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㉚ 시간과 거리의 싸움, 전기차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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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㉚ 시간과 거리의 싸움, 전기차 충전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4.17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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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시장 2025년까지 7배 성장 예상
전기차 충전 시장 관건, 시간 줄이고 거리 늘리고
업계 궁극적 전기차 충전 대안 '다이내믹 WPT'
태양광 패널, 태양광 충전 대안으로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만약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뇌리를 스치는 대답 중 하나는 단연 '충전소 부족'일 것이다. 실제로 전기차를 구매했거나 구매 문턱까지 갔던 사람들은 입을 모아 전기차를 맘 편히 굴리려면 무엇보다 충전이 쉬워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건 내 집에서 충전하는 것이고, 아파트라면 주차장에서 충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요즘 짓는 아파트라면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주차면을 의무적으로 건설해야 하지만 이미 지어진 아파트는 기존 주차면의 일부는 전기차 충전소로 바꿔야 한다.

난관은 여기서부터다. 아파트 내 충전소를 설치하려면 입주자 대표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대표회의가 없을 경우 입주민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주차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아파트일수록 주민들의 반대 강도는 더욱 강하다. 여기에 2018년 7월부터 전기차 충전기 설치 주차면에 일반차량이 주차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면서 반감은 더 커졌다. 이 밖에도 "충전 전기세를 왜 입주민이 공동 부담해야 하냐" "화재라도 발생하면 어쩌냐" 등 반대 명분은 차고 넘친다. 또한 극히 적은 주차면에만 충전기가 허용되면서 다른 전기차 소유주와 쟁탈전을 벌여야 하고 충전을 위해 공공 급속충전소를 전전해야하는 수고도 감수해야 한다. 급속충전이라고 해도 주유소처럼 몇 분 안에 끝나지 않는다. 완전 충전까지 짧게는 1~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충전소 확대 걸림돌

전기차 충전은 내연기관차의 연료 주입과 다르다. 전기차 충전소를 현재의 주유소만큼 곳곳에 설치한다고 해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배터리가 바닥난 스마트폰을 아무리 급속충전한다고 해도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것과 유사하다. 전기차 충전소가 많지 않고 충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한 번 충전으로 최대한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데 집중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충전 편의성을 더욱 떨어트리니는 악순환을 낳는다.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커지면 가정용 교류전원을 이용한 출력 3kw의 충전으로는 밤새해도 완전 충전을 할 수 없고 50kw 출력으로 급속 충전해도 30분 이상 걸린다.

결국 급속 충전으로만 충전하는 경향이 강해질 텐데 이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 배터리 용량 증가는 전기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차량 전체 무게를 증가시켜 연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여기에 급속 충전의 규격이 국가별, 전기차 제조사별로 다른 표준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KAIST 무선전력전송연구단이 2010년 개발한 무선 충전 전기버스 46 퓨처 모빌리티 온라인 전시차(OLEV)의 모습. 사진제공=KAIST 

실현 가능한 충전 기술

전기차의 새로운 충전 방식으로 현재 실용화 논의가 활발한 건 '무선전력전송(WPT·Wireless Power Transfer)' 기술이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술을 전기차의 충전에 응용한 것으로 구현방식은 이렇다. 노면에 묻은 송전 코일에서 차체 밑부분에 설치한 수전 코일에 전자유도 응용기술인 '자기공명결합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한 다음 이 전력을 전기차 배터리로 보내 충전한다. 

WPT는 송전 시스템을 주차면 바닥에 매립하는 방식이기에 충전 가능 장소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충전장소가 늘어 수시로 충전기 가능한 조건이 되면 배터리 용량을 지금보다 작게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이미 많은 자동차 관련 기업이 WPT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미국 '와이트리시티'와 '퀄컴'은 각각 진영을 구축하고 상용화 경쟁을 하고 있다. 실제 WPT 지원 전기차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물론 WPT도 한계는 있다. 대부분 주차장 시설에 WPT가 도입된다면 시내 주행 정도는 배터리 걱정 없이 다닐 수 있겠지만 장거리 주행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줄어든 배터리 용량과 낮은 배터리 출력은 장거리를 달릴 때 불안 요소다. 

