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현실이 된 긴축 발작...공포에 전염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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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현실이 된 긴축 발작...공포에 전염되진 말자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02.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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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가급적 완만하게 진행되길 바랬던 긴축 발작이, 기대와 다르게 빠르고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새해 들어 나타나고 있는 증시 하락 폭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클 뿐 아니라, 금융위기로까지 번진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과거 긴축 발작과 비교해 볼 때 결코 작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우리 증시 하락 폭은 작년 7월 고점 대비 21%, 올해 들어서만 해도 12%에 달한다. 1월 마지막 거래일에 다소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미국 증시 역시 나스닥 지수가 한달 동안 12%나 떨어졌다.

되돌아 보면 긴축 발작이 나타난 충분한 이유들이 있었다. 첫째는 물가에 대한 연준과 시장의 판단 미스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초래할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길게 크게 이어지고 있는데 연준과 시장은 예상을 못했다. 특히 연준은 긴축의 시작 시점을 놓쳤다.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적 변화, 즉 미중 갈등이 초래한 리쇼어링과 ESG 경영의 확산 강도와 양상을 경시했다.

둘째는 이전 기간에 나타난 너무 컸던 가격 상승 폭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신기술 채택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들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고, 밸류에이션을 높였다. 즉, 높아진 가격과 잘못된 물가 판단이 생각보다 강렬한 증시 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때문인지, 이제는 여러 전문가들이 증시 하락이 더 크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이미 많이 주가가 떨어져 매수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거 IT버블이나 금융위기 등과 같이 더 큰 폭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년 간 증시 상승 폭은 정상적인 경기 확장기에 비해 지나치게 컸고, 이 과정에서 기술주들의 밸류에이션이나 GDP 대비한 시가총액 규모도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파괴적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 크지 않아

그렇다면 이번 증시 하락은 정말로 파괴적인 급락으로 이어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추가적인 하락 위험도 남아 있겠지만, 전체적인 하락 폭은 미국 주요 지수 기준 15~20%, 우리나라 증시 기준 20~25% 정도로 예상한다. 주요국 증시가 이미 여러 하락 요인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얘기다.

증시 하락은 성격이나 하락 폭으로 볼 때 몇 가지 경우로 나뉜다. 일단 상승 추세에서 흔히 발견되는 단기 조정이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저점 이후 상승세를 보이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단기 조정은 흔하게 나타났다. 주로 앞서 간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제 지표의 발표, 예상을 벗어난 긴축 의지와 시장금리의 상승, 증시 자체의 수급 불일치 등이 이익 실현 욕구와 맞물릴 경우에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은 가격 하락 폭도 5~10% 수준이며, 전고점까지의 회복 기간도 1~2개월 정도로 짧게 마무리된다.

그런가 하면 하락 폭이 50%에 달하는 폭력적인 하락 장세도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기관간 자금 거래에 의심이 반영되는 금융시스템 위험이 커지는 상황, 또는 그 이전 과정에서 나타난 극단적인 주가 상승으로 인해 설명할 수 없을 밸류에이션 고평가가 이뤄진 상황에서 나타나는 버블 붕괴 하에서의 하락이다. 

더욱 강화된 긴축 우려는 새해 들어 연준의 긴축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신호로 더 확산되고 있다. 당초 1~2회 정도에 그칠 것이라던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는 작년 4분기부터 2~3회로 늘었고, 이제는 올해에만 3~4 차례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로 보인다. 게다가 테이퍼링, 즉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순차적 종료를 넘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도 시작되는 모양새다. 연준의 파월 의장은 얼마 전 재신임 청문회에서 이 같은 점을 공식화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로 이름 붙여진 연준의 자산 줄이기는,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해당 금액만큼을 더 사지 않는 방법이나, 만기가 도래하기 전 채권을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장기 시장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타당하다. 특히 미국 부동산 시장은 단기금리 연동형 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 장기고정금리부 대출을 활용한다. 즉, 연준이 주도하는 장기금리의 상승은 증시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달 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본격적인 긴축을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美 연준의 적극적 긴축 배경은 물가불안

