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日 글로벌 차부품 업체 '마렐리' 파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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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日 글로벌 차부품 업체 '마렐리' 파산 위기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2.02.20 11: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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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마렐리, 경영난으로 사업 재생 신청 예정
전 세계 약 170개 시설을 보유한 중견 기업
주 거래처인 닛산자동차의 생산량 급감 주된 원인
전기차 생산에 대한 대응이 뒤처진 점도 원인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연구소장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일본의 대형 자동차 부품 생산 기업인 ‘마렐리’가 경영난으로 인해 파산 위기에 빠졌다. 마렐리가 파산이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기 위해선 25곳이 넘는 채권 은행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닛산자동차의 자회사에서 분리한 '마렐리'는 지난 2018년 이탈리아의 자동차 제조사인 피아트의 자동차부품 부문을 인수하며 사세 확장에 나섰었다.  그러나 실적 악화와 전기자동차 보급 확산과 함께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됐다.

지난 15일, 요미우리신문은 대형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렐리가 경영난에 빠져 재판 외 분쟁 해결 절차인 ‘사업 재생 신청(기업회생)’을 이용해 경영 재건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후 일본 언론들은 관련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마렐리는 전 세계에 약 170개 시설과 5만 4000명의 직원을 가진 일본의 대형 자동차 부품 업체이다. 게다가 이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일본 내 기업만 해도 약 3만 8000 곳이나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마렐리가 거래처 금융기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마렐리의 채무는 총 1조 엔(약 10조 4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도 전했다. 이와 함께 3월 초에 법정관리 절차 없이 채권자의 협조를 받아가며 사업 회생을 도모하는 '사업 재생 신청'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형 자동차 부품 기업 마렐리, 경영난에 빠져 재건을 위해 거래처 금융기관에 지원을 요청’이라는 자막과 함께 마렐리 경영악화 소식을 보도하고 있는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대형 자동차 부품 기업 마렐리, 경영난에 빠져 재건을 위해 거래처 금융기관에 지원을 요청’이라는 자막과 함께 마렐리 경영악화 소식을 보도하고 있는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마렐리의 전신인 ‘칼소닉 칸세이(이하 칼소닉)’는 닛산자동차의 자회사였지만, 지난 2016년 칼소닉의 주식 전부를 미국의 투자 펀드인 KKR(콜버그 클라비스 로버츠)에 매각했다.

그리고 KKR은 2018년, 이탈리아 자동차 대기업인 피아트의 자동차부품 부문이었던 ‘매니에티 마렐리’를 58억 유로(약 7조 5000억 원)에 매수한다고 발표했고 칼소닉과 마그네티 마렐리가 경영 통합되면서 사명을 마렐리로 변경했다.

당시, 한국의 삼성그룹도 피아트의 매니에티 마렐리를 인수할 의향을 보였지만, 갤럭시노트 7의 폭발 문제로 인한 자금 부족 등으로 포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사명이 마렐리로 변경된 이후에도 모기업이었던 닛산자동차는 주 거래처로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최근 닛산자동차가 경영 부진에 빠진 영향을 크게 받아 이번 사태에 이르렀다.

닛산자동차는 거액 보수를 둘러싼 부정 사건으로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2018년 11월에 체포된 것은 물론, 재판 중에 레바논으로 도주해 대혼란에 빠졌다. 닛산자동차의 완성차 생산대수는 수년전만해도 연간 570만대 규모 였지만, 현재는 380만대로 줄었다. 그리고 이 영향이 계열 부품 업체에 직격탄이 됐다.

또, 신형 코로나 사태 및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인 것도 타격이 됐다.

마렐리는 기업 회생을 위해 3월 초에 ‘사업 재생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마저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거래금융기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렐리, 금융기관 채무가 1조 엔 규모에 달할 전망, “사업 재생 신청” 활용을 검토’라는 자막과 함께 16일 보도하고 있는 TV사이타마 뉴스. 사진=TV사이타마화면 캡처.
마렐리, 금융기관 채무가 1조 엔 규모에 달할 전망, “사업 재생 신청” 활용을 검토’라는 자막과 함께 16일 보도하고 있는 TV사이타마 뉴스. 사진=TV사이타마화면 캡처.

마렐리 채권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은 25곳이 넘는 것은 물론, 중국과 싱가포르 은행까지 있어 난항을 겪으리라는 것이다.

올해 2월, 자동차업체가 공표한 2021년 4월~12월기 결산에 따르면,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 외에는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일본 언론들은 자동차부품 회사로 눈을 돌리면 양상이 달라진다며, 2021년 주요 자동차부품 업체의 실적을 보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일본의 자동차부품 업체 가운데 매출이 줄어들 거나 변함 없는 곳이 무려 80%에 이르는 것은 물론, 회복의 징조마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신형 코로나 상황이 시작된 이후 도산한 자동차부품 회사가 37곳에 이른다고도 보도했다.

19일, 일본의 유력 매체인 ‘닛칸 겐다이’는 탈 탄소 흐름과 함께, 전기차 보급이 급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자동차부품 생산 기업의 경영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게다가 자동차부품 업체는 전기자동차 부품 제조를 위한 생산설비 변경을 위해 거액의 설비 투자가 요구되지만, 자력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일본 유력 경제 매체인 ‘다이아몬드’도 일본의 자동차부품 업계가 ‘감산’, ‘원자재 가격 상승’, ‘전기차 기술 혁신’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관련 업체가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더 큰 문제는 경영난에 빠져 ‘사업 재생 신청’을 하는 일본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2019년 아케보노 브레이크공업, 2021년 1월 유엠씨일렉트로닉스, 같은 해 5월에는 선덴 등, 유력 상장업체들이 잇달아 ‘사업 재생 신청’을 통해 경영 개선에 나서며 자동차부품 업체의 신용 불안 상황이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형 자동차부품 기업 마렐리, 경영 재건 지원 요청(화면 오른쪽 위)’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하고 있는 TV사이타마 뉴스. 사진=TV사이타마화면 캡처.
대형 자동차부품 기업 마렐리, 경영 재건 지원 요청(화면 오른쪽 위)’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하고 있는 TV사이타마 뉴스. 사진=TV사이타마화면 캡처.

일본 네티즌들은 전기자동차 보급 물결 속에서 도태될 자동차부품 업체가 계속 나올 것 같다면서도,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강 건너 불구경하던 대형 완성차 업체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대로라면 가까운 미래에 일본의 도로를 달릴 전기자동차 대부분이 외제 자동차가 될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보급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생산에 뒤처져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일본의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가 지난해 12월, 여러 종류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마저도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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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 lee 2022-02-20 12:42:52
흠...반면교사로 봐야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