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빅데이터 기반한 일용직 일자리 매칭해요"…구인구직 앱 '일다오' 박한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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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빅데이터 기반한 일용직 일자리 매칭해요"…구인구직 앱 '일다오' 박한규 대표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2.11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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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종사하는 일용직 노동자 약 740만명 추산
기존엔 인력소개소와 인맥을 통한 취업이 90% 이상
'일다오' 앱 2018년 출시 후 현재 하루 평균 2만명 이용
비영리목적으로 무료로 누구나 이용가능, 빅데이터로 맞춤 일자리 매칭 기술 확보
'일다오' 앱을 개발한 박한규 대표가 대전 사무실에서 직접 시연중이다. 사진=유태영 기자
박한규 일다오 대표. 사진=유태영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일자리를 찾거나 일할 사람을 구할 때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나 앱을 이용하게 된다. 구직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미리 등록해놓은 다음 '지원하기' 버튼만 누르면 손쉽게 지원할 수 있다.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은 채용공고를 올려 지원한 사람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고 채용하게 된다. 

여기까진 일반적인 업종의 구직자와 기업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건설 근로 일용직은 대부분 인맥과 소개소, 새벽 인력시장을 통해 일할 사람을 구했다. 국세 통계연감에 따르면 건설업에 종사하는 일용직 노동자는 약 740만명에 달한다. 임금 총액은 60조원이다. 수많은 사람이 일용직 일자리를 찾고 일할 사람을 찾지만 규모에 비해 대중화된 플랫폼은 없었다.

오프라인으로 일용직 일자리를 찾고 일할 사람을 찾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빅데이터에 기반한 일용직 구인구직 앱이 있다. '일다오' 앱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박한규 ㈜일다오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9일 대전 한남대 창업보육센터에 위치한 일다오 본사에서 진행했다.


-온라인으로 일용직 구인구직이 가능한가. 그동안 왜 이런 서비스는 없었나.

▲국내 건설근로자 수급실태를 보면 인력 소개소랑 인맥이 90%이상 차지한다. 이유는 검증되지 않은 인력이 현장에서 일하다가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시행사나 시공사 입장에선 일정이 연기될수록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같이 한번 일해본 사람에게 소개받거나 소개소를 거쳐서 검증 받은 인력을 구하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쭉 이어져 왔다.

현장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도 기존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엔 관련 정보가 없다보니 소개소를 통해 구직할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목수를 구합니다'라든지 '용접기사를 구합니다'라는 공고를 찾아볼수 없는 이유가 여기있다. 사무직이나 서비스 직종은 온라인을 통해 구인구직하기가 쉬웠지만 건설 현장일자리는 '일다오' 출시되기 전에도 유사한 앱이 있었지만 이용률이 저조했다.

'왜 온라인으로 구인구직이 활발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다 해법을 찾은게 온라인으로 중개 받은 인력이 인맥이나 소개소를 통해 채용한 인력과 동일한 수준의 숙련도와 근태가 보장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재)한국사회투자로부터 투자받으면서 일다오 회사 가치가 120억원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만큼 이 시장은 수요가 많다는 방증이다. 매일 현장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인원이 140만명이라고 추정한다. 연간 임금총액만 60조원인데 배달의 민족보다 큰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처음에 어떻게 일자리 소개소와 구직자들을 모았나.

▲구직자들은 공수계산기를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해 일다오 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 이용률이 높아졌다. 일용직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두달 일하기 때문에 며칠에 어디서 일했고, 일당 얼마를 받았는지 수첩에 개인이 장부관리하듯이 적는게 일반적이었다. 이걸 한달에 며칠 일했는지, 그 기간동안 임금을 얼마 받았는지 등을 기록하고 쉽게 무료로 볼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했다. 공수계산기를 만들어 배포하자 사용자가 2년동안 6만명 확보됐다.

공수계산기를 통해 쌓인 근로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분석을 통해 매칭시스템을 구축했다. 공수(工數)란 일정한 작업에 요하는 인원수를 노동시간 또는 노동일로 나타내는 개념이다. 일할 사람을 찾는 현장에서 구인 공고를 올리면 보유한 기술은 무엇인지, 숙련도는 어느정도인지, 임금단가는 어느정도 받아왔는지, 한달에 며칠 일하는지 등을 분석해서 조건에 맞는 사람들을 추천 인재로 매칭시켜준다.
 
