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없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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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없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4.28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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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에 대해 반짝 관심 갖는데 그칠것
고용부 해설서가 혼란 부추겨
기존 안전관계법 정비로도 충분히 산재예방 가능
예방에 초점맞춘 산업안전보건법 중요성 떨어지게 돼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가 28일 연구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유태영 기자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가 28일 연구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유태영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효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가 1명이상 사망할 경우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 또는 사업주에게 1년 이상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찬성하는 측은 '그동안 산업재해가 발생한 데 대한 처벌이 강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엄벌을 촉구했다. 반대하는 측은 '기업옥죄기일뿐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부터 줄곧 "이 법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책을 출간한 정 교수는 시행 3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중대재해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28일 서울과기대 다산관에 있는 정 교수의 연구실에서 1시간 가량 인터뷰를 나눴다.

다음은 정진우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지 3개월이 지났다.

▲단기적으로는 '반짝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소위 ‘군기잡는’ 효과는 잠깐 있을 수도 있다. 안전에 대해서 반짝 관심을 갖게 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그것이 진정성 있는 관심과 역량강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더 나아가서는 안전원리를 뒤틀리게 하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여러 가지 안전원리에 맞지 않는 규정들이 적지 않아서. 실제로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의 여러 가지의 의무 규정들이 산업현장에 안전 역량을 오히려 퇴행시키고 있다. 안전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CEO가 안전에서 뒷 걸음질치게 하는, 안전에 대해서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두고 기업이 요령을 피운다라고 할 수 있고 아니면 형사처벌 회피하는데 총알받이를 내세운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봤을 때 CEO가 CSO(최고안전책임자)를 내세우면서 본인들은 전혀 안전보건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 관련된 발언 자체를, 지시 자체를 하지 않는 그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왜냐면 CEO가 얘기를 하면 자기가 경영책임자, 즉 중대재해법의 경영책임자로 간주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CEO는 자신의 입으로 절대 안전에 대해서 얘길하지 않는. 그런식으로 대기업들이 움직이고 있고, 대응하고 있다. 

-안전관련 보고도 안받는지?

▲동향정도 보고를 받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예전처럼 자기가 어떤 이니셔티브를 쥐고 어떻게 하라는 지휘감독과 지시, 그런 얘기를 일체 입 밖으로 꺼내질 않게됐다.

-법 시행 전에는 어땠나.

▲대기업의 경우 CEO가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조직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에 대해선 스스로도 그 누구도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가 중대재해법 해설서에서 잘못 해석한 것이 원인이다. 법령도 문제가 있지만 고용부의 해설서가 현재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다. 기업들의 이런식의 대응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 '안전보건에 대한 조직,인사,예산에 대해서 최종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만이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다', '경영책임자 자격이 된다'라고 해설서에 써놓으니까 기업들이 CSO가 안전보건에 대해서 모두 결정하도록 구조를 만들었다. 노동부 해설에 의하면  CEO들은 안전보건에 대해서 아예 입 밖에 꺼내지 않는, 완전히 확실하게 단절시켜버리는 그런 식의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법을 만들때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나.

▲몰랐다고 본다. CEO가 완전히 손을 완전히 떼버릴 것이라곤 그런 것까진 생각못한 것이다. 안전보건에 대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사람이 생길거란곤 예상했을 것이다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으니까. CEO의 위임을 받아서 안전보건에서 여러 가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예견이 됐던거다. 언론에서 대기업들이 CSO 선임하는것들이 최근 보도가 많이 되고 있지 않나. CSO를 선임하더라도 CEO는 책임에서 벗어날수 없다고 해설서에서 써있다. 근데 전혀 법에 근거도 없는 자의적인 해석이다. 안전보건에 관한 인사,예산,조직에 대한 최종의사결정권을 가진자만이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하니깐 CSO를 두면서 CSO가 모든걸 결정한다고 바꾼거다.

고용부의 '엉터리' 해설과 대응이 기업들의 이런 안전원리에 뒤틀리는 잘못된 대응을 조장했다. 고용부 해설서가 경영책임자로는 안전보건 인사,예산,조직에 대해서 CSO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그러자 기업들이 로펌의 자문을 받아서 CSO한테 안전보건에 대한 모든 의사결정권을 다 줘버렸다. 

-산재를 예방하겠다고 만든 게 중대재해법이다.

