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연대기Ⅱ] ⑦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년사 (1)- 첫 작품은 '릴리 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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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연대기Ⅱ] ⑦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년사 (1)- 첫 작품은 '릴리 해머'
  •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 승인 2022.03.30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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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10주년
최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우스 오브 카드’아니라 ‘릴리 해머’
로컬 콘텐츠의 오리지널化전략...‘오징어 게임’도 같은 맥락서 탄생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콘텐츠 제작자 몇몇이 모인 자리였다. 업계 사람들끼리 만나면 늘 그렇듯 만나면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도 업계 이야기로 빠지는 것이 당연한 일.

당시 막 성장하고 있던 온라인 영상 유통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발표한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 (House of card)’의 인기가 화제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정식적인 루트로 그 작품을 보기가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이미 ‘다른 경로’로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다수 있었고 괜찮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다들 몇 십년씩 일했던 사람들인만큼 당시 단순한 온라인 영상 유통 플랫폼이었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그냥 저냥한 독립 영화나 웹 드라마 수준일 거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어지간한 미드의 수준을 뛰어 넘는 하우스 오브 카드는 충격 그 자체에 가까웠고, 모임 자리에서 한 사람이 말한 ‘예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게 시작일거라고, 두고 봐. 몇 년 뒤에 시대가 바뀔 거야” 농담처럼 한 이야기가 지금도 인상에 남은 이유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릴리해머’ (2012) 포스터. 사진=넷플ㄹ리스 홈페이지 캡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릴리해머’ (2012)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작

지금이야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지만 당시만 해도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유명해지기 시작했던 계기가 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첫번째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알고 있는데 사실과는 다르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공개된 2013년보다 1년 전에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했다. 바로 ‘릴리 해머’라는 작품이다. 노르웨이와 미국이 합작한 이 TV 드라마 시리즈는 역사적인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하우스 오브 카드의 존재감과 흥행에 밀려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2012년 2월 이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말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넷플릭스는 제작을 하던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넷플릭스는 우편이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같은 영상물을 제공하는 회사였다. 좀 심하게 말하면 잘나가는 온라인의 비디오 대여점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많은 사람의 인식이 그러했다)

릴리해머는 전직 뉴욕 갱이었던 주인공이 자신이 몸담고 있던 마피아 갱단의 범죄 사실을 재판에서 증언하고 갱단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증인보호프로그램으로 노르웨이의 외딴 릴리함메르에 위장 신분으로 숨어지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드라마다(2022년 기준 한국 넷플릭스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공개 한달 전 노르웨이 방송국을 통해 노르웨이 로컬에서 TV 방영이 되었다. 방영 당시 노르웨이 인구의 1/5인 약 백만명이 시청을 했다고하니 작품적인 면에서도 평가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할 수있을 것같다. 

스티븐 반 잔트는 이 시리즈에서 주연, 작가, 연출, 총괄 프로듀서까지 그야말로 작품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사진=넷플릭스홈페이지 캡처
미국 출신의 연주가이자 배우면서 영화감독이기도한 스티븐 밴 잰트는 릴리해머 시리즈에서 주연, 작가, 연출, 총괄 프로듀서까지 그야말로 작품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사진=넷플릭스홈페이지 캡처

전편 공개와 빈지 와칭의 시작

릴리 해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시작 답게 ‘전(全)편 동시 공개’로 처음 소개되었다. 매주 한편 씩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되던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던 시기에 전편 동시 공개가 이루어질 거라는 말을 듣자 릴리 해머의 주인공이었던 스티븐 반 잔트 (그는 인기 미드인 소프라노즈에서도 마피아 단원으로 출연했다)는 처음에는 멈칫했다고 한다. 현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이며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제가 스티비 (스티브 밴 잰트)에게 매주 에피소드를 한 편씩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모든 시즌을 공개한다고 하니, 멈칫하더군요. “1년 동안 피땀 흘려 고생한 작업물을 하루 만에 시청할 수 있게 한다고요? 그건 조금 이상한데요” 라고 하길래 저는 이상하지 않아요 라고 대답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앨범 작업하는 것과 같아요” 그러자 스티비가 웃으며 동의했죠

릴리 해머의 시사회 장에서 스티븐 반 잔트와 테드 사란도스. 사진=유튜브 캡처
릴리 해머의 시사회 장에서 스티븐 밴 잰트(왼쪽 두번째)와 넷플릭스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오른쪽 첫번째). 사진=유튜브 캡처

릴리 해머는 새로 개봉되는 시리즈 드라마가 한 번에 공개되며 개봉 당일 빈지 와칭 (binge watching, 콘텐츠 몰아보기)이 이뤄지는 새로운 콘텐츠 풍속도를 만들어냈다.

또한 넷플릭스가 지금도 강력하게 밀고 있는 ‘로컬 콘텐츠’에 대한 실험의 하나이기도 했다. 유명한 작품들 뿐만 아니라 각 나라마다 특색 있는 콘텐츠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할 수 있게 하는 이 전략은 다른 OTT와는 다른 차별성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고 9년 뒤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K-드라마가 세계로 뻗어가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이러한 모든 역사의 시작에 있는 ‘릴리 해머’가 넷플릭스를 통해 첫 상영된 2012년 2월 6일을 기념해 넷플릭스는 이 날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시작일로 삼았고, 지난 2022년 2월 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10주년을 기념했다.

릴리 해머가 콘텐츠 역사에 작품적으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테드 사란도스의 말처럼 “이렇게 멋진 10년의 여정을 시작하게 해 준” 릴리 해머에 대한 기억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계속 기억될 것이다. (계속)

●문동열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LG인터넷, SBS콘텐츠 허브,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금융부 등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해왔다. 콘텐츠 제작과 금융 시스템에 정통한 콘텐츠 산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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