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의 역사] ① 와우아파트 붕괴 52년... 또 무너진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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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의 역사] ① 와우아파트 붕괴 52년... 또 무너진 '아파트'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1.28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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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아파트, 3개월만에 완공…34명 사망ㆍ40명 부상
화정아이파크, '속도전'하다 사망 3명ㆍ실종 3명
미 플로리다 아파트 붕괴로 98명 사망
대한민국이 산업화하면서 건축 기술도 함께 발전했다. 고층 건물은 물론이고 수십킬로미터에 달하는 대교도 짓는다. 아파트는 필수재가 됐고, 백화점·마트에선 생필품을 구매한다. 마포대교·성수대교는 서울 강남북을 잇는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건축물이 붕괴돼 생사의 기로에 서게도 한다. 국내외 붕괴사고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중 아파트 거주 비율은 51.1%이다. 2명 중 1명꼴로 아파트에 사는 셈이다.

아파트는 편리하고 쾌적한 주거 공간으로서 대다수가 선호하는 주거공간이다. 하지만 아파트 한 동에 수십층을 쌓아올려 만약 무너진다면 대형 인명사고가 날수 밖에 없는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최근 현대산업개발이 짓던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로 인해 기존 '아이파크' 거주자 뿐만 아니라 다른 아파트에 사는 입주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붕괴된 와우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붕괴된 와우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1970년 4월 서울 와우 시민아파트 붕괴사고

'아파트 붕괴'라는 단어를 떠올릴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와우 시민아파트 붕괴'다. 지난 1970년 4월 8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에 세운 5층짜리 시민아파트 15동이 무너진 사고다.

와우아파트는 1969년 12월 26일 완공돼 입주가 시작됐다. 입주 3개월후인 1970년 4월 8일 와우아파트 15동이 산 아래로 넘어가듯이 무너져 아래에 있는 판자집 세 채를 덮쳤다. 이 사고로 70여명이 매몰됐다. 최종적으로 사망자 34명, 부상자 40명이 발생한 대형 참사였다. 

무너진 와우아파트 15동은 대룡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대룡건설은 무면허 업자에게 하도급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기본 설계도 붕괴원인으로 지적됐다. 기본 설계시 1㎡당 280㎏ 정도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는데 실제 입주당시 1㎡당 하중은 900㎏내외로 설계기준 3배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철근 70개를 넣어야 할 기둥에 철근 5개를 넣고, 콘크리트에 시멘트를 기준치 미만으로 섞어 강도를 약하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놀라운 점은 착공 3개월만에 완공된 이 아파트는 지반공사도 하지 않고 아파트를 세운 점이다. 짧은 공사기간과 무면허 업자의 시공, 원가 절감 등이 원인이 돼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인해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이 물러나고 관련자는 구속됐다.

사고 다음날인 지난 12일 오전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사고 다음날인 지난 12일 오전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2022년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와우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52년이 지났지만 2022년에도 대한민국 아파트 붕괴사고는 일어났다.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짓던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39~22층, 약 17개층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28일 현재 시신 1구가 수습됐고 2명은 사망된 채로 발견돼 신원확인 후 수습중이다. 나머지 3명은 여전히 실종상태다.

광주 경찰은 사고 이후 현산에 대해 과실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현산과 하도급업체는 서로 사고원인을 제공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공사 현장 인근 목격자에 따르면 화정 아이파크는 5~6일만에 1개층씩 건물을 올리고 있었다. 영하의 기온을 기록하는 동절기임에도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을 수 있는 충분한 양생기간을 갖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지지대(동바리) 없이 콘크리트를 타설한 정황도 영상과 사진에서 발견됐다. 부실시공에서 꼭 등장하는 '불법 재하도급'문제도 포함된다. 비용절감을 하기 위해 재하도급 업체가 저품질 시멘트를 콘크리트에 섞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현산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건물붕괴사고는 지난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 건물붕괴 사고후 7개월만에 같은 지역에서 또 발생했다. 아직 붕괴사고 관할 지자체인 광주 서구청으로부터 광주 학동사고에 대한 행정처분을 받기도 전에 더 큰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철거현장 건물 붕괴사고로 사상자 17명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광주 동구청은 원청사인 현산에 대해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줄 것을 본사소재지 관할 관청인 서울시에 지난 20일 요청했다. 건설산업기본법 82조 2항 5호와 시행령에 근거한 조치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인해 영업정지 1년을 추가로 받게 된다면 1년8개월간 영업을 할 수 없다. 사실상 퇴출 수순이라는 게 건설업계 평가다.

연이은 붕괴사고로 전국 '아이파크' 입주자는 명칭변경을 주장하고 있고, 아직 시공사 선정중인 조합들은 '현산 결사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지주사 회장은 붕괴사고에 책임지겠다며 사고 6일만에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내려놨다.

밤중에 갑자기 무너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서프사이드의 챔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밤중에 갑자기 무너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서프사이드의 챔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미국서도 지난해 발생한  '아파트붕괴'

아파트 붕괴사고는 최근 미국에서도 일어났다. 40년 이상 노후된 건물이 거주자들이 모두 잠든 새벽 시간에 무너져 내려 사상자 규모는 더욱 컸다.

지난해 6월 24일(현지시간) 새벽 2시경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서프사이드 챔플레인 사우스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AP통신은 사고 당일에 "어떻게 이런 일이!(Oh my god!) 건물 전체가 무너졌어요"라는 신고 내용이 응급구조 911에 접수됐다고 전했다. 

이 사고로 전체 136가구 중 55가구가 순식간에 무너진 잔해 속에 파묻혔다. 아파트 붕괴사고로 98명이 목숨을 잃었고, 재산피해는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에 달했다. 

사고 다음날인 25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 주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7월 1일엔 현장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구조대를 격려했다. 붕괴사고 후 한달이 지난 7월 23일 공식적으로 구조작업을 모두 종료했다. 실종자 1명을 찾지 못한상태였다. 하지만 구조작업 종료 후 26일 마지막 실종자 시신 1구를 수습해 사망자 98명을 모두 수습했다.

미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으로 40년 노후 건물, 지반침하로 인한 붕괴, 바닷파람에 의한 부식 등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사고 발생 3년전인 지난 2018년 이미 안전진단에서 심각한 손상이 발견됐지만 아무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건물 야외 수영장 바닥 콘크리트 판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철근이 밖으로 노출될 정도로 손상된 기둥사진도 공개됐다. 붕괴 전조가 있었음에도 무시한 것이다.

미 플로리다주 상원은 아파트 붕괴사고 7개월 만에 재발 방지법안을 제정했다. 지난 25일 제니퍼 프래들리(Jennifer Bradley) 플로리다주 상원 의장이 제출한 법안(SB 1702)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법안 주요 내용은 해안에서 3마일(약 5㎞) 이내에 위치한 3층 이상의 다가구 주택은 20년 후에 구조 검사를 필수적으로 해야하고 이후 7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붕괴사고 원인은 한국과 미국이 비슷했지만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에선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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