▲처음 입법취지도 못 살리게 됐다. 단순하게 처벌형량을 올리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순진한 생각이다. 산업안전에 대해서 모르고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 엄벌을 주장한다. 형사법 논리를 잘 알거나, 산업안전을 잘 아는 사람들은 엄벌을 주장하지 않는다. '엄벌만능주의'에 빠지게 되면 정작 꼭 해야 할 것을 안하게 된다. 여러 가지 처벌요건의 엉성함을 정비하는 것들, 그런 것은 가려져버린다. '안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엄벌하면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한 관심은 없어진다. 관심을 차단시켜 버린다. 정치권의 무책임과 무능을 가리는 알리바이로 엄벌이 이용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했어야 했나.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관계법을 개정해야했다.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면. 이미 규정의 틀이 잡혀있으니까 내용을 보완하고 추가하고 신설하면 된다. 근데 기존 법들이 없었던게 아니라. 재해예방을 위한 처벌하기 위한 법규들이 마련이 돼있었다.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새롭게 중처법을 만들어버리니까 중복, 충돌문제가 생긴거다. 굉장히 혼란스런 문제가 발생하고 나중엔 위헌문제까지 나오게 될 것이다. 새로운 법 만들때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신중한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이 법은 진정성이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보여주기식으로 국민들로부터 환심을 받기 위해 제정됐다고 본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가 28일 연구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유태영 기자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가 28일 연구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유태영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민주당이 국회 과반이상을 장악하고 있어서 법 개정은 이번 국회에선 힘들 것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건, 시행령을 개정하고 고용노동부의 해설서를 법리에 합치되는 그런 해설을 하는 것으로 부분적인 해결을 할 수 있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은 안된다. 시행령 개정보다 해설서를 법리에만 맞게 해설한다면 상당부분 지금 불거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해설서를 만들면 무엇이 바뀌나.

▲법은 양도 적고 애매모호하게 돼있다 보니까 사람들은 당장 문제가 생기면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받게 된다. 그때 해설서가 수사기관들의 지침으로 작용을 하니까 그게 현실적으론 더 와닿는거다. 법치에 맞지 않는 근거없는 해설을 하는 것은 피의자 입장에선 인권침해로 이어지게 된다. 법으로 봤을땐 범죄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범죄자 취급을 받고, 압수수색을 하고 언론에서 범인 취급된다. 기업에 개인으로서 도덕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되고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다. 중소기업들은 기업경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그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법 집행이 법치주의에 맞게 이뤄지는게 굉장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산업재해를 줄이려면?

▲처벌요건을 법정형을 올리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고 어떤 것은 하지 말아야하고, 어떤 것은 해야하는지를 잘 정해서 기업들한테 정확한 시그널을 줘야한다. 그런 것이 굉장히 부족하다. 예방기준을 정확하게 실효성있게 제시하는 것을 너무 등한시하고 있다. 처벌자체가 목적은 아니지않나? 예방이 목적이지. 예방기준을 제대로 만들어서 기업들한테 이러이러한 것들을 확실히 준수하라고 지침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처법이 시행되고 나서 안전관리 조직이 신설되고, 현장에선 안전용품 지급과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그것도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또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있다. 중대재해법을 동의하는 사람들이 안전보건을 잘 모르다보니까 현장을 모르다보니까 놓치는 부분인데. 안전부서와 안전인원이 늘어났다. '밑돌 빼서 윗돌 괸꼴'이다. 현업부서에 있는 사람들을 빼가지고 안전부서에 배치시켰다. 현업부서 인원을 빼서 안전부서 인원으로 전환시킨 경우가 많다. 안전을 직접 이행하고 실천하는 건 현업부서다. 안전부서는 보좌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가뜩이나 52시간제 때문에 사람이 준 것과 같은 효관데 거기다 인원을 줄인 것이다.

기업은 안전부서 인원과 조직을 늘렸다고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다. 정부가 계속 그런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안전부서 늘려라. 결국은 안전역량은 후퇴되는거다. 우리나라는 이미 안전부서가 선진국과 비교하면 비대한 수준이다. 안전은 현업부서 중심으로 굴러가야 한다. 현업부서가 자기 생산활동과 현업활동할 때 안전을 녹여서 반영을 해서 안전이행하고 실천해야 효과적으로 실효성있게 재해예방으로 이어지게 된다. 생산부서는 안전을 반영하지 않고 외곽조직인 안전부서가 그 역할을 하면 안전이 실효성있게 제대로 이행될 수 없다. 기초적인게 제대로 안돼있다보니 비용은 엄청나게 들어가는 데 효과는 못 거두고 있다. 


-중처법 시행으로 일반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는지.

▲피해 입은 게 있다. 중처법의 형사처벌회피에만 급급하다보니 산안법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할 정도다. 자율안전관리라는 것도 확실히 줄었다. 지키려고 안한다는 것이다. 중처법만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처벌에 무뎌졌다. 예전엔 산안법에 처벌되는것을 굉장히 의식했는데, 이젠 중처법에 의한 처벌이 안된다고 하면 산안법에 의한 처벌은 '별거 아니다'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산안법을 기술법으로 격하시킨 것이다. 중처법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산안법은 실무자들만 처벌하는 법으로 정리해버렸다. 경영진들은 이제 자신이 산안법으로 처벌될 거란 생각 자체를 안하게 됐다. 중처법과 달리 산안법은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산안법 준수를 위한 노력이 예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체감한다. 

정진우 교수는 1995년 9월 행정고시에 합격해 고용노동부에서 19년 6개월간 근무했다. 주로 산업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했다.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법학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고려대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에서 안전관계법, 안전관리 등 안전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론, 산업안전관리론 등 다양한 서적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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