공수계산기에 개인마다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칭시키다 보니 객관적인 기술수준에 맞게 일자리를 매칭시킬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예를 들어 본인이 초보인데도 불구하고 기술 수준을 '중'이나 '상'으로 거짓 표기할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본인이 그동안 어떤 현장에서 무슨일을 했는지 등의 근로이력을 기반으로 하니까 실제 현장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2018년 일다오 앱 출시 후 전국 공사현장을 돌아다니며 함바식당에 붙인 포스터. 사진=유태영 기자
​2018년 일다오 앱 출시 후 전국 공사현장을 돌아다니며 함바식당에 붙인 포스터. 사진=유태영 기자

-현재 일다오를 이용하는 업체는 몇군데인가. 

▲현재 일다오를 이용하는 인력 소개소는 800개다. 국내 총 소개소가 약 8000개 정도 되는데 10%가 일다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기, 배관 등 전문팀은 1500개가 등록돼있다. 

-초기에 서비스 시작할때 소개소와 제휴가 쉬웠나.

▲직접 전국 현장 찾아 다니면서 포스터를 붙이고 인력소개소에 찾아가 일다오 앱에 대해 설명도 했다. 처음엔 본인들이 중개수수료 받으면서 인력 중개하는데 어려움이 없는데 IT업체가 끼어 들어와서 파이를 뺏어가는 걸로 알고 협조적이진 않았다.

일다오는 사회적 기업으로 비영리 목적으로 계속 운영하고 있다. 업체로부터 수수료도 받지 않고 누구나 이용 가능한 플랫폼이다. 구직자도 전문적인 일용직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여기가 유일하다보니 이용자가 늘고 있다. 소개소는 월 40만~50만원 이용료를 내고 구인공고를 올리는 타 구인구직 앱보다 이곳을 통해 중개하는 건수가 더 많다고 얘기한다. 지금은 업계에서 입소문이 좋게 나서 일다오를 조금씩 받아들여주는 단계라고 본다.

일다오를 출시하고 홍보하기 위해 대한민국 건설현장을 3바퀴는 돈 것 같다. 대형 건설현장도 찾아가고 근로자들이 식사하는 함바식당에도 포스터를 붙이면서 직접 마주하며 홍보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창기엔 조금 쉽게 생각하고 서비스를 개발한 것 같다. 하지만 기존에 일용직 구인구직 서비스를 IT화하려는 시도는 여럿 있었지만 실패한 게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비해 일일 이용자수가 1만8000명 정도 되는 일다오는 성공한 것 같다. 우리가 기존 서비스와 달랐던 점은 워낙 폐쇄적 시장이었는데 기존에 인력을 중개하는 분들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맞춰주려고 노력했다. 인력 중개라는 본질은 똑같은데 정보 비대칭을 IT기술로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박한규 일다오 대표가 연구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태영 기자
박한규 일다오 대표가 연구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태영 기자


-기존 구인구직앱과 차별되는 또다른 점은 무엇이 있나.

▲구인구직이 업종마다 분야마다 원하는 기준이 다르다. IT인력을 뽑는 데 보는 조건이 있고, 디자인 전문인력을 뽑는데 필요한 조건들이 있다. 일용직 일자리도 근무조건이 어떠한지 현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등 구직자들이 궁금한 부분과 업체에서 요구하는 기술이 있다. 그런데 기존 구인구직앱은 모든 직종을 아우르다 보니 어느 한 직종 맞춤이 아니라 표준화된 서비스만 제공하게 된다. 숙식제공, 안전교육증 이수 등 이런 조건들은 건설업에서만 필요한 조건이다. 처음에 구인글을 올리는 업체에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얼굴이 나오는 사진이나 명함을 올려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이젠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 같다. 

현재 일다오에 등록된 전문팀이 1500개 정도다. 1년에 몇백억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사도 상시 근로자는 10명 안팎이다. 소방, 창호, 조경 같은 전문 분야는 전문팀을 그때그때 섭외해야 한다. 그런데 전문팀에 대한 정보도 알음알음 소개 받아서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한 건설업체가 갖고 있는 전문팀 명단이 20~30개 정도가 전부다. 일다오는 1500개가 있으니 분야마다 지역마다 등록된 업체를 보고 선택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고 얘기를 많이 한다.


-일다오 이용자 수가 어느정도 인가.

