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서 실패한 부유세, 왜 고집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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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서 실패한 부유세, 왜 고집하는 건가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7.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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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이탈→세수 축소→경제 둔화…프랑스 사회당 참패의 원인

 

돈 많은 사람이 죄인가. 사회주의 국가들이 부자, 대기업에 세금을 많이 물리는 이른바 부유세(wealth tax)를 추진해왔다.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진 자들에게서 더 세금을 많이 걷어서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에 쓰자는 것이다.

부유세는 분명 죄악세(sin tax)는 아니다. 죄악세 술, 담배, 도박, 경마와 같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종목에 대해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부자는 일부의 탈법을 제외하고 대개가 자본주의 질서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다. 따라서 부자세는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에서 기여세 또는 공헌세 정도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누진세, 상속세 등이 일종의 부자세에 해당한다.

하지만 과도한 부자세는 역효과를 낸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였다.

 

2차 대전후 두 번째 사회당 정부를 수립한 올랑드 대통령은 2012년 연간 100만 유로(약 13억원)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최고 75%의 세금을 징수하는 부유세를 도입했다. “사회주의자가 대통령이 되더니 프랑스를 쿠바로 바꾸려 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올랑드는 밀어 부쳤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돈 가진 사람들이 프랑스를 이탈했다. 명품업체 루이뷔통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2012년 9월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 그러자 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1면에 ‘꺼져, 이 돈 많은 멍청이야’라는 제목으로 비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러시아로 국적을 옮겼다. 고액 연봉자가 많은 축구 선수들도 부유세 반대 시위를 벌였다.

세계적 배우 알랭 들롱, 가수 쟈니 할리데이, 카레이서 세바스티엥 로에브도 프랑스를 떠났다.

프랑스 경제학자 에릭 피셰(Eric Pichet)는 “1998년 이후 부유세로 인해 프랑스 정부가 확충한 세수는 26억 유로이지만, 자본 이틀로 인해 1,250억 달러 이상의 코스트가 발생횄다”고 추정했다.

 

부유세는 사회주의 정당의 전유물이다. 사회주의 정당의 영향력이 센 핀란드,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나라에서 부유세를 시행했지만,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최근들어 폐지하는 추세에 있다.

프랑스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2년간 세수 4억2,000만 유로 정도를 확충했지만, 850억 유로에 달하는 재정수지 적자를 메우는데 부족했다. 부자들이 떠나는 바람에 세수 확보가 어려워졌다. 경제 성장은 마이너스로 뒷걸음쳤다.

오히려 이웃국가인 벨기에와 영국이 좋아했다. 이웃 나라들은 프랑스를 떠난 부자들을 환영했다.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부유세가 조세평등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평결을 내렸다. 이에 올랑드는 과세 대상을 개인에서 기업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기업들이 아우성쳤다. 기업들은 과도한 법인세로 국제경쟁력을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런 결과가 나타났다.

결국 올랑드 대통령은 2년만에 부유세를 포기했고, 프랑스 사회당은 올초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참패했다. 프랑스를 새롭게 재건하자면서 집권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올랑드 정부의 부유세로 떠난 기업을 프랑스로 되돌리기 위해 부자감세를 검토하고 있다.

 

▲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프랑수와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위키피디아

 

부유세는 선진국에서 이미 실패한 세제로 판명되었다.

첫째, 자본유출을 가속화한다.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라는 거대한 흐름은 돈과 사람을 가두었던 국경이라는 장벽을 허물었다. 돈이 있는 사람은 높은 세율을 피해 낮은 세율의 나라로 이동한다. 기업은 노동운동이 격한 나라를 피하고 노조가 없고 임금이 낮은 나라로 이동한다. 전쟁이나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돈 많은 나라의 복지와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이른바 난민이다.

이 자유로운 글로벌 시대에서의 자국 이기주의는 세금을 낮춰 기업을 묶어두고 남의 나라 부자와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그런 일을 하고 있고, 에마뉘엘 마크롱도 뒤늦게 프랑스의 전진(앙 마르슈)를 외치며 이 대열에 뛰어들었다.

