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사퇴, 면피용인가"...피해자가족 · 경실련 강한 어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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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사퇴, 면피용인가"...피해자가족 · 경실련 강한 어조 비판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1.17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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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그룹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
실종자 가족 "물러날게 아니라 응당한 처벌 받아야"
구체적 재발방지대책 미흡
17일 정몽규 HDC 회장이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7일 정몽규 HDC 회장이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연이어 광주지역 건물붕괴 사고를 일으킨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책임지고 사퇴했다.

하지만 HDC그룹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해 면피성 사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원인인 불법하도급과 무리한 공기단축 등 사고원인에 대한 재발방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오전 10시 정몽규 HDC회장은 "광주 사고 피해자와 가족께 사과드린다"며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사퇴하고 대주주로서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11일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6일만에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광주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23∼38층 외벽 등 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1명이 다치고 6명의 연락이 두절됐다. 연락이 두절된 작업자 중 1명은 사고 발생 3일째인 14일 사망한채로 발견됐다. 나머지 실종자 5명은 수색중이다.

지난해 6월 정 회장은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사고' 발생 다음날 광주로 직접 내려가 공식사과했다. 7개월만에 또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번엔 사고 발생 후 6일동안 두문불출했다. 실종자 가족과 화정 아이파크를 비롯한 광주지역 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화정 아이파크 입주자대표회의. 사진=연합뉴스
17일 오후 화정동 아이파크 예비입주자대표회의 대표가 정몽규 회장의 책임 없는 사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은 정 회장 사퇴 기자회견 이후 냉소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안모 피해자 가족 협의회 대표는 "사과를 할 거면 사고 현장에 와서 이야기해야지 고개를 몇 번 숙이는 건 '쇼'에 불과하다"며 "물러날 게 아니라 실질적 사태 해결에 대한 책임을 진 뒤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학동 참사 때에도 고개를 숙였으나 그때와 달라진 모습은 없었다"며 "현대산업개발에서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인 것 같다. 구조만을 애타게 원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하나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예비입주자대표회의도 정 회장의 사퇴에 대해 비판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이 한 것이라고는 공사 기한을 독촉하지 않았다는 책임 회피성 해명과 대형 로펌 선임,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사죄 의사를 담은 현수막을 거는 일이었다"며 "모든 책임을 진 뒤 사퇴를 하는 게 합당한 조치"라고 했다.

붕괴된 아파트에 대해선 "1단지와 2단지 전체를 철거한 뒤 다시 공사하라"며 "현대산업개발의 어처구니없는 부실시공으로 지난해 학동 참사에 이어 믿을 수 없는 대참사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회장직만 내려놓았을뿐 현산을 지배하는 HDC그룹 회장직은 내려놓지 않았다. 면피성 사퇴 후 비난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원래자리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 기업에게 요구되는 ESG에서 제일 중요한게 'S', 즉 사회적 책임"이라며 "현산이 대대적인 혁신을 하지 않으면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산 대주주인 정 회장이 타이틀만 내려놨다고 책임을 다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대적 혁신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의 현산 회장직 사퇴발표만 있을뿐 재발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대주주로서 권한은 갖고 회장직은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는데 거기서 끝나선 안된다"며 "면피성 '사퇴쇼'로 그칠것이 아니라 현산이 먼저 나서서 불법다단계 하도급을 앞으로 하지 않고 직접 시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더 진정성 있는 재발방지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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