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엔화 가치하락 위험수준...20년만 엔달러 129엔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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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엔화 가치하락 위험수준...20년만 엔달러 129엔 돌파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2.04.24 09: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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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 "예전과 달라"...‘나쁜 엔저’ 우려 확산  
한때 엔 달러환율 129엔(약 1248원)까지 치솟아
엔저, 급격한 물가 상승에 기름 끼얹는 상황
日 언론, ‘나쁜 엔저’ 원흉은 ‘아베노믹스’ 비판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일본 엔화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과거에는 엔저 상황이 일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이젠 ‘나쁜 엔저’로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급격한 엔화 약세가 일본의 물가 상승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해, 일본 기업은 물론 국민의 부담을 크게 가중해 각지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엔화가 국제적인 위기 상황에서 더는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지 않게 된 것에 대한 우려는 물론, ‘엔저’의 원흉이 ‘아베노믹스’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엔화는 지난 3월 28일 1달러에 125엔(약 1209원)대를 나타낸 뒤, 4월 13일에는 한때 1달러에 126엔(약 1219원)대를 돌파했고, 20일에는 급기야 1달러에 129엔(약 1248원)대까지 올랐다. 이는 2002년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높은 엔·달러 환율 기록이었다.    

지난 22일,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엔저 상황임에도 금융완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발언해, 엔화가 다시 한때 129엔대로 올랐다.   

이에 일본의 각계각층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물론, 일본 언론들도 관력 소식을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약 20년 만에 129.24엔을 넘어선 상황을 22일 보도하고 있는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엔・달러 환율이 약 20년 만에 129.24엔을 넘어선 상황을 22일 보도하고 있는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일본 언론들은 보통 엔저 상황에서는 일본의 기간 산업인 자동차 등의 수출 기업의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일본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이번에는 ‘나쁜 엔저’로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는 엔저의 수혜를 입었던 과거와 달리 일본의 기업 환경이 크게 변했으며, 많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엔저가 각종 제품의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서구 국가에서 작년 말부터 코로나 상황의 종식을 기대한 수요 급증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일어나 세계적인 가격 상승 도미노가 일어나는 가운데, 미국의 금융정책에 의해 급속한 엔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G7(세계 7대 주요 선진 경제국) 국가의 경우 지난 30년간 임금이 지속해서 높아졌지만, 일본의 경우 그다지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일본인들의 실생활에 끼치는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합계 약 6000품목’이라는 자막과 함께, 제품 인상 상황을 23일 보도하고 있는 니혼TV의 정보방송 ‘웨이크업’. 사진=니혼TV화면 캡처.
합계 약 6000품목’이라는 자막과 함께, 제품 인상 상황을 23일 보도하고 있는 니혼TV의 정보방송 ‘웨이크업’. 사진=니혼TV화면 캡처.

니혼TV의 정보 방송인 ‘웨이크업’은 23일 올해 들어 주류 및 음료는 15%, 유제품은 13%, 가공식품은 12%, 과자 10% 등, 약 6000개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다는 제국데이터뱅크의 발표를 소개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일본의 유력 경제・사회 연구소인 ‘다이와소켄’의 쿠마가이 미쓰마루 부이사장은 20년 전의 엔저 상황과 지금의 경제 상황은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는 과거에는 일본의 많은 기업이 국내에 공장을 두고 수출했기에 엔저가 큰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해외 현지 생산이 늘어나 오히려 일본이 많은 제품을 수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화면에 ‘나쁜 엔저(悪い円安)’라는 큰 자막과 함께, ‘나쁜 엔저’에 관해 23일 설명하고 있는 니혼TV의 정보방송 ‘웨이크업’. 사진=니혼TV화면 캡처.
화면에 ‘나쁜 엔저(悪い円安)’라는 큰 자막과 함께, ‘나쁜 엔저’에 관해 23일 설명하고 있는 니혼TV의 정보방송 ‘웨이크업’. 사진=니혼TV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최근 수입품 가격 인상 도미노로 인해 엔저의 폐해가 두드러지게 됐다며, 미국의 금리는 오르는데, 일본은 과감한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으므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가가 오를 때, 국민의 임금도 제대로 오르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일본의 유력 경제지인 겐다이 비즈니스는 23일 ‘“일본은 점점 『빈곤』해져, 정말 곤란해요!” 해외 거주 일본인을 덮친 “엔저 지옥”의 너무나 위험한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나쁜 엔저’의 영향이 일본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이전에는 분쟁 등 지정학적 위험도가 높아지면 자금 운용의 위험을 피하고자 세계의 투자자금이 엔에 집중되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함께, 그 통설은 어이없게 종언을 맞이했으며 이제 엔화는 ‘안전 통화’로 간주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교도통신은 일본의 급격한 엔저에 대해 IMF(국제통화기금)가 우려를 표명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4일, 일본 유명 의류 업체인 ‘유니클로’의 아나이 다다시 회장이 “엔저의 장점은 전혀 없습니다.”라고 일갈해 일본에서 화제가 됐다. 그리고 일본 전체로 보면 (엔저의) 단점만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의 상황이 걱정된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현재 비정상적으로 전기, 가스, 휘발유 요금이 오르면서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엔화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큰 우려를 보였다.

엔화 약세의 원인이 된 금융완화(아베노믹스)로 대기업들이 많은 혜택을 받아왔다며, 그동안 그것을 노동자에게 환원하지 않은 기업들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컸다.

지난 15일, 일본의 유력 경제지인 프레지던트는 ‘“역시 아베노믹스가 원흉이었다” 금융완화를 이어가는 일본이 가난해지는 당연한 이유’라는 제목과 함께 ‘나쁜 엔저’의 원인은 미국의 금융정책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일본은행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본은행의 행보는 아베노믹스의 간판 정책이 유발한 것이며 애당초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를 성장시킬 힘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또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에 있어 ‘엔저’야 말로 위험이라며, 아베노믹스로 초래된 문제를 지금 일본 국민이 짊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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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 2022-04-25 12:49:23
아베가 열일했네

이현중 2022-04-24 12:52:37
엔저가 확실히 후유증이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