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발방지책 없이 처벌만...'현산, 영업정지 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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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발방지책 없이 처벌만...'현산, 영업정지 8개월'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4.01 17: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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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현산에 '건설업 등록 말소' 가능성도 시사
공사 관리감독 해야할 관할관청 처벌 유야무야
처벌보단 재발방지대책 우선해야 제2,제3의 붕괴사고 막을 수 있어
유태영 산업부 기자
유태영 산업부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영업정지 8개월, 건설업 등록말소"

지난달 30일 서울시가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에 영업정지 8개월 행정처분을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올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현장 건물붕괴사고를 일으킨 현산에 '가장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을 시사하며 건설업 등록말소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모두 결과에 대한 처벌만을 얘기하고 있다. 그보다 참혹한 결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하는 방법은 처벌보다 뒷전에 놓인 모습이다. 또한 공사현장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관할 관청에 대한 처벌은 빠져있다. 대형건설사일수록 현장 갯수가 많아질수 밖에 없는데 처벌만 하다보면 수많은 현장이 차질을 빚게 될 우려가 높다.

학동 건물붕괴 사고와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불법 재하도급 여부가 핵심이다. 철거공사의 경우 기존엔 조합이 직접 발주하다가 비리와 부실공사가 빈번하여 시공사가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시공사는 발주자인 조합 측 의견대로 따라가게되고 이 과정에서 재재하도급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감시하고 바로잡아야 할 관할관청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시공사만 처벌한다고 해서 관행으로 굳어진 구조가 바뀌진 않을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본사.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사진=연합뉴스

최근 건설업체들은 각종 건설관련 노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조 설립은 신고제여서 2인이상이면 누구나 만들수 있다. 이에 지역 건설현장은 각종 건설 노조들이 난립해 공사를 방해하고 노조발전기금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특정 업체를 선정해줄것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어 공기를 맞추기 위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노조발전기금을 주지 않거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드론으로 실시간 공사현장을 촬영해 안전모를 벗거나 찰나의 위험한 순간을 포착해 지자체에 신고해 현장감독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경찰과 관할관청은 단속하지 않고 있어 점점 더 많은 노조가 난립하고 있다. 

붕괴사고는 사전에 징후가 포착되기 마련이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도 사고 전에 콘크리트 조각과 쇠뭉치가 지상에 떨어진다며 인근 상인들이 1500건 넘게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광주 서구청 담당 공무원들은 현장에 별다른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이런 관리감독 소홀을 방지하는 것에 대해선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현산에 광주 학동 붕괴사고에 대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리며,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처벌은 6개월 이내에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추가로 1년 영업정지 또는 건설업 등록말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처벌을 내리게 된다면 진행중인 시공사인 현산 뿐만 아니라 현재 짓고 있는 아파트 입주예정자들도 직간접적 피해를 입게 된다. 이들이 붕괴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처벌을 통해 일부 현장사고가 줄어드는 효과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벌만으론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할순 없다. '원·투 스트라이크 아웃'과 같은 명명하기 좋은 문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현재 시공사들이 겪고 있는 난맥상(亂脈相)을 풀어주고, 관할관청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게끔 만드는 대책 마련이 처벌보다 우선돼야 제2, 제3의 붕괴사고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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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 2022-04-02 10:12:56
3번째 단락에서 2번째 줄에 오타 있습니다. "바주하다가' -> "발주하다가"
정정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