미국이 예상보다 적극적인 긴축에 나서는 것은 결국 물가 때문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작년 5월 전년동월비 5%를 넘어선 이후 5개월 연속 5%대를 기록한 다음, 9월부터는 6% 이상 7%까지 오른 상태다. 게다가 연준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PCE 물가상승률 역시 역사적으로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으로서는 이제 기대 물가상승률의 상승까지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유럽 주요 19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도 5%를 넘어선 것으로 발표됐다. 이러한 동시 다발적 물가 상승은 환율을 통해 서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으로서는 긴축적 행보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방어할 필요가 있고, 미국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물가를 형성시키고 있는 요인들의 영향력이 단기적으로 떨어지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 기대했던 경제 정상화와 병목 현상의 해소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반복적인 확산으로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12월 고용 통계는 시장의 예상보다 작은 신규 고용과 함께 높아진 임금 상승 압력을 보여줬는데, 이는 기업들의 고용 수요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시장 참여를 꺼리고 있고, 이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줄어든 주간 신규 실업청구 건수나 노동자 해고 관련 지표, 상승한 구인 지표 등에서도 모두 같은 상황을 암시하는 수치가 발표되는 상황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수치적 영향을 측정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기적 요인도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것은 미중 갈등과 글로벌 밸류 체인의 변화인데, 이는 코로나로 인한 자국 생산 수요의 증대와 더불어 세계화에 따른 효율화, 즉 물가 하락 압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 비용이 싼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길을 버리고 더 비싼 생산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또한 강력한 ESG 경영에 대한 요구는 친환경적, 사회적 기업화를 위한 추가 비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석탄 부족 사태,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 일시 중단 등의 사태는 미중 갈등에 기인한 호주-중국간 갈등, 러시아로부터 출발한 전연가스 가격 상승 등 지정학적 요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친환경으로의 전환이라는 요인도 일부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같은 비용 측면의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긴축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경제 전체를 의도보다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통화 긴축은 확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과가 빠르고 크기 때문에 만약 수요 측면만이 과열되어 있다면, 적절한 긴축으로 경기 확장과 유동성 흡수를 병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수요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비용 측 가격 상승 압력은 긴축을 통해 수요를 억제해도 쉽게 가라앉기 어렵기 때문에 물가 자체에 집착할 경우 대폭적인 유동성 흡수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70년대 국제 유가의 급격한 상승과 함께 나타난, 이른바 오일 쇼크라고 불리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에 발견됐었다. 이 당시 연준의 수장이었던 폴 볼커 의장은 10~15%에 달했던 M2 증가율을 빠른 속도로 5~7% 수준으로 낮추며 긴축에 나섰고, 연준의 기준금리는 20% 수준을 넘나들었다(당시는 기준금리가 아닌 통화량을 직접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해 기준금리는 큰 폭으로 등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1차 오일 쇼크 때 12%, 2차 때 15%에 달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억누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당연한 귀결로 1차 오일 쇼크 당시 산업생산증가율은 -12%, 2차 때는 -7%까지 떨어졌으며, 특히 2차 때의 경우 강한 더블 딥 현상(경기 침체 후 일시 반등했던 경기가 재 침체에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긴축 이후 물가가 크게 떨어지자 통화정책이 점차 정상화 국면에 진입했는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 정도로 오르자 바로 직전의 두려움 때문에 또 다시 긴축에 나선 결과다.

그 당시 증시는 어땠을까? 높은 물가와 낮은 통화증가율, 물가보다 더 높아진 금리, 그 귀결로 나타난 경기 침체는 주가의 대폭적인 하락으로 이어졌다. 1차 오일 쇼크 때 S&P500의 고점 대비 하락률은 50%를 넘어섰고, 2차 오일 쇼크 당시에도 두 차례에 걸쳐 20% 이상의 주가 하락이 나타난 것이다. 또한 증시가 하락한 기간 역시 1.2년~1.5년으로 길었다. 특히 82년 7월의 저점은 72년 말에 기록한 고점보다 아래에서 형성됐는데, 이는 비용 측 물가 쇼크와 이에 대응한 강력한 긴축 이후 의미 있는 주가 회복에 거의 10년이 걸렸음을 의미한다.

