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동희 노무사 "중대재해법 27일 시행...기업들, 처벌 면피에만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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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동희 노무사 "중대재해법 27일 시행...기업들, 처벌 면피에만 급급"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1.23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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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중대재해 사고 예방보다 대표이사 처벌 면피에만 급급한 모습
건설현장 사고사례 가장 많지만 사후적 처벌론 한계 분명
일반기업에선 기존 산안법에 기초한 대비가 먼저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대한민국 모든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건설현장이나 조선소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작업을 맡은 하청업체 대표를 처벌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고 나면 근로자 1명 이상이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원청의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 그룹 오너나 원청 대표이사가 처벌받을수 있게 된다. 도급·용역·위탁한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일어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중대재해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재해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다. 그중에 ▲사망자가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가 중대시민재해다.

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이 짓던 광주 건물 붕괴사고로 인한 작업자 사망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작업중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사고다. 이때문에 중대재해법 처벌 완화를 주장하던 기업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이제 모두 중대재해법의 '처벌 1호'만 피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오랜 시간 산업현장 목소리를 듣고 대형로펌에서 노무 컨설팅을 전담한 배동희 대유노무법인 대표노무사(법학박사)를 만났다. 지난 21일 배 노무사가 새롭게 둥지를 튼 서울 가양역 인근 사무실에서 1시간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동희 대유노무법인 대표노무사. 사진=유태영 기자
배동희 대유노무법인 대표노무사. 사진=유태영 기자

-기업들이 중대재해법 '처벌 1호' 기업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맞다. 건설현장은 27일 이전부터 현장을 올스톱시킬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웬만한 규모의 기업에서는 기존 산업안전법상 안전보건 등의 최저 기준은 대부분 충족하고 있다. 거기서 조금 더 중대법에 맞게 업그레이드를 해줘야 하는데 현장에선 막상 뭘 더 해야할지 막막하다보니 맥 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뭘 어쩌라는 소린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윗선에서 '뭘 보완해라' 이런 걸 지도해야 하는데 임원들은 오로지 대표이사나 자신들이 책임을 면하는데만 신경쓰고 정작 현장은 못챙기고 있다. 산업현장에선 위에서 압박하니까 뭘 하긴 해야겠는데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고. 이럴때일수록 오히려 현장에서는 중대재해법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본적으로 산안법상 역량은 갖고 있으니 역량들을 조금더 보완하고 거기에서 조금 더 발전시켜 안전을 확보하는게 더 중요하다.

완전 새로운 것을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니다. 중대산업재해는 특히 산안법상 산업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걸 해야한다? 새로운걸 뭘하겠느냐. 잘 모르는데 예측하는 것 자체가 더 위험한 것이 될 수 있다. 일단 기존 의무라도 완벽히 하면 사고가 줄어들 게 되고 그러면 처벌도 안받게 된다. 결과가 났을 때 사후적으로 책임을 지는 법일뿐이다. 책임보다 사고가 안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이 먼저다. 기업들이 대응하는 걸 보면 선후관계가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 종종 든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처벌을 면하는 방법 신경쓰는 것의 반의반이라도 현장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인원을 충원해주는 게 중요하다. 필요예산 결제 올리는 거 뚝뚝 끊지 않고 승인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부터 그런 것부터 고쳐 나가는게 사고를 줄이는 길이다. 그렇게 준비하다보면 사고가 줄어들고 당연히 처벌도 안받게 된다.

사고는 발생하도록 현장을 만들어놓고 처벌을 면하려고 하는건 앞뒤가 안맞는 얘기인 것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산안법도 한번 더 신경쓰고 중대시민재해도 나지 않도록 품질 높일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그건 모르겠고 사고났을 때 우리 어떻게 해야돼?' 이 부분만 관심 가진다. 그럼 당연히 사고가 안나겠나. 앞뒤가 안맞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안타깝다. 이건 기업이 크든 작든 똑같은 모습이다. 


-기존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은 어떤 차이가 있나?

