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재택이냐 출근이냐...공간보다 중요한 건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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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재택이냐 출근이냐...공간보다 중요한 건 신뢰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04.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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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오미크론 확산세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일상으로의 회복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천천히 시작되고 있다.

비대면 수업을 3년 가까이 진행하던 대다수의 대학도 5월부터 전면 대면 수업을 검토,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이후 재택 근무가 일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업에서도 포스코그룹이 4월 초, 사무실 출근 체제로의 전환을 알렸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매출 100대 기업의 56%가 코로나 이후 예전 사무실 출근 형태의 근무방식을 다시 선택하겠다고 한다. 포스코에 이어 현대자동차, LG, 한화도 재택 근무 비율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미래 사무공간의 새로운 모습으로 공유 오피스와 재택 근무가 새로운 업무방식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임직원들은 왜 재택 근무를 요구할까?

주요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으로의 전환을 알리자 당장 임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재택 근무를 통해 임직원들은 재택의 편리함과 유용함을 지난 2년간 충실히 학습했다. 참고로 국내 IT기업의 대명사인 네이버가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사무실 출근을 선택한 임직원은 2%에 불과했다. 

둘째, 재택 근무로 전환한 기업들의 성과가 오히려 상승했고 동기부여와 만족도 역시 높아 재택 근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미래 오피스를 꿈꿔야 한다는 것이 임직원들의 주장이다. 단순히 편리하기 때문에 재택 근무를 주장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회사가 지닌 ‘자리’와 ‘업무시간’의 전통적 가치는 임직원의 성과 향상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네이버 등 IT기업들이 여전히 재택 근무 또는 공유 오피스를 고집하는 이유다. 국내 대기업 중 SK텔레콤 또한 재택 근무를 유지하되 집에서 업무에 몰입하기 어려운 구성원을 위해 일산, 분당 등 직원들의 거주지에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열어 이른바 본사 중심의 사무실 근무에서 벗어나 있다. 미래 오피스의 전환이 시대적 요구임을 임직원들은 주장한다. 

기업들은 왜 사무실 출근을 요구할까?

다수의 기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출근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재택 근무를 실행한 결과,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임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느끼는 소속감, 협업 의지 등이 전반적으로 쇠퇴했다는 것이 인사 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메타버스, 줌 등 수많은 온라인 활용 도구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진 못했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의하면 화상회의는 양질의 소통을 높이진 못한다. 화상회의는 대면회의와 달리 구성원이 발언권을 서로 균형 있게 유지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구성원의 소극적 성향 등 여러 요소가 온라인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빈도를 결정하고 침묵하는 다수 또한 발생해 생산적이어야 할 토론의 질이 하락한다는 것이 연구의 보편적 결론이다. 

특히 미래 오피스의 모습이라고 그려졌던 공유, 거점 오피스가 강남에 집중되는 점도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회사가 지닌 전통적 개념인 고정적 위치가 ‘오피스의 이동’이라는 개념으로 전환되었음에도 신설되는 위워크 등의 공유 오피스는 강남에 주로 집중되고 있다. ‘이동’에 중점을 둔 미래 오피스가 강남 ‘정착’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다.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일상으로의 회복은 재택근무 지속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택 근무를 위한 필요충분 조건 

MZ세대가 아니더라도 이제 다수의 직장인들은 사무실에 갇혀 통제와 위계적인 명령에 대해 순응하는 것을 기피한다. 워라밸, 저녁이 있는 삶은 젊은 직장인뿐 아니라 모든 직장인의 꿈이다. 기업들이 일상으로의 전환인 사무실 출근과 미래 오피스의 한 축인 거점 오피스와 재택 근무를 혼합하는 것도 임직원들의 이런 요구를 일정 부분 반영한 측면이 크다.  

문제는 지금까지 사무공간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결국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성과이고 그 성과를 이끌어내는 건 임직원의 동기부여와 조직몰입에 있다. 네이버 직원 중 2%만 사무실 출근을 원한다는 결과는 다른 기업에게 확대 적용해서 조사해도 그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 근무가 성과를 항상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다수의 기업은 재택 근무를 채용 조건으로 내세울 때 훨씬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을 현재 경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무실 출근이 아닌 재택 근무일 때 구성원의 효과적인 몰입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업도 이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입사할 미래 A급 인재들 역시 사무실보다 자유로운 공간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흥미로운 국내 연구가 있다. 올해 HRD연구 학술지에 게재된 재택근무 영향을 살펴본 연구에 의하면 리더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는 재택 근무 중인 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고 고립감이나 불안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있음을 연구 결과로 제시하였다. 비대면 재택 근무에서도 구성원들의 소속감 형성, 동기부여, 조직몰입에는 리더의 신뢰도가 가장 중요했다. 

해당 연구의 또 다른 교훈은 재택근무 강도가 높아지면 조직몰입 수준이 높은 구성원도 고립감 완화가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즉, 비대면 온라인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구성원들이 대면에서 동료와 함께 느끼는 소속감 욕구를 비대면 상황이 완전히 메울 수는 없다는 뜻이다. 메타버스에서의 활발한 논의가 사람의 본능인 심리적 안정감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사무공간의 위치가 아니라 리더의 신뢰에 달려 있다

2020년 국제 사회정책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Sociology and Social Policy)에 게재된 ‘코로나 19가 업무환경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도 재택 근무가 점점 보편화되면 동료 간의 정서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에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상호 보완하는 하이브리드형 근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구성원의 성과와 동기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재택과 사무실은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적절히 혼합하되 리더가 구성원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피스의 위치보다 더욱 중요한 건 구성원들이 얼마나 리더를 신뢰하느냐에 있다. 

리더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재택도, 사무실도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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