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퇴사 열풍, 그들은 왜 회사를 떠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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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퇴사 열풍, 그들은 왜 회사를 떠날까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02.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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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청년정책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 부분은 일자리창출 공약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취업난이 현실화되고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후보들은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올 초,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대학생 74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의하면 60% 이상이 취업난으로 대학원 진학을 고려한다고 답변했다. 

코로나19 여파의 장기화로 모든 기업들이 신입사원 선발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대규모 정기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방향성을 전환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강조한 금리 인상 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립으로 인해 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와 인재 선발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 쪽에서는 퇴사 열풍이 온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한 안티워크(anti-work) 바람이 전세계적 퇴사 열풍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내도 다수의 직장인들이 자신의 퇴사를 SNS 또는 유튜브에 올리며 왜 회사를 떠나는지 강조하고 있다. 참고로, 취업 전문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9월 53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사 1년 미만 신입사원의 퇴사 비율은 무려 23.2%로 집계됐다. 

왜 그들은 회사를 떠날까 

취업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청년 일자리 정책과 주 4일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입사 1년 미만의 신입사원뿐 아니라 30대 직장인에게까지 퇴사 열풍이 번지며 제2의 삶을 살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공간 이외 인생 교훈을 담은 자기계발 에세이 서적에서는 퇴사가 왜 필요한지 역설하는 정보와 주장이 넘쳐난다. 

회사를 떠나는 연령 계층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SNS 및 브이로그를 보면 20대에서 시작된 퇴사 흐름은 30대 최근에는 40대까지 확산되고 있다. 물론, 퇴사 열풍을 좋지 않게 보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인내심이 없다’, ‘떠나는 건 쉬워도 일자리를 다시 찾는 건 어렵다’, ‘취업을 쉽게 한 배부른 사람들의 고민이다’ 등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구직난, 취업난으로 인해 회사를 자발적으로 떠나는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세지만 그들이 왜 회사를 떠나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깊이 있는 얘기를 들어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도 인재 확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하고는 있어도 우수인재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고민하거나 노력하는 기업은 정작 많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회사를 떠나는 직장인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여기에 대해 구체적인 분석이나 대안을 내놓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단순히 인내심이 없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왜 회사가 인내심을 유지하며 다녀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시대환경이 달라 과거처럼 일사불란하게 상사의 명령을 무조건 이행해야 하는 불합리한 조직 운영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안티워크의 열풍 근원지인 미국의 커뮤니티 레딧도 직장인의 일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건 아니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존중해주는 문화를 형성한 기업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 근로자, 노동자들의 생각이다. CEO를 성역화하고 수직적 구조의 계층을 유지하는 기계적 조직에서 부품처럼 근무하는 풍토를 거부한다는 뜻이다.  

젊은 세대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직장을 떠나는 가운데 '직장내 갑질'도 고질적 병폐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회사,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최근 회사를 자발적으로 떠난 20~30대 다수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익히 알려진 설문 결과와 달리 연봉이 적어서 회사를 떠났다는 얘기는 전무했다. ▲관료화된 업무 방식 ▲사람을 부품처럼 취급하는 문화 ▲조직에 대해 공헌만을 강조하는 지나친 애사심 강조 ▲근로소득만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없다는 공포심 등의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성과급 이슈로 MZ세대가 결과의 공정성에 예민하다는 기사가 다수 언론에서 보도되었지만 이는 표면적인 얘기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원하고 상하 관계가 아닌 존중의 관계가 내재된 문화를 선호하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여전히 충성심과 애사심을 강조하는 기업의 낡은 관행이 충돌하자 참지 못한 이들이 자신의 퇴사를 릴레이하듯 알리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CEO가 올해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블라인드 등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에서 CEO의 수평적인 언행이 화제가 된 적은 없다. 아울러 수평적인 문화를 오히려 성과지향적 문화, 경쟁의 가속화로 해석하는 기업의 모습에 직장인들은 경악하고 있다. 수평적인 문화가 왜 경쟁과 성과지향으로 변해야 하는지 그들은 묻고 있다. 

고질적 병폐인 직장 내 괴롭힘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이 2년 7개월이나 지났음에도 많은 직장인은 지금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히며 기업의 조직문화 개선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수평적인 기업으로 알려진 네이버 역시 지난해 임원 갑질 사례로 비난을 받았다.

과거엔 회사에 헌신하며 노력하면 높은 근로소득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게 가능했다. 그 시절 수많은 젊은이들이 인내하며 회사에 애사심을 가진 이유다. 지금은 회사에 아무리 헌신해도 근로소득 만으로 경제적 자유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쉽게 말해 높은 연봉 제시만으로 구성원들을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 판단이다. 

근로소득에 연연해도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없게 된 구성원들은 소득 이외 더 다양한 기준을 기업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양한 기준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당하게 일하며 정당한 목소리를 내도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을 의미한다. 제프리 페퍼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기업의 모든 문제는 사람과 문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다. 

떠나는 사람들을 인내심이 없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왜 인내심까지 갖추며 근무해야 하는지 그들은 지금도 묻고 있다. 이제 이 질문에 응답해야 할 차례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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