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정부가 부동산을 좋아한다?…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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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정부가 부동산을 좋아한다?…그 이유는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6.1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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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경험칙, 복지정책으로 인플레 가능성 등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좌파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가 심상치 않게 돌고 있다. 나아가 ‘좌파는 부동산을 좋아한다’는 얘기도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한달,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뛰고 경제부처가 단속반을 만들어 투입하고, LTV·DTI를 규제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흔히 좌파 -우리나라에선 진보라는 말로 통용된다 - 정부가 들어서면 가진 자들이 위축되고, 돈이 움츠러들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부자들의 투기장인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부동산 가격이 올라 재미를 본 경험적 증거에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부동산이 뛰니, 그런 말이 나올수도 있다. 그 말이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 경험칙상, 경제이론상 맞아 떨어지고 있는 얘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하고 이틀 되는 날,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고 “최근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이상 과열을 보이는 것을 주시하고 있다"며 "부동산투기는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재천명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는 산적한 경제현안 가운데 부동산 대책을 첫 번째로 꼽은 것이다.

1980년대 풍경도 연출됐다. 정부는 국토교통부,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합동으로 99개조, 231명 규모의 단속반을 부동산중개업소에 투입했다. 일단 며칠간 투기꾼들은 숨었다.

이제부터 정부와 투기세력의 숨바꼭질이 시작될 전망이다. 곧 정부는 대규모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주택대출에 대해 수도꼭지를 잠그고, 청약규제를 강화하고 부동산 투기가 발생하는 지역을 콕 집어 규제하는 이른바 핀셋형 정책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단 조치가 나오면 고개를 들던 투기가 얼마간은 잠잠할 것이다.

지금의 부동산 값 급등은 박근혜 정부의 산물이다.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경제부총리를 할 때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돈줄을 풀었던 게 지금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올들어 세계 경제가 호전되고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제유동성이 국내로 유입된 탓이 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꿈틀거리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수 있을까. 두고볼 일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들여다보면 어려울 것 같다.

 

부동산 현상은 미시적 현상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거시경제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새 정부가 고강도의 부동산 억제대책을 실시할 것은 눈에 보인다. 하지만 돈이 풀려나가는 것을 어찌 막으랴.

문재인 정부는 상반기도 가기도 전에 벌써부터 추경을 하자고 했다.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늘려주자는 것인데, 그 돈은 어떤 형태로든 시중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인상하려 하는데, 개개인에겐 푼돈이지만 돈이 흐름을 타고 물줄기를 형성하면 그것도 만만치 않게 시중 자금이 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도 결국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돈을 풀라는 얘기다.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보수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좌파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 정부가 세금을 걷거나 채권을 발행해서 재정을 키우고, 그 돈으로 서민 약자들에게 베푸는 것이 좌파들의 정책이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조세저항에 부딪치고, 소수의 고소득자에게만 고율의 세금을 물리는 것도 자금 이탈을 유발하기 때문에 어렵다. 결국은 만만한 게 국채 발행인데, 이미 지방정부들이 선심성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채를 과다하게 발행하다 재정악화를 겪는 것을 보았다. 임기가 제한된 대통령으로선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미래의 돈을 끌어쓸 수밖에 없다. 미래를 담보로 한 국채 발행은 결국 시중 유동성을 불려나갈 뿐이다. 이 돈은 큰 물줄기를 타고 자산시장, 주식이든 부동신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고, 가난한자를 더 가난하게 한다. 좌파정부의 패러독스는 여기에 있다. 부동산 시장만 가두어 놓고 돈이 흘러들어가게 하지는 못한다. 설사 가능하더라도 다른 자산시장으로 돈의 줄기가 흘러 넘쳐들어가게 된다.

 

▲ /그래픽=김송현 기자

 

노무현 정부(2003년 2월~2008년 2월) 시절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물론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에 세계적으로 부동산 붐이 일었다. 글로벌 호황으로 유동성이 넘쳐났고, 그 돈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앞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에 강남 아파트가격은 167%나 올랐다. 버블 세븐이라는 얘기도 기억이 날 것이다. 전국이 투기장화했다. 각종 규제책이 나왔다. 양도세 중과, LTV·DTI 규제, 1가구 2주택자 실거래가 과세 등등…. 그러나 결국 노무현 정부시절에 강남 사람들은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 그때 돈을 번 사람들 중에서 좌파가 나왔으니, 강남좌파요, 그들중 일부가 문재인 정부에 핵심인사로 참여하고 있다.

 

좌파가 실패하는 이유는 시장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관념적인 이상주의자로, 이상 실현을 위해서 시장을 제어할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기기 힘들다. 2차 대전후 프랑스에서 두 번째 사회당 정부를 이끈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좌파 색채의 경제정책을 내놓았다. 부유층이 경제 위기 극복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최고 세율 75%에 달하는 부유세를 추진했다. 그러나 부자들이 프랑스를 떠나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그는 집권 2년만에 우파 정책으로 돌아섰다. 시장에 패한 것이다. 올랑드는 기업들이 2017년까지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400억 유로(약 53조2,400억원)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내용의 '책임협약'을 발표했다. 상점의 일요일 영업 제한을 완화하고 많은 보수를 받는 직업군의 진입을 완화하는 경제 개혁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래도 시장이 움직이지 않게 되자 지금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을 경제기획부 장관으로 영입해 우파적 경제 개혁을 단행했다. 프랑스 사회당은 결국 올해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했다.

문재인 정부가 한편으로 부동산 정책을 잡는다면서 돈줄을 죄고, 다른 한편으로 복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돈을 흘러 보내면 결국은 둘 다 놓칠 수 있다. 돈이 풀려나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줄어 들게 된다.

 

강남 좌파는 부동산을 좋아한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지만, 그들은 부동산을 싫어하지 않는다. 강남좌파라고 일컬어지는 무리들은 어쨌든 그동안 경제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런 재산적 바탕 위에 공부도 많이 했고, 좋은 환경에서 살았고, 지적 유희로 이상주의로 흐른 것이다.

가진 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좌파 정부가 들어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기업인을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회사를 정리하고 부동산이나 사두려고 하는 심리가 생긴다. 실례로 노조에 지쳐 중소기업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쇼핑몰을 사서 편안하게 사는 사람도 주변에서 보았다. 누구 좋은 일 하려고 사업하는가, 이런 분위기는 결국 가진자들로 하여금 자산 시장 선호현상을 부추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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