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행 3개월만 길 잃은 중대재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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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행 3개월만 길 잃은 중대재해법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4.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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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벌로 산재예방' 취지도 못살려
중소기업들만 피해 입는 구조
애매모호한 법 규정으로 로펌마다 해석달라
유태영 산업부 기자
유태영 산업부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 3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뚜렷한 산업안전 예방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국회 여야 가릴것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여 법이 시행됐지만 뚜렷한 산재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800명이 넘었다. 그중 절반 가량이 건설현장에서 숨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 등으로 총 5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여전히 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산재사고 예방효과는 미미한 반면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산업안전보건법으로만 처벌하는 시기에도 중소 업체의 경우 대표가 구속되거나 임원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구조였다. 다만 지금과 달라진 점은 중대재해법 시행이전에는 CEO가 안전예방에 대한 지시도 하고 인사와 예산을 직접 관리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이라도 대표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처벌하겠다고 법을 해석하니 오히려 아예 안전을 등한시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안전보건 조직을 확대하고 인원을 늘렸지만, 정작 현업부서에서 일할 사람은 태부족한 상황이 돼버렸다.

한 안전보건 전문가는 이 법이 시행되면서 가장 이득을 본 곳은 '대형로펌'이고, 가장 피해를 입는 곳은 '중소기업'이라고 얘기했다. 산업안전보건법 하에서는 일부 기업만이 대형로펌의 자문을 받아왔다. 하지만 현재는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구속을 당하는 '대표'로 남지 않기 위해 대기업들은 수억원 이상의 자문을 받는다.

이에 반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아예 중대재해법 대처에 손을 놓은 모습이다. 수억원의 대형 로펌 자문을 받아봐도 해석이 저마다 제각각이다. 애매모호한 법 규정과 고용부의 자의적인 해설서로 인해 '정답'이 없는 시험지를 들고 풀기위해 애쓰고 있는 모양새다.

3명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산업재해는 발생됐고, 고용부는 강력한 수사를 진행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1호 위반'의 대명사가 돼버린 삼표산업에 대해선 아직도 수사가 진행중이다. 두가지 중 하나다. 정말로 아직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아니면 사회의 관심이 줄어들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를 한 뒤에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거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가 차선책으로 업무상과실치사죄 적용을 더 많이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법으로 인한 형사처벌을 강화한 것에 비해 현장의 산업안전에 대한 준수는 오히려 약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대재해법은 예방을 위한 노력이 아무리 견고하고 잘 짜여졌있더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대변하는 로펌의 변호사조차 시행령 개정을 통해 좀 더 명확하게 법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대재해법 위반 OO기업 대표 구속'보다 '산업재해 사망자수 50% 감소'라는 기사제목을 쓸 날이 곧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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