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파장]② 무섭게 치솟는 원자재...시름 깊어지는 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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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 파장]② 무섭게 치솟는 원자재...시름 깊어지는 전세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3.03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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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110달러 넘어선 국제유가...천연가스 고공행진도 우려
곡물가 급등으로 일부 국가는 식량 위기 눈 앞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이 길어지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 중 한 곳이 원자재 시장이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이 길어지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 중 한 곳이 원자재 시장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이 길어지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 중 한 곳이 원자재 시장이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서면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심상치 않았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1년새 8배나 폭등했다. 

국제 밀 가격은 14년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전세계 경제에는 '공포'가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며, 전세계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배럴당 110달러 넘어선 원유...어디까지 오르나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7.19달러(7%) 오른 배럴당 110.6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2011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브렌트유 역시 장중 13% 급등한 배럴당 113.98달러까지 올랐으며, 이는 2014년 6월 이후 최고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에너지 가격은 전세계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잇다. 

리스타드에너지는 6월까지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각각 배럴당 125달러, 115달러의 고유가 흐름을 예상하기도 했다. 

고유가 흐름이 지속된다면 가뜩이나 뜨거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높일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기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도 이미 원자재와 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았지만 러시아 침공 이후 변동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사태가 빠르게 진정된다 하더라도 글로벌 공급망 훼손과 경제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관련 제재가 확대된다면 공급망 재편이 이뤄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경기 사이클 하강이 더욱 빨라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는 점은 이같은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정유기업들은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는 것을 주저하고 있고, 이는 에너지 가격을 추가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FT는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반발해 자국 제품 공급을 옥죄어 보복할 위험이 계속 대두되고 있다"며 "이는 유럽에 대한 영향 뿐만 아니라 미 경제에도 고통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고유가 흐름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요 파괴'라는 극단적인 방안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산 호만 MUFG 신흥시장 리서치 책임자는 "에너지 시장의 심각한 재고 부족과, 예비능력의 급감으로 인해 석유시장의 균형을 다시 맞출 수 있는 지렛대는 이제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며 "그것이 바로 수요 파괴"라고 말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이번주 들어 두 배 치솟아

세계 천연가스의 17%가 러시아에서 생산되고 유럽은 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한다. 대러 제재 강화로 인한 천연가스 공급 우려에 대해 전 세계가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는 이유다. 

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시장의 천연가스 가격을 대표하는 내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이날 장 중 한 때 약 60% 급등, MWh당 194유로를 넘어섰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번주 들어 두 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특히 이날 주요 언론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운영하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자회사인 노르트스트림AG가 이르면 이번주 스위스 법원에서 파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고조되던 지난달 22일 당시 독일 정부는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할 것임을 밝혔고, 미국 정부 또한 23일 노르트스트림AG기업과 임원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르트스트림2 카드를 뽑아들었고, 이로 인해 140명이 넘는 직원들과의 계약이 해지되면서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회사 측은 성명을 통해 "최근의 지정학적 국면이 펼쳐져 본사가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직원들과 계약을 해지해야만 했다"며 "이같은 전개가 진행된 데 대해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고 언급했다. 

아직까지는 독일 정부와 EU위 최종 승인이 나지 않은 까닭에 노르드스트림2 가스관이 가동되지는 않고 있었다. 

다만 러시아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향후 천연가스 공급량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각국 정부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향후 천연가스 공급량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의 천연가스 가격 강세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러시아는 세계 상품시장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번 갈등은 적어도 가격 상승에 러시아가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함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밀 가격 추이. 자료=CNBC
밀 가격 추이. 자료=CNBC

곡물 강국들의 전쟁이 밀 가격 폭등

FT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걱정스러운 영향 중 하나는 곡물과 식료품 가격에 대한 영향력이었을 것"이라며 "이미 전세계의 곡물 가격이 높아진 시기에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2일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은 전일대비 2.5% 급등,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 수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곡물 강국인 두 나라의 전쟁으로 인해 이들 국가의 수출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밀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곡물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식량 수급 불안정'이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케이틀린 우레시는 "우크라이나산 밀이 필수 수입품인 14개 국가 중 레바논과 예멘 등 절반 가까운 나라들은 심각한 식량 불안을 겪고 있다"며 "그 타격은 이들 국가에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너지 가격과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전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농업정책연구기관인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의 데이비드 라보르드 선임 연구원은 "우리는 전략적인 게임에서 식량이 다시 무기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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