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타 파산…추락한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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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타 파산…추락한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6.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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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오판과 고집으로 15년간 에어백 결함 숨기다가 끝내 부도

 

26일 일본 제조업 사상 최대의 파산사건이 발생했다. 자동차 부품 가운데 에어백을 생산하는 타카타(タカタ, 영문명 Takata) 가 26일 미국과 일본 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조치다.

타카타의 부채 총액이 1조엔 이상(1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 니케이신문에 따르면 타카타의 부도는 일본 제조업으로는 최대, 전산업으로는 8위 수준이다.

1933년에 창업해 84년 역사를 자랑하는 타카타는 창업 3세만에 파산하게 됐다. 파산의 결정적 이유는 창업 2세의 안전불감증, 남의 얘기를 듣지 않는 고집 때문이라는 게 미국과 일본 언론의 평가다. 창업자 가문은 제품에 결함이 발생하면 회사가 파산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한 에어백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의 폭발 위험에 대한 경고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문가들의 경고를 듣지 않고 불량 제품을 팔았고, 대규모 리콜이 들어오면서 파산하고 말았다.

 

1933년 창업자 타카다 다케조(Takada)가 일본 시가현(滋賀県)에서 낙하산 구명줄과 섬유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설립한다. 그후 타카타사는 2차 대전에서 일본 제국군대에 낙하산을 제작, 공급하는 군수업체로서 급성장했다.

▲ 타카타 로고

전쟁이 끝나고 1960년대에 이 회사는 일본 자동차업체에 안전벨트를 제작, 공급하는 회사로 업종을 전환하고, 에어백 개발에 나섰다. 군수품 제조공장을 민수용으로 전환하면서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안전벨트를 테스트하기 위한 충격시험시설을 설치하는등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미국과 한국에 현지공장을 세웠다. 1973년 일본 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 교통안전국(NHTSA)의 충격시험에서 합격해 에어백의 해외 수출에 성공한다. 창업자는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회사를 키웠다.

 

1974년 2세인 타카다 주이치로가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았다. 이때부터 회사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1970년대말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는 타카타에 에어백 제조과정을 정밀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혼다는 타카타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해외에 자동차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안전에 가장 중요한 에어백에 결함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혼다는 당시 영국에 공장을 설립했고, 타카타는 아일랜드에 공장을 세웠다. 혼다는 세계 최대인구가 밀집한 중국에 진출하려고 하기 앞서 부품의 안전이 절실했다.

그때 타카다 주이치로는 혼다측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혼다측 기술자인 코바야시 사부로가 에어백을 잘 점검하라고 하자, 타카다 2세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그는 “만일 에어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타카타는 파산하겠지. 그땐 위험에서 빠져 나올수 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혼다 기술자의 충고에 화를 냈다고 한다. (비즈니스위크 보도)

 

▲ /그래픽=김인영

 

1989년 미국 연방정부는 모든 자동차에 에어백 설치를 의무화했다. 세계적으로 에어백 시장이 크게 확장되었고, 사업에 절호의 찬스를 맞게 된다.

자동차에는 1만개 이상의 부품이 장착된다. 모든 부품이 완벽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그중에서 에어백은 안전에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에어백에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분사제(propellant)에 의해 가스가 발생해 에어백이 부풀어 오르게 된다. 분사제는 알약 크기로 압축돼 인플레이터(inflator)라는 금속 파이프에 저장돼 있다가 충격에 의해 순식간에 팽창해 사고시 인체의 충격을 완화한다.

에어백 회사들에게 이 분사제가 핵심이다. 이 분사제는 저습도의 상태에서 쉽게 팽창한다. 타카다 2세는 미국 워싱턴주에 에어백 인플레이터 공장을 설립하는데, 그 곳의 기후는 매우 건조하다.

타카타는 처음에 에어백 분사제로 마시일과 어뢰를 발사하기 위해 개발된 소디움 아지드(sodium azide)라는 물질을 사용했다.

1996년 타카타사는 테트라졸(tetrazole)이라는 화학물질을 활용한 분사제를 개발한다. 앞서의 물질보다 안전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이 회사는 이 물질을 사용한 최초의 회사로, 미국의 포드, 제너럴모터스(GM)에도 납품하고, 북미 에어백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타케다 2세는 테트라졸을 대체할 물질을 찾아 나섰다. 그 물질이 질산염 암모늄(ammonium nitrate)이었다. 이 물질은 상업용 폭약에 사용되는 것으로,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위력을 가지고 있다. 이 물질을 이용하면 분사제의 크기도 줄이고, 비용도 테트라졸에 비해 10분의1로 크게 절감할수 있다.