부유세는 부유층의 이동을 재촉할 뿐이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에두아르도 새버린은 미국의 고율 세금을 피하기 위해 2012년 5월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로 옮겼다. 중국에서도 수많은 고학력, 고속득 중산층이 세금을 피해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있다.

둘째, 기업의 활력을 잃게 한다. 미국 경제매거진 포브스지는 “마진이 극히 적은 가족 기업의 경우 부유세는 큰 짐이 된다. 따라서 기업 오너에게 부유세를 물리게 되면 기업을 청산하려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셋째, 가치 기준의 문제다.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부자들의 재산은 대부분 부동산, 주식, 자동차, 보트 등의 형태로 자산화되어 있고, 현금으로 보유하는 비중은 극히 적다”면서 부유세 과세의 결점을 지적했다. 즉 자산에 대해 세금을 물릴 경우 부자들의 현금자산이 극히 줄어 저항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초고소득 증세’ 방안을 밀어 붙이고 있다. 말이 다를 뿐이지, 선진국에서 실패한 부유세나 다름없다.

말의 성찬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가 스스로 명예를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명예과세’라 부르고 싶다”고 했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집권초기 국민적 지지가반이 높을 때 세금을 올리는 게 낮지, 내년에 가서 지지기반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는데 빨라 하자는 의견이 다수”라고 당내 의견을 전했다.

 

여권에서 논의되는 초고소득세 증세에는 논의 전개에 모순이 많다.

우선, 앞으로 국정을 꾸려나가는데 돈이 얼마 드는지 명세표가 없다. 지난주 국정과제 100대 목표를 설정하면서 제시한 금액은 그야말로 주먹구구다. 모래밭에 작대기로 금을 그어놓고 이만큼 든다고 하는 식이다. 각종 정책이 법률적 뒷받침과 여야 합의가 필요한데도, 새 정부가 목표로 정한 정책이니 세금을 더 걷자는 식이다.

일단 여야 합의를 통해 국정 목표를 정하고, 필요한 재정 수치를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하고 나서 목표액 만큼 돈을 걷는 방법을 정해야 한다.

둘째, 특정 계층에만 세금을 물리는 것은 위헌 요소가 있다. 프랑스에선 위헌 판결을 받았다. 우리나라 헌법이 특정 계층의 과세를 허용하고 있는지, 헌법적 해석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선진국에서 실패한 부유세를 도입할 경우, 우리라고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의 문제다. 우리나라 부자에게, 대기업에게 무한정의 애국심을 요구할수 있나. 현대자동차는 지난 20년간 국내에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았다. 이유는 노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한가지 더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부유세를 만들면 해외에서 번 돈을 굳이 국내에 들여 오겠는가. 해외에서 번 돈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는 것은 도망가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특정계층에게 과세하는 것은 어찌보면 비겁한 수다. 99%의 국민들에게는 세금을 올리지 않고, 1%에게만 올리는 것은 조세 저항을 줄이고 지지율에 변동을 주지 않기 위한 정치적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부자 몇 사람에게 수십조의 세금을 더 걷겠다는 발상을 하기 앞서 99% 국민들에게 일정액의 세금을 더 내서 복지국가로 가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게 소통이요, 국민적 합의다.

 

부자세를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에 부유세의 문제점을 지적한 멘트를 소개한다.

 

① 프랑스 기업연구소(Institut de l’entreprise) 보고서

“해외로 자본 유출이 일어나는데다, 시장에 의한 자원 분배의 원칙이 왜곡되기 때문에 부유세가 점차 폐지되는 추세다. 세계 어느 나라나 자본과 돈 많은 사람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유세 폐지는 오래전에 대세로 굳어졌다.”

② 좌파 계열의 핀란드 사회민주당 소속 에로 하이네루오마 재무부장관

“부유세는 다른 나라에서도 폐지되는 추세다. 경쟁을 유도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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