▲기존에 안드로이드 버전만 출시했던 시즌 1에서는 안드로이드로 앱으로만 하루 이용자수가 약 2만명 가량됐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0만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구인구직앱 중에서 전체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애플 기기용 앱스토어 앱은 지난해 12월 출시했기때문에 이점을 감안하면 .단일직종에선 가장 사용자가 많다. 초창기엔 시장 파악과 앱 유지관리가 더 중요해서 안드로이드에만 집중했는데 이젠 애플 앱스토어도 론칭해 이용자가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달 부터 '일다오' 홈페이지 서비스도 오픈해 이용자는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올해부터 진행되는 일다오 '시즌2'는 앱과 홈페이지에서 사용자가 체류한 시간, 찾아본 공고, 공수계산기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더욱 적합한 일자리 매칭을 하는 것이다. 일용직은 구직 사이클이 짧다. 일용직은 짧게는 하루, 길면 한 두달 일한 뒤 또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이 보통이다. 주기적으로 자주 일다오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기록들을 다 추적해서 분석하면 이사람은 어떤 직종을 주로 찾는지, 어느 지역 현장을 선호하는 지 등의 데이터가 쌓여서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일다오는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고도 분석할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실제 앱을 설치하고 나면 회원가입 절차가 간단하다. 휴대폰 본인인증 절차도 없다. 보통 쉽게 가입이 가능하면 스팸이나 광고성 게시글이 많이 올라오게 되는데 이것을 그동안 노하우를 통해 알고리즘으로 자동 배제한다. 초기엔 불법 도박광고, 보이스피싱 인출책 모집 등의 광고가 많이 올라와서 고민이 많았다. 

2년간 쌓은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집대성해서 사용자들이 필요한 기능을 정리한 것이 현재 앱이다. 이용자가 요구하는 기능을 하나씩 추가했다. 2년동안 총 80~90번의 업데이트를 했는데 거의 1주일마다 새로 업데이트 한 셈이다. 작업에 필요한 안전화, 현장 식권 등을 파는 장터 기능도 이렇게 생긴 기능이다. 정확히 현장 일용직 종사자 맞춤형 기능만 갖춘 앱이라고 보면 된다.

일다오 앱 첫화면. 사진=화면 캡쳐
일다오 앱 첫화면. 사진=화면 캡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수익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계속 고민하는 부분이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건 고용부나 국토부처럼 관계기관들과 협업하는 것이다. 미래에는 이런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 지금은 건설 인력시장 자체가 정보불균형상태라 어떤 현장은 인력이 넘쳐나고, 다른 현장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그런 불균형 상태를 이 서비스로 완화 시킬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로 자영업자 폐업과 대량 실직이 발생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정부가 실직자들을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서비스를 유료화 한다면 먹고 살 수는 있겠지만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싶다. 일다오를 준비하면서 처음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준비를 하면서 이 서비스가 공익 목적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일용직 일자리를 찾는 분들 중 넉넉한 형편인 분들은 많지 않다. 

-향후 어떤 기능이 추가되나. 

▲일용직 일자리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주는 국비교육기관들이 있다. 용접·배관·설비 등을 배우는 곳이다. 특별한 기술없이 단순한 일만 하게되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없다. 현장에 필요한 숙련된 기능이 필요하다. 그런데 거의 무료로 이런 기술을 배울수 있다는 정보를 모르는 분들도 많고, 국비지원제도를 알고 있더라도 어디로 가서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예를들어 배관 기술을 가르쳐 주는 학원에 6개월동안 다니면 자비로 400만원 가량 내야 한다. 무료로 배울수 있는데도 모르니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먼저 대전지역 10곳의 학원부터 제휴를 맺은 상태다. 다음달부터 서비스를 오픈한다. 학원 입장에선 국비지원을 받는 수강생을 모집할수 있고 구직자들은 공짜로 전문 기술을 배울 수 있으니 '윈-윈(win-win)'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 폐업과 실직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실제 회원수가 1년전보다 50% 증가했다. 이런 분들이 건설업 쪽으로 많이 유입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 유입된 사람들에게 전문 기술이 어떤 것들이 있고 어딜 가면 무료로 배울수 있다라는 일종의 '일용직 가이드' 역할을 하려고 한다. 일다오에서 건설 현장 일용직 관련한 모든 것들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계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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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2022-02-17 09:12:02
한번 써 봐야겠네요

Mars 2022-02-17 05:18:35
올~~이런 앱도 있었네..좋은정보..

맑은햇살 2022-02-11 11:32:48
기자님~~좋은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