟 딸에 대한 전설이 구전으로 내려온다. 그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주 먼 옛날 개양할미는 수성당 옆의 여울굴에서 나와 딸 여덟 명을 낳은 뒤 일곱 딸은 각 도나 섬에 한 명씩 시집보내고, 자신은 막내딸과 함께 수성당에서 살았다. 수성당은 아홉 여신이 좌정해 있다 하여 구낭사라고 하였다. 그 후 구낭사는 어민들이 개양할미를 바다의 성인 같은 존재로 받들어 모셨다 하여 수성당(水聖堂)이라 하고 개양할미를 수성할미라 부르기도 하였다.

개양할미는 키가 어찌나 큰지 굽나막신을 신고 서해바다를 걸어 다니면서 깊은 곳을 메우고 위험한 곳을 표시하여 어부들의 안전을 돌보면서 고기를 많이 잡게 하였다고 한다. 개양할미가 곰소 앞 바다의 ‘게란여’에 이르렀을 때 이곳이 어찌나 깊은지 개양할미의 치맛자락이 약간 물에 젖은 적이 있었다. 이에 화가 난 개양할미가 육지에서 흙과 돌을 치마에 담아 ‘게란여’를 메웠다고 한다. 이곳은 지금도 깊어서 이 지방의 속담에 깊은 곳을 비유하여 말할 때는 “곰소 둠벙 속같이 깊다”라고 한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수성당의 역사는 삼국시대 백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해 해로의 길목인 이 곳을 지나가던 항해자와 상인, 어민들이 제사를 지내던 공간이다.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에도 이 곳에서 바다 제사를 지내왔다. 당집은 1804년(순조 4)에 처음 건립되었다고 하는데, 원형이 소실되고 1996년에 새로 지었다.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53호로 지정되어 있다.

 

▲ 부안 죽막동 유적 전경 /문화재청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2일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에 있는 「부안 죽막동 유적」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

예로부터 중국과 일본은 잇는 서해해로의 길목에 있는 이 유적지에는 그동안 발굴 조서에서 다양한 유물이 나옸다.

1992년 발굴조사에서 백제, 가야, 통일신라부터 조선을 비롯해 고대 중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유물들(제사용 토기, 금속유물, 토제·석제 모제품, 중국 도자기 등)이 출토되었다. 시기는 대부분 3세기 후반에서 7세기 전반의 것으로 추정된다.

출토된 유물들을 통해 추정하면 이곳에서 행해진 제의에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사람들도 다양하게 참여했으며, 제사가 끝나면 제기를 포함한 각종 물품을 땅에 묻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부안 죽막동 유적은 해안 절벽 위에 고대의 원시적인 제사를 지낸 흔적이 문화경관과 함께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백제부터 조선 시대까지 다양한 시기의 해양 제사 문화의 변천 과정을 보여준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적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부안 죽막동 유적 출토 유물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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