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창용 한은 총재 "빅스텝 배제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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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창용 한은 총재 "빅스텝 배제 않아"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5.16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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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 '빅스텝' 무게
물가상승률 가팔라… "조만간 5%대 물가 현실화"
5월 기준금리 인상설 솔솔…이자 부담 커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언급하면서 이달 26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이달 빅스텝을 단행하고 6~7월에도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둠에 따라 한은이 하반기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지속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대다수의 대출자와 코로나19로 빚이 늘어난 자영업자 등의 이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이 총재 "빅스텝 완전히 배제할 단계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4월 상황까지 봤을 때는 그런 고려를 할 필요 없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재는 후보자 시절 빅스텝 인상 가능성에 대해 일축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한국은 한 번에 0.25%포인트를 넘게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도 빅스텝에 대해 "아직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이 총재는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는 아직 데이터 등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러면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보고 7~8월 경제 상황, 물가 변화 등을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은은 이날 오후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물가로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 5%대 예상…한은 매파적 입장 강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이유는 현재 물가상승률이 가파르기 때문이다. 

4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8% 올라 2008년 10월 이후 13년6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4%대 상승을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ING은행은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5%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 3.2%였지만 올해 가파르게 상승해 5%대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KIF 2022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보다 상당폭 높아진 4.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에도 3.9%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등에 따른 공급차질 정책 심화, 국내 방역조치 해제로 인한 수요증가 등으로 인해 하반기에도 3.9%의 높은 물가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서 이 총재도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빅스텝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후보자 시절과 비교하면 확실히 이전보다 매파적 성향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물가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폭을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0.50%포인트 인상은 충분히 검토 가능한 통화정책 수준"이라며 "여태까지 0.25%포인트 인상이 정형화돼 있었지만 현재와 같이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꺾이지 않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통화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이미 빅스텝을 단행했고 추가적으로 두 번 더 하겠다고 언급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한은도 기존의 0.25%포인트 인상이라는 정형화된 형태보다는 조금 더 과감한 정책적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 커져…가계대출 10건 중 4건 4%대 금리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차주들의 이자 부담 역시 커질 전망이다.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5%대를 넘어섰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가 오른 탓이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나흘 만에 3%대로 올라선 3.059%에 거래됐다.

이미 다수의 차주들은 4% 이상의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이뤄진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금리 4% 이상으로 돈을 빌린 비율은 36.1%로 집계됐다. 5% 이상 가계대출 비율도 6.7%에서 9.4%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1인당 연이자 부담은 평균 16만4000원 증가한다.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연이자 부담액은 65만6000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금리 상승에 신용대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2조4606억원으로 전월 대비 9390억원 줄면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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