전기차 업계는 이런 한계를 넘어 궁극적으로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에 WPT 송전 시스템을 부설해 전기차가 주행하는 도중 필요한 전력을 얻을 수 있는 '다이내믹 무선전력 전송'을 준비하고 있다. 다이내믹 WPT는 시내 주행 때 주행시간의 4분의1은 신호대기로 서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도쿄대학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신호등 전지선부터 뒤로 30m 구간의 도로 밑에 WPT 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전기차들은 신호 대기 중 충전돼 215km 구간을 달려도 배터리 잔량에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지선이 없는 고속도로에서도 다이내맥 WPT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가드레일에 전력을 공급하는 트롤리선(접촉선)을 두자는 아이디어다. 전기차에 집전을 위한 로봇팔을 내장하고 전기를 받을 때만 팔이 차체 밖으로 나오게 해 트롤리선에 접촉하면서 달리게 하자는 게 골자다. 이는 현재 전철이나 트램 등이 움직이는 방식과 동일하다.

만약 주행하면서 충전하는 다이내믹 WPT를 지원하는 전기차가 상용화된다면 현재의 전기차와 다른 모습이 된다. 탑재하는 배터리는 최소화되고 주행거리는 거의 무제한이 된다. 차체가 가벼워 차량 가격도 내리고 충전 요금도 낮아진다. 

태양광 패널을 활용한 태양광 전기차 모습. 사진=라이트이어닝 

태양광 패널로 충전 없이 달린다

태양광 에너지를 자동차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대안이다. 자동차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2019년 네덜란드 스타트업 라이트이어는 장거리 태양광 전기차 '라이트이어 원'의 시제품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라이트이어 원은 후드와 지붕에 덮인 5m²의 태양전지에서 동력을 얻는다. 한 번 충전으로 725km를 달릴 수 있다. 

상용화를 앞둔 모델도 있다. 2020년 12월 미국 자동차 업체 압테라는 충전이 필요없는 태양광 전기차를 공개했다. 비행기를 닮은 유선형 3륜차로 지붕에 달린 3.1m² 넓이의 태양광 패널로 하루 약 72km를 달릴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7월 태양광 충전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모델이 출시됐다. 제네시스가 공개한 G80 전동화 모델에는 태양광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솔라루프 옵션이 있다. 솔라루프는 약 3km를 주행할 수 있는 730Wh의 전력을 하루 동안 충전할 수 있다. 주행거리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지만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태양광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길지 않지만 소비자의 주목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지난해 말 출시한 압테라는 미국에서만 사전예약 4000대를 돌파했다. 다만 인구밀도가 높고 지하주차장이 많은 한국에서 현재 기술의 태양광 자동차가 현실적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현대차그룹의 EV파크 등을 비롯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140조원 전기차 충전 시장 선점하라

국내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2025년까지 7배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충전 인프라스트럭처 시장 규모는 2020년 149억달러(약 18조원)에서 2027년 1154억달러(약 142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은 140조원 규모의 전기차 충전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E-pit)'를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을 비롯해 도심 3곳에서 운영 중이며 향후 도심에 3개의 이피트를 갖출 예정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전기차 전용 충전소를 열고 무선 충전 서비스 사업에도 나선다. 또한 충전 시간을 더욱 가치있게 만든다는 전략 아래 충전소에 세차 등 편의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4월 초급속 충전기 제조사 시그넷EV 경영권을 인수해 전기차 충전 시장에 진출했다. 시그넷EV는 초고속 급속 충전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췄다. 이 회사가 개발한 350kW 급속 충전기는 2018년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초급속 충전 인증을 획득했다. 미국에서의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SK는 시그넷EV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기차 충전 사업을 확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0분 정도 충전하면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의 약 80%를 충전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 SK텔레콤의 정보통신 기술 등을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SK는 볼보자동차와 중국 지리자동차의 합작 브랜드인 폴스타에도 6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해 전기차 배터리 분리 렌털사업과 에너지저장장치(ESS)향 배터리 렌털 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올해 3분기 안에 이동형 방문 충전 서비스 상품출시를 앞드고 있다. 35km를 주행할 수 있도록 방문 충전하는 서비스다. 전기차 긴급 충전을 위한 이동 충전 차를 통해 전기차 이용객의 편의를 돕는다. 향후 이동형 전기차는 전기차의 충전 편의성을 개선하는 중요한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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