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준비 박차...카뱅과 다른길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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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IPO 준비 박차...카뱅과 다른길 갈 수 있을까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1.25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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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업비트 의존도 극복이 숙제로 꼽혀
동종업계 카카오뱅크 주가 부진...악재로 작용
은행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며 제휴처 확대에 집중해야
사진=케이뱅크
사진=케이뱅크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선언하면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업비트와의 제휴로 인한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뿐더러, 케이뱅크보다 먼저 상장한 카카오뱅크 주가가 최근 주춤하면서 인터넷은행의 성장 가능성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초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했다. 전날까지 증권사 제안사를 받았으며, 다음달 중 주관사단을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1조2500억원의 유상증자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의 제휴를 통해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8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이용자 수 역시 717만명으로 2020년 말(219만명) 대비 3.27배 늘었다. 

이용자 수가 확대되면서 여수신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여신은 2조9900억원에서 7조900억원으로, 수신은 3조7500억원에서 11조3200억원으로 확대됐다. 

업비트 제휴 효과 일시적…가상화폐 시세 하락으로 수수료↓

그럼에도 케이뱅크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업비트 효과'가 곧 끝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업비트와의 제휴를 통해 이용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업비트가 실명계좌 발급 은행을 확대한다면 케이뱅크의 수신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도 한몫한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최근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1% 획득하면서 우리은행과의 제휴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관련 정책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이는 가능성만으로 그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상화폐 시장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 비트코인은 3만2982달러까지 하락했다. 이후 반등해 이날 3만6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날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4380만원선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3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7월 23일 이후 처음이다. 작년 11월 10일 기록한 최고가인 6만8990달러와 비교하면 50% 이상 떨어진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새해 가상화폐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연초부터 4만달러도 무너지면서 하락폭을 키웠다.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지난해 11월 기록한 최고가에서 반토막나 이날 2370달러대를 기록했다. 

가상화폐 시세가 하락해 업비트의 거래규모가 감소하면 케이뱅크가 얻는 거래수수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내주는 조건으로 거래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은행은 가상화폐거래소의 거래 1건당 0.5~0.8%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가 지난해 업비트로부터 수취한 수수료는 172억5500만원으로, 케이뱅크 전체 수수료수익인 211억원의 82%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은 빗썸으로부터 44억원, 코인원으로부터 18억원을 수수료로 받았다. 신한은행의 경우 코빗에서 받은 수수료수익이 5억원이다. 

가상화폐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긴축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4~5차례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 규모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기준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업비트 기준으로 전월대비 49% 감소했다"며 "가상자산시장이 주식시장에 비해 더 위축된 것은 대출 규제 강화로 주요 매수주체인 2030세대의 투자자금이 축소된데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 한달동안 4% 하락했지만 비트코인은 12.9%, 이더리움이 22.5%, 리플이 11.3% 하락했다.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향후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케이뱅크로서는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IPO를 앞둔 입장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뱅크 부진과 여·수신 불균형, 금융당국 규제 극복해야

또 다른 이유는 카카오뱅크 주가의 부진이다. 같은 인터넷은행이지만 케이뱅크보다 먼저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주가가 한때 9만원을 넘기면서 '금융 대장주' 자리에 올랐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날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전일 대비 1750원(4.17%) 내린 4만250원을 기록했다. 

같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가 상장한지 한 달 만에 경영진 8명의 스톡옵션 행사로 이른바 '먹튀논란'에 휘말리면서 모회사인 카카오를 비롯한 계열사들 모두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는 케이뱅크 상장 시 몸값 책정에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같은 업종 타사의 기업가치는 IPO 공모가를 산정하는데 참고가 되기 때문이다. 

수신과 여신 간 불균형 역시 케이뱅크가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020년 말 기준 케이뱅크의 수신과 여신은 각각 3조7453억원, 2조9887억원으로 차이가 7566억원이었지만 1년새 4조2300억원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아울러 인터넷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해짐에 따라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을 제한하고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 이자가 늘어나는 대신 리스크도 커진다"며 "이를 관리하는 것이 인터넷은행의 숙제"라고 말했다. 

업비트 타행 제휴 가능성 낮아…케이뱅크 "은행 본연의 업무 확대에 집중"

다만 이러한 시장 상황이 케이뱅크에 꼭 악재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에서는 업비트와 타 은행과의 제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7조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상호와 대표자의 성명, 사업장의 소재지, 연락처 등을 금융정보분석원장에 신고해야 한다.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확인 가능한 입출금 계좌를 갖추고 있지 못한 사업자의 신고는 수리하지 않을 수 있으며, 특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업자의 경우 변경신고를 직권으로 말소하거나 영업 정지를 명할 수 있다.

이러한 법률을 기반으로 하면 가상자산거래소는 복수의 은행과 거래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거래소와 은행의 제휴는 금융당국의 재량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원화마켓 사업자로 허가받은 곳이 4곳밖에 없는 만큼 금융당국은 거래소의 제휴 은행 확대에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하락장에 꼭 거래 규모가 감소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상승장에는 투자자가 많이 유입되지만 단기 조정장에도 이는 마찬가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세가 단기 조정될 때 오히려 신규 이용자가 많이 유입돼 데이터가 폭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 이용자나 수수료 수익이 크게 감소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케이뱅크는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를 비롯해 경쟁력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2023년을 목표로 IPO를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며 "은행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고 업비트를 비롯한 혁신적인 사업자와의 제휴, 플랫폼 사업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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