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호한 '중대재해법' ...법 적용 단계부터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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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호한 '중대재해법' ...법 적용 단계부터 '갈팡질팡'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3.18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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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과정부터 '모호함' 지적
고용부, 시행 초 급발진...
한달후 속도조절 의심커져
경영계와 노동계 갈등만 증폭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 50일을 넘어가고 있지만 법 시행 이전부터 제기됐던 '모호함'탓에 경영계와 노동계간 갈등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입법과정에서부터 법조계에선 '명확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 '책임주의 원칙' 위반이라며 지적해왔다. 법 시행이후 지금까지도 이 지적은 유효하다.

이 법이 제정된 직접적인 배경은 지난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의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사망한 뒤부터다.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라는 여론에 힘이 실려 여야가 모두 동의해 만들어진 법이다. 지난해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입법됐다. 입법된 후 지난해 1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포돼 1년이 경과한 올해 1월 27일부터 법이 시행됐다. 

가장 먼저 적용대상이 된 곳은 상시 근로자 50명이상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의 공사)이다. 이 부분은 명확하게 적용대상 여부가 가려진다.

법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로 인해 1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처벌도 동시에 받아야한다.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할 경우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됐다.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그룹 오너나 원청 대표이사, 최고안전책임자(CSO) 등이 해당될 것으로 해석된다.

도급·용역·위탁한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원청 대표가 처벌받게 된다. '종사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부분에 있어서 모호함이 발생한다. 어느 정도 범위까지 해당되는가 하는 것이다.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사고들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4일엔 대전시 대덕구 한국철도공사 대전차량사업소에서 근로자 1명이 열차 점검중 사망했다. 공기업에서도 사망사례가 처음 나오게 됐다.

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2월 18일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두성산업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사진=연합뉴스

고용부는 법 시행 초기에 신속하게 사건 처리 속도를 높였지만 현재는 사고 발생 소식만 전해질뿐이다. 법 시행 3일째에 3명이 사망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에 대해 사고발생 12일만에 중대해처벌법 위반으로 검찰에 입건됐다. 이후 수사결과에 대해선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안전보건 확보의무', '경영책임자' 등 해석이 갈리는 문구에 대해 이정표가 돼줄 판결이 나오기 까진 경영계와 노동계는 계속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는 윤석열 당선인을 구심점 삼아 법 개정을 추진하려하고, 노동계는 오히려 지금 보다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적용대상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법취지가 산재예방에 방점이 찍혀있었던 것과 달리 법 시행 이후 관심사는 누가 가장 먼저 처벌 받을 것인가와 처벌을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히려 '오늘은 OO회사에서 중대재해 발생'따위의 가십성 정보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보건 관리 조직이 신설되고,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신설되는 등 긍정적인 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이같은 예산과 인력들이 대표 처벌을 막기 위한 대책이 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해당하는 사례가 무엇인지, '안전보건 의무 확보'에 해당하는 것은 무언인지 등에 대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고용부 뿐만 아니라 사법 당국도 면밀하게 들여다보되 속도감 있게 결과를 제시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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