하지만 만일의 하나, 사고가 날 경우 위험성이 크다. 1995년 티모스 맥베이라는 테러리스트가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연방청사건물을 폭발시킨 바로 그 물질인데, 그때 사용한 양이 2,000 파운드였다. 이 물질은 물과 습기가 많을 경우 폭발성이 급격히 빨리지는 단점이 있었다.

기술진들이 이 물질의 사용을 반대했다. 하지만 타케다 2세만은 거꾸로 갔다.

1994년 분사제 전문 엔지니어로 1994년에 타카다에 입사한 마크 릴리(Mark Lillie)는 이 물질의 사용을 반대했다. 릴리는 “안전성 문제를 해결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테스트 결과도, 실험 보고서도 없는데, 그들은 이 물질의 사용을 고집했다”고 비즈니스위크지에 증언했다.

릴리는 도쿄에서의 회의에서 “이대로 간다면 누군가는 죽을수 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는 따로 다카다 2세와 연결되는 엔지니어들을 만나 설명했지만, 그들은 “당신의 말은 받아들이겠지만, 이미 결정이 됐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1999년 릴리는 자신의 경고를 무시한 타카타사를 떠났다.

2001년 타카타사는 마침내 질산염 암모늄을 분사제로 하는 에어백을 내놓았고, 혼다와 닛산등에 팔았다. 그들은 멕시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했다. 그곳 근로자들은 임금은 낮았지만, 폭발물질에 대한 경험이 적었다.

 

2004년 타카타사의 에어백을 장책한 혼다 어코드의 에어백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때 타카타사는 일반적인 사고라고 둘러댔다. 그때 이후 사고가 빈발했다. 세계 곳곳에서 타카타 에어백이 폭발했다.

미국 교통안전국(NHTSA)이 조사에 들어갔다. 2014년 NHTSA는 미국 전역에서 타카타 에어백을 장착한 차량에 대해 리콜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타카타는 습기가 폭발성을 자극했고, 멕시코 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눙성이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해 토요타, 크라이슬러, 포드, 혼다, 마쓰다, 니싼, BMW등 이 타카타 에어백에 대한 리콜에 들어갔으며, 세계 각국에서 천문학적 금액의 집단 소송이 들어왔다.

 

전문기술자의 경고를 듣지 않고 폭발성 에어백을 생산하도록 고집을 피운 2세경영인 주이치로는 2011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아들에게 파산이라는 유산을 남겼다.

3세경영인인 타카다 시게히사(高田重久) 회장은 올해 1월 에어백에 치명적인 폭발 위험성이 있었음에도 15년간 이를 숨겼다고 자백했다. 현재까지 타카타 에어백 폭발로 전세계에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184명이 부상당했다. 미국에서만 4,300만 개의 에어백이 리콜조치됐고, 적어도 1억개가 리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타카타는 리콜 비용과 벌금과 손해배상금으로 파산했다. 타카타는 중국 닝보 조이슨 전자의 미국 자회사인 KSS(Key Safety Systems)에 16억 달러에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이 진행중이다.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이 중국에 팔려간 것이다.

 

▲ 창업 3세인 타카타 시게히사 회장이 에어백 결함을 인정하고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니케이 홈페이지

 

1997년 타카다 2세(주이치로)가 미국 워싱턴주의 실험실에서 기술자들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와사비를 재배했는데, 모양은 아름다웠지만 향기가 나지 않았다. 와사비는 야생의 상태에서 자라야 한다.”

그리곤 과학자들을 보면서 주이치로는 “당신들이 와사비야. 당신들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왔어. 당신들은 강해 져야해.”라고 말했다.

그는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고 지시할 줄은 알았지, 남의말을 듣지 않는 전형적인 재벌(ざいばつ) 2세였다.

 

타카타의 기업정신은 품질제일주의다. 하지만 이 회사의 기업정신은 2세에서 무너졌다.

한국에 타카타 현지법인이 있다. 한국타카타 홈페이지엔,

“80년 역사의 장인정신, 생명을 지키는 no.1 기업,

Our Mission, Your Safety"

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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