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사업⑤] 돌산 갓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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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사업⑤] 돌산 갓김치
  • 박범준
  • 승인 2017.07.01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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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명품은 무엇일까…사람의 솜씨가 꿈이다

 

[박범준 농촌전문가] 예전에 전라남도 여수하면 유명한 것이 바로 바다낚시였다.

주말이면 바다낚시를 즐기려 전국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바다낚시를 끝내고 육지에 발을 올려 놓게 되면 허기가 찾아오고, 얼큰한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난다. 바닷가 주변의 식당을 찾아가 막걸리 한 주전자를 시키고, 간단한 안주를 시키면, 주인장은 막걸리 한 주전자와 김치 몇 가지를 놓고 간다. 바다낚시꾼들은 막걸리를 한 잔씩 따라서 벌컥벌컥 먹고나서 김치 한 조각을 집어서 먹는다.

쌉조롬하니 입안에 군침이 돌며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김치를 두서너번 더 시켜서 먹는다.

“아줌마! 이 김치 맛이 끝내주네요!”“그래요?”

“그럼요. 쌉조롬하니, 입맛이 확 도네요”

“바다낚시하느라 힘도 들고 허기가 많이 져서 그런가보지요”

“아니예요. 진짜로 맛이 죽여주는 걸요”

“그나저나 이 김치는 뭘로 담그는 거례요?”

“그거 갓이라고, 우리동네 바닷가에 가면 지천으로 널려있다오”

“그럼 갓김치네요”

“그렇지”

 

 

바다낚시꾼들 사이에 ‘여수 갓김치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유명해졌다. 바다낚시를 즐기던 사람 중에는 유통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하시던 사람이 있었다. 여수에서 갓 김치 맛을 보고나서, 식당 주인 아주머니에게,

“아줌마! 저한테 갓김치 좀 파세요”

“갓김치를 산다고?, 팔거는 없는데.”

“그거 있잖아요.”

“그나저나 뭐에 쓸라고?”

“마눌아가 입맛이 없다고 해서, 이거 갖다주면 입 맛이 돌 것도 같고”

“아아. 그럼 그렇게 말할 것이지”

“왜요?”

“뭐 이런 흔하디 흔한 것을 돈 주고 살려고 그래. 내가 조금 나눠줄게”

“아줌마! 이 갓김치 장사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어요. 내가 장담을 하지요”

“아 서울양반, 시골사람이라고 우습게 보면 않되요, 갓 김치로 장사를 해서 돈을 번다고? 사람 놀리지 말고 얼른 들고 가시오”

 

 

태극부채

 

1980년대 무더운 여름, 더위를 쫒는 데는 태극부채만한 것이 없었다. 당시에야 에어컨도 귀할 때고, 이동 중에 손바람을 일으키는 도구로는 태극부채가 제격이었다. 값도 싸서 2개 100원정도 하니까......

1983년 여름, 우연히 약 2주정도의 기간동안 유럽 다섯나라를 다닐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의 여름은 무지하게 덥기도 하지만 습기가 많아서 후덥지근하다고 한다. 여행 준비를 마치고 나서, 별 생각없이 태극부채 2개를 사서 배낭에 집어 넣었다.

유럽에 도착해서 몇 날 몇일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프랑스 파리에서 자유시간이 생겼다. 자유시간을 이용해서 공원에 나간 일행은 나무그늘 밑의 벤치에 앉아서 태극부채를 꺼내들고 살랑살랑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부채질을 하고 얼마되지 않아 덩치가 산만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대부분은 프랑스 말을 하겠지만, 아무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손가락질을 하면서 뭐라고 한다.

이역만리 나라에 와서 일행도 없고, 말은 안통하고, 겁이 덜컥 났지만, 짐짓 태연한 척하면서 눈을 감고 여유롭게 부채 짓을 계속한다. 그러고 잠시 갑자기 누군가 나의 손에서 태극부채를 홱하고 낚아채 간다.. 눈을 뜨고 살펴보니, 어떤 사람이 내 부채를 들고 뛰어간다. 달아나는 사람을 잡으려고 일어서려는데, 내 손에는 100달러의 지폐가 쥐어져 있다. 아마도 부채를 빼앗아간 사람이 나에게 준 건가 보다.

나는 배당에서 나머지 한 개의 태극부채를 꺼내서 다시금 부채 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100달러 지폐를 손에 들고, 내 부채를 빼앗기 위해 쟁탈을 벌인다.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이 나의 부채를 낚아챈채 100달러를 던지다시피하고 도망간다.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 밀치고 땡기면서 나의 배당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 이상 부채가 나오지 않자 아쉬운 듯 뒤를 흘긋흘긋 보면서 간다.

졸지에 서울에서 100원에 샀던 2개의 태극부채가 프랑스 파리공원에서 200달러가 되었다.

 

마사이족의 창과 방패

 

미국의 유명한 백화점에서 마사이족이 사용하는 물건을 경매하는 행사가 열렸다. 마사이 족이 주로 사냥할 때, 사용하는 창, 방패 등등의 물건과 생활하면서 사용하는 의복이며 각종 생활용품들을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것인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물건 하나 하나마다 경매가 이루어지는데, 적게는 몇 십달러에서 많게는 수 천달러 까지 한다.

