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때 조선 침공한 왜구의 소굴…산단베키(三段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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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때 조선 침공한 왜구의 소굴…산단베키(三段壁)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7.0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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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른팔 구마노 해적의 대피지…임진왜란때 조선 침공

 

일본 오사카에서 와카야마(和歌山)현으로 가면, 산단베키(三段壁)라는 명승지가 나온다. 파도가 깎아 만든 동굴이다. 바깥은 천연 절벽으로 둘러 싸여 있다. 와카야마현의 3대 관광지 중 하나라고 한다.

해적 소굴로는 제격이다. 남쪽 2km에 걸쳐서 깎아지는듯한 절벽이 이어져 있다. 이 대절벽은 높이가 약 50m, 폭이 약 2Km정도의 거대한 암벽으로, 절벽의 아래에는 구마노(熊野) 수군(水軍)의 배를 숨기던 장소로 전해지고 있다.

 

▲ /이하 사진=김인영

 

일본 역사서에 수군이라 함은 해적과 동일어다. 해적들이 집권 세력과 결합해 관군으로 편성될 때 수군이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중국의 입장에서는 왜구(倭寇)라 불리는 해상 무장세력일 뿐이다. 집단적, 조직적으로 활동했으며, 때론 막부(幕府)의 군사조직으로 활약했다.

일본 역사에서 해적의 존재는 헤이안(平安) 시대(794년~1185)에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헤이안 초기에 세토 내해에서 수상으로 운송되는 관물을 강탈하는 해적의 존재가 등장할때만 해도 약탈 행위를 주로 하는 소규모 집단의 수준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헤이안 시대 후기에 이르면 수상 무장력을 확장해 대물림하는 형태로 무사 조직이 성장했다.

 

헤이안시대 해적 세력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① 와타나베 일당(渡邊党)= 셋쓰 국(攝津國) 와타나베 진(渡邊津)을 본거지로 세토 내해 수군계 씨족의 도료(棟梁)가 되었다.

② 마쓰라 일당(松浦党)= 와타나베 일족으로 13세기 여몽연합군에 맞선 규슈(九州)의 해적

③ 다치바나노 도야스(橘遠保)= 10세기 후지와라노 스미토모(藤原純友) 추토에 이요(伊予) 수군을 거느리고 활약했던 해적

④ 무라카미씨(村上氏) 수군= 호겐의 난 이후 전국(戰國) 시대까지 동쪽의 시와쿠(塩飽) 제도에서 서쪽으로는 호슈(防州) 가미노세키(上關)까지 장악한 수군

⑤ 구마노 수군(熊野水軍)= 기슈(紀州) 방면에서는 벳토씨(別當氏)로 대표되는 해적 무리. 단우라 전투에서 활약하했다. 이후 이들은 구키 수군(九鬼水軍)으로 이어졌다.

⑥ 기타= 아키(安藝)의 고바야카와 씨(小早川氏), 이요의 오치 씨(越智氏)와 고노씨(河野氏), 미우라 반도(三浦半島)의 미우라 씨(三浦氏), 쓰가루(津輕)의 안도 씨(安東氏) 등

 

▲ /사진=김인영

 

구마노 해적단은 무로마치(室町, 1338~1573) 시대에 본격적으로 성장해 해적질을 하며, 전국시대 말기에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수군으로 편성된다. 이들은 나가시마(長島)에서 일어난 잇코잇키(一向一揆) 정벌과 이시야마 전투에서 활약한다. 노부나가 사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아래에 들어갔다. 히데요시 밑에 들어간 구마노 수군은 규슈 정벌과 오다와라 공격에도 참가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수군은 1592년 조선 침략에 대규모 투입된다. 구마노 수군은 임진왜란 때 왜 수군의 일익을 담당했다. 구키 요시타카(九鬼喜隆)은 오다 노부나가 밑에서 수군장수로 공을 세운 인물인데, 구마노 해적 출신으로 임진왜란때 수군 총대장으로 임명되었다. 전쟁 초기에는 육지에서 활동하다가 왜 수군이 이순신 장군에게 한산도에서 패하자 왜 수군을 구원하기 위해 출동하다가 안골포 해전에서 이순신에게 대패하고 만다. 호라우치 우지요(堀內氏善)도 구마노 해적 출신으로 임진왜란에 참여했다.

 

 

우리 일행은 임진왜란때 조선을 침공한 왜구의 소굴로 들어가 보았다. 2007년 3월 29일, 일행은 오사카를 경유해 와카야마현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전망대에선 태평양이 펼쳐졌다. 우리 동해 바다와 같은 쪽빛이었는데, 저 앞의 바다가 태평양이라느 어쩐지 더 넓은 것 같아 보였다.

산단베키 절벽 해안이 드러난다. 깎아지르는듯한 바위가 양쪽으로 펼쳐지고, 그 사이에 3km 가량 바닷물이 들어와 있다. 절벽이 만들어낸 바다 협곡의 지세다.

구마노 해적소굴로 들어가려면 수직 터널에 설치한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엘리베이터 길이는 36m.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가보니 영략없이 왜구의 소굴이다. 동굴의 내부 길이는 150m라고 한다. 오랜 세월, 파도가 깎아 놓은 해식 동굴이다. 1,600만년전 해저의 모래와 진흙이 이동한 흔적들이 파도에 깎여 지층으로 드러났다.

 

 

동굴 안에는 자그마한 신사가 만들어졌다. 그 안에는 대흑천(大黑天)과 십육 동자가 놓여 있고, 비사문천(毘沙門天)이 모셔져 있다. 이른바 바다의 신이다. 이 귀신들이 해적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해적에겐 행운을 줄지 모르지만, 당하는 나라에서는 불행을 가져다줄 것이다. 전투에서 행복은 상대적이니까.

용머리도 보인다. 해룡일 것이다.

 

 

구마노 수군들의 복장도 만들어 놓았다. 그들은 수군이라 하지만, 고려와 조선을 쳐들어왔던, 바로 그 왜구들이다.

 

산단베키 동굴을 나와 사라라하마 해변을 가면, 엔게츠도(島)가 나온다. 일몰 때 두 개의 섬사이로 해가 진다고 한다.

▲ /사진=김인영
▲ /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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