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장기화'에 엔화 예금잔액 25%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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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장기화'에 엔화 예금잔액 25% 증가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5.17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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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예금 잔액 1년전보다 25% 늘어나
달러화는 강세…1275원 마감
은행별로 다양한 조건의 외화예금 판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대로 떨어지면서 엔화가 환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은행권의 엔화 예금에도 투자 수요가 몰리는 추세다. 엔화는 약세인 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 후유증 '엔화 약세'…엔화 예금 잔액 25% 증가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월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6046억2546만엔(약 6조143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4820억1086만엔)보다 25.44% 늘어난 수치다. 

엔화 예금은 특히 최근 증가세를 보이면서 3월에만 약 580억엔이 늘어났다. 엔화의 저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외환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의 저가 매수가 증가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환 은행의 지난 3월말 국내 거주자 엔화 예금잔액은 57억3000만달러(약 7조2943억원)로 올해 들어 9.1%(4억8000만달러) 늘었다. 

이 중 올해 3월에 증가한 엔화 예금만 3억4000만달러 가량이다. 거주자 예금은 내국인과 국내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국내에 갖고 있는 외화 예금이다.

엔화는 2011년 11월 100엔당 1575.99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세를 타다 2015년 6월 100엔당 885.11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이날 100엔당 986.5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일본의 아베노믹스 정책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2012년 12월 2기 집권을 시작하면서 취한 경기부양책을 뜻한다. 대표적으로는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재정·통화 완화 정책이 꼽힌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초저금리를 통해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고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득을 증대시키고 소비를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이러한 계획의 효과가 떨어진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보유국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면서 엔화 가치는 더 내려가고 있다.

달러 강세…1270원 후반~1290원 초반 지속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달러화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서 달러화를 팔아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546억달러(약 69조997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8억달러 감소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과 긴축 기조로 인해 달러화의 가치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지난해 5월 말 1108.5원이었던 달러는 올해 5월 12일 기준 1290.5원까지 올라 약 180원의 인상폭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9.1원 내린 12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달러·원 환율이 1300원까지도 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달러화는 오버슈팅된 상태지만 이런 환경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며 "외환은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1300원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서 외화예금 가입 가능…환차액 전액 비과세

외화예금은 시중은행을 통해 쉽게 가입할 수 있다. 국민은행 'KB TWO테크 외화정기예금'은 환율이 고객이 지정한 수준 이상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해지돼 이자와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외화예금이다.

신한은행의 '외화 체인지업 예금'은 총 21개의 통화로 언제든지 전환이 가능하고 입출금이 자유로우며, 고객이 원할 경우 직접 지정한 환율의 각국 통화로 전환처리가 가능하다. 하나은행의 '하나 밀리언달러 통장'은 제휴 증권사를 통해 해외주식 매매가 가능한 외화 다통화 입출금 통장이다.

우리은행은 1달러부터 모을 수 있는 달러전용 자유적립예금인 '우리 더(THE)달러 외화적립예금'을 판매한다. 농협은행 역시 환율이 고객이 지정한 목표치에 도달하면 자동해지되는 'NH환테크 외화회전예금'을 제공한다.

외화예금은 원화로 입금하면 바로 환전돼 통장에 외화가 쌓이는 방식이다. 외화 가치가 상승해 얻은 환차익은 전액 무제한 비과세라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외화예금에 가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잡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 말까지 KB외화박스를 통한 환전 거래 시 환율우대 99%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말까지 '우리THE달러 외화적립예금'에 가입 시 스타벅스 쿠폰 또는 네이버페이 3000포인트를 지급한다.

하나은행은 밀리언달러통장 보유자에게 최대 80%까지 환율을 우대해준다. 다음달 말까지 하나밀리언달러통장에 하나금융투자 연계계좌를 신규로 등록하면 테슬라·엔비디아·애플·뱅크오브아메리카·조비에비에이션 등 미국 주식 1주를 추첨 증정한다. 또한 해당 계좌를 통해 다음달 말까지 누적 1000달러 이상 미국주식 거래를 매매할 시 '스타벅스 부드러운 디저트 세트'에 자동 응모된다.

다만 외화예금통장을 보유하고 있을 때 환율이 떨어지면 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 은행은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지 않으며 투자자가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연구원은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엔화는 더 하락할 수 있다"며 "다만 세계 경제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면 원화도 약세를 보일 수 있어 엔화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점 기준에서 볼 때 엔화는 950원선까지도 빠질 수 있다고 본다"며 "세계 경제전망이 나빠지면 엔화는 다시 1000원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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