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확 가라앉은 올림픽 분위기...고심 깊어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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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확 가라앉은 올림픽 분위기...고심 깊어진 중국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2.01.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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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지인 베이징 마저 올림픽 분위기가 크게 느껴지지 않아
코로나19, 올림픽 보이콧 확산여파...관영매체 올림픽 관련 보도 신중 모드
올림픽 후원사, 기업명 사용 꺼리는 아이러니한 상황 벌어져
중 정부, 코로나 확진자 발생 베이징에서 방역 총력전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다음달 4일부터 20일까지 17일간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성공적 올림픽 개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며 막바지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서방국가 올림픽 보이콧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좀처럼 올림픽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이 하계 및 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첫 도시로 선정되면서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통해 동계 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각인시키고 중국몽을 실현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했다.

또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공산당의 역량을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올 가을 개최되는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에서 확정되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위한 명분도 쌓으려 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중국중앙방송(CCTV) 등 중국 매체들을 통해 올림픽 관련 내용을 주요 뉴스로 전하고 각종 올림픽 기념 행사를 잇따라 개최하며 올림픽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잇따른 올림픽 보이콧과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악재가 겹치면서 베이징동계올림픽을 20여 일 앞둔 현재, 개최지인 베이징에서 조차 올림픽 분위기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중국 베이징 지하철 1호선에 설치돼 있는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포스터와 홍보물.  사진=신화사/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지하철 1호선에 설치돼 있는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포스터와 홍보물. 사진=신화사/연합뉴스

코로나19에 올림픽 보이콧 확산...관영매체 올림픽 보도 신중 모드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활용해 중국을 홍보하고 프로그램 시청률을 높이려던 중국 방송사들도 코로나19와 올림픽 보이콧 확산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지난해 성공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시행했다. 그러나 최근 시안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국민들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국이 마냥 베이징동계올림픽만을 부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올림픽 보이콧 확산도 방송사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공식 외교 사절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덴마크, 네덜란드 등도 올림픽 보이콧에 동참했다.

중국은 “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라며 정치인들이 오든 안 오든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올림픽 보이콧에 동참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방송사를 비롯한 관영 매체들의 베이징동계올림픽 관련 보도는 더욱 신중 해졌다.

세계 최대 행사 중 하나인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지난 수년간 많은 준비를 해 온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 입장에서는 최대한 잔치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축제분위기만 띄우기 어려운 상황이고 그런 정부의 정책이나 분위기를 맞춰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도 대대적인 홍보를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들의 동계올림픽’, ‘빙설지명’ 등 20여편의 동계올림픽 관련 영상물이 제작됐다. 사진은 쇼트트랙을 소재로 한 영화 ‘아심비양’의 포스터 . 사진=바이두 캡처
중국에서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들의 동계올림픽’, ‘빙설지명’ 등 20여편의 동계올림픽 관련 영상물이 제작됐다. 사진은 쇼트트랙을 소재로 한 영화 ‘아심비양’의 포스터 . 사진=바이두 캡처

대형 올림픽 후원업체, 친중 반감 우려..."사명은 가려달라" 요구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수십 억에서 수백 억의 천문학적인 돈을 후원한 기업들의 마케팅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도쿄올림픽에 이어서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행사가 무관중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올림픽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는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올림픽을 앞둔 공식 후원 기업들은 올림픽 특수를 누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다. 그러나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올림픽 열기가 사그러지면서 올림픽 마케팅 참여 기업의 대규모 행사도 대폭 줄었다.

한편 마코 루비오 미국 상원의원은 코카콜라, 인텔, 도요타 등 올림픽 주요 후원사들에 베이징올림픽 광고를 모두 내릴 것을 요구했다. 

미국 인권단체들도 올림픽 후원 기업들에게 올림픽에서 철수하고 중국 인권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미국 정부 및 인권단체들의 압박이 커지고 올림픽 보이콧에 참여하는 국가가 많아지면서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모두 봐야하는 올림픽 후원 기업들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활용한 마케팅 전개에 어느 때 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최대 후원사 중 하나인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올림픽 소재 관련 광고 활동을 축소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코카콜라, 오메가, 파나소닉, 비자, 토요타, P&G 등 베이징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들도 올림픽 관련 공식 행사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올림픽 공식 후원 기업들이 올림픽을 후원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받은 올림픽 공식 후원사라는 명칭 사용을 꺼리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협찬사들이 대규모 행사 대신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한 소규모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협찬사인 연경맥주가 기차역에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남조망 캡처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협찬사들이 대규모 행사 대신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한 소규모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협찬사인 연경맥주가 기차역에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남조망 캡처

자취감춘 올림픽 대형 이벤트  

코로나19 및 올림픽 보이콧 확산 움직임 때문에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취소 또는 연기에 대한 얘기들이 흘러나왔지만 중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 강행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을 20여 일을 앞둔 현재 베이징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올림픽 준비로 시끌벅적해야 하는 베이징이지만 올림픽 관련 홍보물이 일부 베이징 거리나 시설을 메우고 있을 뿐 올림픽을 축하하는 대형 이벤트 같은 것은 전혀 열리지 않고 있다.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는 성화 봉송은 개막 직전 사흘 동안 경기가 열리는 세 곳에서만 진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베이징동계올림픽 입장권은 아직까지 판매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개막식은 2008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비해서 공연인원은 5분의 1, 시간은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등에 시진핑 주석이 등장해서 선수단과 올림픽 준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관영 매체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올림픽 관련 프로그램으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올림픽 분위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약 2만명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올림픽 기간 별도의 방역 구간인 '폐쇄루프'에 입장해 본격적인 손님맞이 채비를 갖추면서 막바지 준비단계에 들어섰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에서도 지난 16일 오미크론 감염자가 발생했다. '폐쇄루프'를 도입하며 코로나19 방역과 성공적 올림픽 개최를 표방한 중국이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확산 속에서 무사히 올림픽을 치러낼 수 있을지 세계인의 관심이 베이징으로 쏠리고 있다.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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