결국 볼커 의장은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급등을 긴축으로 막아 냈지만, 그 이면에는 반복적 경기 침체와 장기적인 주가 부진이라는 희생이 따랐다. 실업률 역시 10%를 넘어서 국민들의 희생은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비용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했을 때 물가를 원하는 만큼 빠르게 내리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을 희생하는 속도감 있는 긴축이 필요하고, 이는 결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은 전세계 물가불안을 야기하는 또다른 요인중 하나다. 사진=연합뉴스

현 상황은 과거 오일쇼크 때완 다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과거 오일 쇼크 시기와 마찬가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까? 그렇지는 않다고 판단된다. 앞서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 지적했던 미중 갈등과 친환경 정책의 추진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은 분명 비용 측 요인으로 볼 만하고,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의 훼손이나 구인난 역시 마찬가지로 비용 측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을 넘었던 재정 지원과 유동성 공급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의 지연, 그리고 코로나19에 적응하면서 늘어난 특정 제품의 수요와 앞으로 나타날 오프라인 활동의 증가라는 수요 측 압력 역시 현재 물가 상승의 중요한 이유다. 말하자면, 지금은 두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나타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의 긴축은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에 영향을 주어 과거와 달리 극단적인 통화정책으로 이어지기 전에 실제로 물가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지난 2년과 달리 재정정책의 강도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시킬 요인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진정은 그 자체로 비용 측 요인 중 하나인 공급망 훼손과 수요 측 요인인 특정 제품 수요의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즉, 극단적으로 긴축적인 스탠스를 보였던 70~80년대와는 정책 대응 측면에서도, 경제에 미칠 충격 측면에서도 다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다.

그래도 남아 있는 부분이 있다. 첫째는 비용 측 물가 상승 압력이다. 탈세계화에 따른 리쇼어링은 세계화가 만들어 내던 효율화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미중 갈등과 같은 정치적인 이유 또는 코로나19 이후 잦아진 국경 봉쇄에 따른 현실적 이유 등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긴축 속도를 올린다고 해서 해소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똑 같은 물건이라도 중국에서 만들 때보다 국내에서 만들 때 지대와 인건비 등으로 인해 비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국내에서 금리를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친환경 정책의 수용에 따른 비용도 만만찮은 물가 상승 요인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물론 친환경 정책은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따라서 친환경 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고, 사업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더 비싼 원가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이 중 상당 부분은 소비자로 전가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기업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대부분이 폐기되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종류의 물가 상승 압력이 수요 둔화로 상쇄되려면 상당한 정도의 긴축이 진행돼야 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기대 물가의 상승이다. 기대 물가는 거의 항상 현재의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물건 값이 비싸질 때 나타나는 사재기와 떨어질 때 나타나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의 고리는 결국 기대 물가다. 특히 기대 물가는 물가 상승이 수요와 공급 측 어느 쪽에 기인했는가에 무관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미국의 기대 물가는 현재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으로 보이고 있지만, 상승이 가팔라질 경우 긴축이 빨라져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물가 상승 흐름이 과거 70~80년대와 같은 급격한 긴축과 그에 따른 반복적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예상보다 높아진 물가를 감안할 때 연준의 정책이 부분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라고 평가된다.

적절한 긴축, 즉 경기 확장을 완전히 훼손하지 않는 긴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긴축에 대한 불안감이 가격에 반영되고 난 이후에는 경기 확장에 대한 기대가 다시 증시에 반영될 기회가 남아 있다. 다만, 장기적인 비용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낙관론이 커질 것 같진 않다. 1~2월 중 증시는 계속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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