이 경매행사를 통해 주최측은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었다. 경매에 부쳐진 마사이 족이 사용하던 물품들은 현지에서 밀가루, 설탕, 소금 등등 마사이 족이 필요한 물건과 맞바꾼 것으로 돈으로 따지면 몇 십원, 몇 백원 정도를 주고 구한 것이기 때문에 수십 달러에서 수천 달러까지 경매가 이루어졌으니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등잔 밑이 어둡다

 

매일매일 접하고 익숙하면,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우선은 귀하다는 생각을 않한다. 그게 설혹 값비싼 보석이고 보물이라도....

마을 주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간, 어쩌면 몇 대를 거쳐 내려오다보니, 태어날 때부터 항상 거기에 있어 왔기 때문에 마을 주민 누구에게나 평범하고 익숙한 것이 왕왕 있다.

앞서 여수 갓김치처럼 다른 사람이 볼 때, 아주 훌륭한 솜씨도 너무 익숙하다보니 평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 마을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뭔가 꺼리가 있어야 한다. 그 꺼리를 찾는 일을 통상 자원조사라 한다.

 

굼벵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

 

원래 조물주가 생명체를 이 땅에 보낼 때는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재주를 줘서 보낸다고 한다. 아마 이런 연유로 “굼벵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쓸모없이 보이는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도 자세히 연구해 보면 각자 마다의 특징이 따로 있다. 세상의 미물이 이럴진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사람은 누구나가 하나 이상의 차별화된 특장점을 지니고 있다. 농촌마을 주민들을 보면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의 영향이 커서 그런지, 짚신을 잘 삼는 사람, 한과를 잘 만드는 사람, 장을 잘 담그는 사람, 전통 술을 잘 빗는 사람, 손 놀림이 좋아서 뭐든지 잘 만드는 사람, 노래를 잘 하는 사람, 남들과 비교하여 농사를 특별하게 잘 짓는 사람 등등이 있다.

이러한 솜씨들은 마을 주민들끼리는 하도 오랬동안 접해왔기 때문에 귀한 줄을 모르지만, 실제로는 살기좋은 마을을 만드는데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소비자 고객과 관련해서 농촌 마을 주부들의 특별한 솜씨가 마을 한 두 개를 먹여 살린 경우가 허다하다. 한과마을, 된장마을, 메주마을, 고추장 마을, 효소마을 등등 고객이 인정하는 맛을 내는 농촌 부녀의 손 끝,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놀라운 열쇠가 있는 것이다.

 

남이 인정하는 것

 

우리가 하는 말 중에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이쁘다’라는 말이 있다. 솜씨가 아무리 훌륭하고 좋아도 우리끼리만 좋아서는 별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꺼리가 필요한데, 그 꺼리가 일종의 미끼다. 소비자 고객이 기꺼이 돈을 내고 사갈 꺼리가 있어야, 우리 마을로 돈이 조금씩 조금씩 들어온다.

결국 훌륭한 꺼리란 고객이 소비자가 인정하는 꺼리여야 한다. 결국 그 사람들이 돈을 낼 것이기 때문에......

훌륭한 꺼리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혹시 꺼리를 잘 알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사줄 사람을 찾는다면 어떤 사람이 있을까?”

“마을 사람 중에는 누구 없을까?”

“농협에다 이야기 할까?”

“아니면 군청에다가?”

“농협이나 군청이나 어쩌다 한 번은 사겠지만, 매번 사주겠냐?”

“그럼. 누가 있을까?”

“참. 철수가 전번 설날에 와갔고, 조금만 보완하면 자기가 많이 팔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러고 보니까, 철수 말고도 서울 아파트 부녀회장이라는 순희도 자기가 많이 팔 수 있다고 했는데.”

 

마을에 살다가 이러 저런 이유로 마을을 떠난 출향민들은 마을의 솜씨도 잘알고, 도시지역의 다양한 상품들도 잘 안다. 결국 마을의 솜씨와 도시지역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을 비교해 볼 때, 어느 것이 훨씬 좋은지 나쁜지를 비교 할 수 있다.

그래서 출향민 중에 “조금만 손 보면 무지막지하게 팔 수 있다”고 호언 장담하는 솜씨, 혹은 꺼리는 성공할 확률이 아주 높다.

만약 출향민들이 많이 오는 추석 명절이나 설 명절 때, 마을주민 솜씨 자랑을 하고 출향민들을 중심으로 품평회를 해서 반응을 확인하는 것인 어떨까?

명절 때가 아닌 경우에는 마을 축제 기간중에 ‘마을 솜씨 경진대회’를 개최하여 솜씨를 뽐내고, 결국은 솜씨를 사줄 사람들, 예를들어 학교 영양사, 생활협동조합 임원, 식당 주인, 농협 매장의 점장 혹은 구매담당 상무 등등으로 평가위원을 구성하여 반응을 확인하면 어떨까?

평가위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수시로 만나서 그들이 지적한 사항을 하나하나 보완하면 바로 판매처가 확보된다.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면, 마을주민들의 주머니에 돈이 조금씩 차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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