▲산안법은 사고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대재해법과 차이점은 산안법상 기준은 안전보건 조치의무다. 사전적 조치와 사후적 조치를 포괄하는 것이고,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의무는 확보의무다. 사후적 의무를 본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중대재해법은 결과범이기 때문에 결과가 안일어나면 아무 준비안했어도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 났을 때는 인과관계를 따져 처벌 받는 것이다. 안전보건의무는 그때 따지게 된다. 사후적이라 산안법보다 좁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후적으로 보면 확보 의무엔 안전보건조치의무가 당연히 포함된다. 산안법상 조치의무는 노무사인 저보다 기업 내 환경·안전보건팀이 더 잘안다. 기술적인 규정들이 있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MSDS가 어떻게 된다, PPM이 얼마냐 등의 기술적 얘기다. 

그런데 중대재해법은 적정기준이 중요하다. 기술적인게 아니라 사회과학적 부분. 즉 정당성, 합리성을 따지는 것인데. 이건 기술적으로는 나눌수 없는 것 아닌가. 중대재해법이 그렇다. 그래서 변호사에게 컨설팅을 받아도 지금으로선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케이스가 축적돼야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판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고 난 뒤에 법원, 검찰에서 봤을 때 이거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처벌 받는 것이다. 산안법은 분기, 반기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점검 하라는거 하면 지키는 건데, 중대재해법은 그 기준만 지켰다고 해서 적정기준이라고 할 순 없다는 것이 다르다. 선례가 조금 쌓여야 되는 문제다. 처음엔 법조계나 기업들 모두 많이 힘들거라 본다. 

배동희 대유노무법인 대표노무사. 사진=유태영 기자
배동희 대유노무법인 대표노무사. 사진=유태영 기자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최고안전책임자(CSO) 구인난이다.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게 뭐냐면 대표이사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책임소재를 줄이기 위해 안전보건총괄(CSO)을 둔다. 요즘엔 CFO보다 몸값이 더 높을 정도다. 그런데 우스갯소리로 CSO는 '빨간줄' 임원이라고 한다. 나중에 문제생기면 빨간줄 그어질 임원이라는 뜻이다. 중대재해법 처벌대상이 되면 최악의 경우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CSO 자리에 가는 사람들도 본인들도 방패막이식으로 이용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가는 것이다. 몸값은 올라가지만 하려는 사람은 없을 수밖에... 다들 기피하는 자리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CSO가 있는 것은 아니다. 비용도 많이 들고, 오려는 사람도 없기 떄문이다. 당연히 CSO가 있으면 좋은 측면도 있겠지만 '그것까지 대비해야하나' 싶은거다. CSO가 있다고 해서 매출과 바로 직결되는 것도 아니고... 규모가 있는 회사에선 자리 하나 만들고 늘리는 게 쉽지 않다. 특히 CSO는 몸값이나 직제도 최고재무책임자(CFO)보다 위에 있다. 법에서 대표이사 책임을 감하거나 면하려면 대표이사에 준하는 급으로 직제를 줘야 책임을 면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만 안나면 아무 상관 없는건데 굳이 만들려고 하지 않는것이다. 중대재해만을 대비하기 위해 CSO 자리 주고 전담조직 만드는건 말만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중대재해를 법으로 모두 막을 수 있는 것인가?

▲중대재해 사고 현장 가보면 업체에서 두 가지를 얘기한다. 첫번째는 '창립이래 이런 사고는 처음이다'이고, 두번째는 '귀신이 씌었다'고 얘기한다. 2017년 S중공업 크레인 사고도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생긴 사고인데 그때 신호수들이 보통 10명 정도인데 그날은 근로자의날 휴무로 2명이 빠지고 8명이 있었다. 현장에서 크레인이 전도되는 모습을 8명이 다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누구도 2~3초 동안 기계 멈추는 버튼을 안누른 것이다. 사고가 난 뒤에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일 정도다.

2015년 L디스플레이 질소누출의 경우 성인 남성 가슴팍 높이의 챔버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거기 들어갈땐 측정기를 보통 가지고 들어간다. 근데 사고가 난 그날은 3명이 아무도 측정기를 안넣어보고 질소가 가득찬 챔버에 우선 2명이 들어간 것이다. 질소는 무색무취라 눈으로 봐선 확인할수 없다. 그런데 숨 2번만 쉬면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근데 그날 2명이 측정하지 않고 들어가서 쓰러졌는데 밖에 사람 1명이 '왜그래?'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따라 들어가서 사고가 난 것이다. 이렇게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사고도 발생하는 게 현장이다. 사후적으로 처벌하는 것만으론 사고를 모두 막을 순 없다.

 

-모든 기업이 중대재해법 대응에 분주한건 아니다.

