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현대 지배구조 개편에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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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현대 지배구조 개편에도 제동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28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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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부진 여파, 현대ENG 상장 철회 결정
정의선 회장 지배구조 개편 재원 조달 제동
현대엔지니어링이 28일 상장 철회를 결정한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주목 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몸값 10조원'으로 점쳐졌던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구주 매출로 최대 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으로 사용하려 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현대엔지니어링 경영진은 남은 IPO 일정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IPO 테스크포스(TF) 실무진은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상장 철회의 가장 큰 이유는 흥행 부진 우려다. 현대엔지니어링이 25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공모주 입찰에서 애초 기대한 규모를 크게 밑도는 주문이 접수됐다. 최종 경쟁률은 30대 1 수준으로 전해진다. 최근 하락세로 접어든 국내 증시와 HDC현대산업개발 붕괴 사고 여파로 건설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된 것이 현대엔지니어링 흥행에 악재로 작용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정의선 회장을 포함한 현대엔지니어링 특수관계인 5인의 구주 매출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들은 이번 공모에서 보유 지분 47% 중 17%를 매출해 최대 900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장 많은 7.3%를 내놓은 정의선 회장은 공모가가 밴드 최상단인 7만5700원으로 정해지면 최대 4000억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공모가 철회되면서 재원 확보에 제동이 걸렸다. 

애초 업계 안팎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팔아 확보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나 현대차 지분을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팔아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38.6%를 보유한 현대건설을 통해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대건설의 최대주주가 현대차(21%)고, 현대차그룹은 '현대차→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으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2.6%(약 1조2900억원)에 불과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5.3%·약 2조6000억원)을 상속받더라도 안정적 경영권 유지를 위해선 현대차 지분을 더 사들여야 한다. 3년 전 불발됐던 지배구조 개편작업 때처럼 현대모비스를 활용하려 해도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현재 0.32%(약 900억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8일 흥행 부진 우려 등의 이유로 상장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현재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46조4600억원, 현대모비스는 21조7000억원 수준이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매각할 경우 현대차 지분은 약 2%, 현대모비스는 약 3.5% 가량을 매입할 수 있었지만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로 다음 기회를 노릴 수 밖에 없게 됐다. 동시에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후 현대건설과 합병해 '통합 현대건설'로 건설사 1위 자리를 굳혀 기업가치를 키운 후 정의선 회장이 전략적으로 지분을 매도할 수 있다는 지배구조 개선 시나리오도 잠재적으로 연기됐다. 현대엔진니어링은 2014년 당시 정의선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현대엠코와 합병해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로 연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모비스를 지배구조 최정점에 두는 방안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를 투자와 사업 회사로 분할한 뒤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의 반대 등 여러 변수로 결국 철회하기는 했으나 현대차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 경영권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를 축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의선 회장이 2020년부터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 된다. 정의선 회장은 대표이사에 재선임 된 2020년 3월 장내에서 현대모비스 지분 0.32%를 취득했다. 지분 매입에 약 400억원의 사재를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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