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㉜ 미래에서 온 타이어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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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㉜ 미래에서 온 타이어의 모습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5.01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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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센서·형상기억합금…미래차에 맞춰 진화
글로벌 타이어 시장 규모 2500억달러로 추산
정비사가 타이어를 교체하고 있다. 사지=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휠에 달린 이끼가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내뿜는 타이어, 센서가 내장돼 도로 상태를 감지하는 타이어, 고압의 바람을 내뿜어 도로에 있는 물기를 제거하는 타이어, 고무와 같은 탄력에 티타늄처럼 튼튼한 공기없는 타이어….

다가 올 미래 모빌리티 시대, 이동 수단의 '신발'이 될 타이어의 모습은 대략 이렇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기술 진보에 발맞춰 타이어 업계도 진화하고 있다. 미래형 타이어는 아직 양산형이 아닌 시제품(콘셉트) 형태가 다수지만 자동차 업계가 콘셉트 차를 기반으로 양산차를 생산하는 만큼 가까운 미래에 이런 타이어들이 도로 위를 누빌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주요 타이어 업계들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맞아 다방면으로 타이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은 타이어를 정리하는 직원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센서·이끼 달린 타이어

타이어 업체가 개발하고 있는 타이어 중 내부에 센서를 내장해 도로나 타이어 상태를 살피고, 이를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지능형 타이어'가 있다.

글로벌 타이어 기업 콘티넨털은 타이어 안쪽에 센서가 달려 타이어 온도와 마모 정도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콘셉트 타이어인 '콘티센스'를 선보였다. 콘티넨털은 "도로 표면의 온도를 감지해 차량 내부 시스템에 전달하는 센서도 추가로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렐리도 주행 중 도로의 수분 상태를 감지해 알려주는 타이어 기술을 연구 중이다.

달리면서 공기를 정화하는 타이어도 등장한다. 일본의 굿이어는 2019년 도쿄모터쇼에서 휠에 초록색 이끼가 달린 콘셉트 타이어 '옥시젠'을 공개했다. 휠 옆면에 달린 이끼는 도로의 수분을 흡수해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굿이어는 프랑스 파리의 교통 규모인 약 250만대의 자동차에 이 타이어를 달면 연간 3000톤의 산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넥센타이어도 공기 정화 필터를 내장해 미세먼지 등을 걸러내는 '브래셔' 콘셉트 타이어를 선보였다.

주행 상황에 따라 알아서 변하는 타이어도 있다. 금호타이어는 빗길 주행 시 타이어가 도로에 고압의 바람을 내뿜어 도로 위에 있는 빗물을 제거하는 '맥스플로'를 내놨다. 눈길이나 자갈밭 등에서는 타이어 무늬가 스스로 바뀌며 제동력을 높인다.

미래차와 함께 크는 미래 타이어

실제로 미래차 시장은 가까이 와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2017년 110만대 규모에 불과했던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25년엔 그보다 10배인 1100만대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IHS마킷은 2040년엔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연간 3370만대 팔릴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무겁고, 무게 중심도 다르다"며 "타이어도 완전히 새롭게 개발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미 자동차 업체들은 기존 타이어보다 연료 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양산형 특수 타이어를 전기차에 장착하고 있다. BMW 전기차 'i3'에는 브리지스톤의 전기차용 타이어 '에코피아'가 달렸고, 닛산의 전기차 '리프'에는 미쉐린의 '에너지세이버'를 장착했다.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타이어는 다양한 이유로 내연기관 차량의 타이어와 다른 스펙을 요구한다. 사진=연합뉴스

미래차는 타이어도 다르다

전기차용 타이어에는 길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줄이는 저소음 설계와 기술이 들어간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 소음이 없어서 오히려 노면 소음이 더 크게 들리는 특성이 있어서다. 또 전기차 타이어는 더 견고해야 한다. 배터리 무게 때문에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차체가 수백㎏ 무겁고 모터 특유의 빠른 응답성으로 인해 타이어에 부담이 많이 간다.

내연기관차는 액셀을 밟으면 속도가 서서히 올라가지만 전기차는 그 순간 최대 토크에 도달해 급가속되면서 이로 인해 미끄러짐이나 마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타이어에는 차량에 흐르는 정전기를 지면으로 배출시키는 안전 기능도 요구된다. 전기차에서도 세단이냐, 스포츠유틸리티차(SUV)냐에 따라 타이어에 요구되는 성능이 다소 다르다. 높이, 무게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연기관차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또 다른 타이어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에 칩을 넣어서 마모상태 등에 관한 정보를 자동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타이어 업체들은 자동차 산업 추세 변화에 대비해 선행연구를 하고 이후 완성차 업체와 협업을 해서 맞춤형 제품을 만든다.

국내 업체들은 당장 고성장이 예상되는 세계 전기차 타이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타이어는 2년 전에 전기차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 '키너지 EV'를 내놨다. 신차용 타이어는 테슬라 모델3와 포르쉐 첫 순수 전기차 타이칸에 공급한다. 'ABB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에 3세대(Gen3) 경주차가 도입되는 2022∼2023 시즌부터 전기차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게 됐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로 각각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 2018'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18'에서 각각 수상하기도 했다.

화성탐사로봇 '오퍼튜니티'. 사진=연합뉴스

2026년 화성 탐사차량에 적용되는 스마트 타이어

고무처럼 탄성이 높으면서도 티타늄처럼 튼튼한 일종의 형상기억합금 타이어인 '스마트 타이어'가 20206년 화성 탐사차량에 적용된다. 이 기술은 나사 글렌연구센터의 연구진이 화성 탐사 로버(무인 로봇자동차)에 쓰기 위해 지난 10여년간 1000만달러를 들여 개발했다. 지금의 탐사차 바퀴는 알루미늄 소재를 쓰되 유선형 티타늄 바퀴살로 약간의 탄성을 유지하고 있다. 나사는 "새 타이어를 쓰면 화성이나 달 탐사 로버의 바퀴 수를 6개에서 4개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나사는 2026년에 보낼 화성 탐사차량엔 새 타이어를 쓸 계획이다.

'스마트 타이어' 기술은 곧 일상에서도 목격될 것으로 보인다. 나사가 운용 중인 기술 이전 프로그램 덕분이다. 스마트타이어는 2020년 나사와 이 기술의 실용화와 관련한 협약을 맺고, 올해 중 자전거용 타이어 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은 자전거, 오토바이 등 2륜차용 타이어에 집중한 뒤 점차 자동차, 트럭용 타이어까지 넓혀갈 계획이다.

고무 튜브 안에 공기를 채워넣은 공기압 타이어는 19세기에 등장해 20세기를 거치며 트레드 타이어, 래디얼 타이어, 런플랫 타이어 등으로 성능을 높여 왔다. 21세기 들어 친환경성을 앞세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해 나가듯 타이어도 자체 광합성과 센서, 형상기억합금 등 다방면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 세계 타이어 시장은 자전거에서 오토바이, 승용차, 화물트럭,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25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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