▲그렇다. 주로 식음료, 주류업체들은 별로 신경 안쓰는 분위기다. 왜냐면 식품업체 공정을 직접 보면 굉장히 내부가 깨끗하고 전자동화가 돼있다. 중대산업재해나 시민재해 발생 가능성이 적은 환경이다. 그 제품을 먹고 문제 생기기란 누가 독을 타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 자동화가 돼있으니 노동자가 다칠 우려도 적다. 아무래도 제일 신경을 많이 쓰는 곳은 건설산업이다. 건설사가 우리나라에서 워낙 많고 산재사망자 대다수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기 떄문이다. 건설현장에서 사고는 피할 수 없다. 설 연휴 전부터 현장을 모두 중단시키고 중대재해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건설사의 경우 영세한 도급업체는 많이 사라지고 앞으론 규모가 큰 곳만 더욱 커지게 될거라는 예상이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령 4조, 5조에 보면 협력업체에 대한 선정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지금까진 그런 기준이 명확히 없어도 됐다. 옛날엔 업체 선정과정에서 인맥과 공사단가가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젠 마구잡이로 선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을 마련하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 기준은 첫 번째가 건실한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가능한가 등을 보게 될 것이다. 옛날에 사고가 났는지, 어느 정도 규모로 발생했는지 여부를 따지게 될 것이다.

노무사로서 걱정되는 부분은 지금까진 산재발생 미보고 과태료가 1000만원 이상으로 크기때문에 산재 미보고 사례가 거의 없었다. 대기업도 협력업체도 모두 그렇다. 그런데 앞으로 건설업체들은 산재 미보고 처리 하고 모두 공상처리해서 산업재해 당사자와 따로 합의 볼 가능성도 높아질 것 같다. 앞으로 100억짜리 공사를 따내야 하는데 산재 보고하면 선정기준에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산재 당사자에게 업체가 산재보상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면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이득이기 때문에 밖으로 바로 드러나진 않을 것이라 본다. 사업주는 100억짜리 공사 수주를 놓치지 않아서 좋고, 근로자는 산재처리보다 많은 돈을 받아서 더 좋을 것이다.

이처럼 이런 세밀한 부분을 중대재해법을 만들때 생각하고 만들어야 하는데 애초에 생각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선정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만 살아남게 되다보니 중규모 이상 협력업체가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 업체 직원수가 많아지면 당연히 산재 발생건수는 늘 수밖에 없지만 산재보고를 할지는 모르겠다. 결국 시스템으로 막을수 있는 사고란건 한계가 있다.
 

-나중에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보는 부분은?

▲중대시민재해에서 질병에 관한 부분은 100% 다툼이 될 거라 본다. 쉽게 말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나서 가습기 살균제 사고가 났더라도 원청이 책임질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 안전성에 대한 담보 자체가 물론 중대재해법이 결과범이긴 하지만 그것까지 애초에 제조 업체서 책임져야 한다. 법리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없다. 어쨌든 이게 형벌로 처벌하는 건데, 죄형법정주의하에서 명확성이 기본원칙이다. 아리송한것까지 책임져야 되냐며 다툼이 나올 것이다. 법리적으론 질병은 모두 명확하지 않아서 문제소지가 있다.

사고는 사실상 책임소재도 명확한데, 질병은 현재도 산재 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도 소송으로 많이 진행된다. 질병은 요인자체가 복합적이고 개인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같은 환경속에서도 정상이지만 누구는 아니다. 그걸 놓고 과연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어찌 판단이 가능하겠는가. 백신도 원인규명이 지금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배동희 노무사는 연세대 법대를 졸업해 경북대 법학석사, 고려대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효성에서 인사관리팀 부장으로 재직시 인사제도 및 노사 관리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에서 노무사로 근무했다. 노무리스크 관리, 인사제도, 사내하도급, 구조조정 등과 관련 컨설팅을 수행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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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석 2022-01-23 15:47:44
배동희 대표노무사의 명확한 통찰력에 공감합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있는 법조항만 충실히 이행하면 중처법에 겁먹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중처법 대상사업장은 안전보건체계를 확립하고 안전전문가,안전투자,안전교육 등을 강화하고 사업장내 "자율안전관리문화"를 확산에 주력하면 좋겠다. "생명존중" 최우선 안전문화 정착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