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日, 후쿠시마 강진에 휘청…동일본대지진후 첫 ‘전력 부족 경보’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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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日, 후쿠시마 강진에 휘청…동일본대지진후 첫 ‘전력 부족 경보’ 발령
  • 김재훈 일본방송 언론연구소장
  • 승인 2022.03.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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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강진, 다수 화력 발전소 가동 중지
도쿄전력 22일 전력 수급 상황 '매우 심각'
日 정부, 사상 첫 ‘전력 수급 부족 경보’ 발령
경제산업성 "동일본대지진 이후 가장 심각"
김재훈 일본방송 언론연구소장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지난 16일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일어난 최대 진도 6강, 규모 7.4의 강진으로 일본 열도가 휘청이고 있다. 강진의 여파로 인근 화력 발전소들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로 진원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출력 100만 킬로와트 규모의 신치 화력 발전소의 1호기는 강한 흔들림으로 가동이 정지됐다.

화력발전 원료 수급난도 예상된다. 지진 여파로 석탄전용 부두에 있는 석탄 수송기 4대 중 2대가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설비 복구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100만 킬로와트 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 2기가 있는 하라마치 화력 발전소도 가동 중이던 1호기가 지진으로 자동 정지했고, 보일러 등 연료 설비의 피해가 확인됐다. 히로노 화력 발전소 역시 발전 시설 1곳에서 변압기 누유가 확인 돼 가동을 멈췄다.

도쿄전력 역시 22일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쿄전력 측은 "현재 피해 상황을 조사 중이며 언제 복귀가 가능한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피해 화력발전소를 관리하는 도쿄전력 담장자는 "파손된 화력 발전소들은 동일본대지진 당시에도 쓰나미로 큰 피해를 본 곳"이라면서 "이번 강진의 경우 동일본대지진을 웃도는 강한 흔들림에 의해서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절전에 참여하기 위해 전등을 끈 채 일하고 있다. 지진에 이은 발전소 가동 중단과 추위 때문에 전력이 부족해지면서 22일 수도권과 도호쿠 지역에 전력 수급 위기 경보가 발령됐다. 사진=교도/연합
일본 경제산업성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절전에 참여하기 위해 전등을 끈 채 일하고 있다. 지진에 이은 발전소 가동 중단과 추위 때문에 전력이 부족해지면서 22일 수도권과 도호쿠 지역에 전력 수급 위기 경보가 발령됐다. 사진=교도/연합

일본 정부는 전력 수급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2012년 제정된 '전력 수급 부족 경보'를 21일 처음으로 발령했다. '전력 수급 부족 경보'는 수요 대비 공급 여력이 3%를 밑돌 전망이 나왔을 때 발령한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가계와 기업에 절전을 당부했다. 가정이나 기업 등에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난방의 설정 온도를 20도로 하는 등 협력을 호소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동일본대지진 직후, 계획 정전을 시행한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22일 만약 전력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면 대규모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경제산업성에서 전력 수급 경보에 관한 정보가 들어온 적이 없었다"며 "갑작스럽게 내려진 결정"이라고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

21일 현재 지난 16일 후쿠시마 강진으로 가동이 중지된 히라노 화력발전소 6호기가 여전히 가동이 정지된 상태라고 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 NHK 메인 뉴스 ‘뉴스워치9’ 화면 캡처.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일본 내 대형 편의점 체인의 홍보 담당자는 "본사 조명을 어둡게 할 것"이라면서 "각 가맹점의 경우 사람이 없는 시간대 불필요한 전등을 끄도록 독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대기업의 홍보 담당자 역시 "이번과 같이 급한 경우는 처음"이라면서 "대응 방침을 알 수 있는 것은 내일(22일) 아침일 것"이라며 곤혹스러워했다.

21일 일본 정부는 22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전력 수급이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니혼TV 메인 뉴스 ‘news zero’ 화면 캡처.

일본 네티즌들은 격앙된 반응이다. ‘전력 민영화’의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거나 전력이 이렇게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친환경 발전에 집중하기보다는 원자력 발전소의 증설이 필요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동시에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을 서두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전력 부족 사태가 일본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낳은 인재라고 지적한다.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징후가 있었지만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말 경제산업성 등은 올 겨울 일본 열도 전체의 전력 예비율이 3%를 밑돌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비록 후쿠시마 강진은 천재지변이지만 전력 부족이 사전에 예상됐던 만큼 일본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강진과 만나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력 수급 부족 경보” “공급예비율”이 3%를 밑돌 때 발령’이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하고 있는 TV도쿄 밤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22일 상황 역시 좋지 않다. 도쿄전력은 일본 전국의 전력 대기업 7개사로부터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최대 141만7800킬로와트 전력을 융통 받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오전 10시 현재 전력 사용률이 101%를 넘었다고 전했다.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은 22일 정오 무렵 긴급 회견을 열고 "‘전력 수급 부족 경보’가 나와 있는 도쿄전력 관할 지역에서 절전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상황이 계속되면 저녁 이후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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