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하는 리라화 속 터키인들의 희망된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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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하는 리라화 속 터키인들의 희망된 암호화폐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1.1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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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통화정책 불신에 리라화 버리고 비트코인·테더 투자
외국 기관 투자자들의 이탈 이어질 듯  
올 들어 터키의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터키인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올 들어 터키의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터키인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올 들어 터키의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터키인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엄청난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금리인하 정책을 고수하는 터키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리라화에서 서둘러 탈출하려는 이들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리라화 버리고 비트코인·테더로 이동"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폭락하는 리라화에서 탈출하기 위해 비트코인과 테더 등으로 터키인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변동성이 매우 커진 리라화 대신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진 자산인 암호화폐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바이낸스를 포함한 3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리라화를 이용한 암호화폐 거래량은 하루 평균 18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이는 이전 5개 분기 중 가장 많은 규모다. 

터키인들은 특히 가치가 달러에 고정돼있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에 열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리라화는 달러와 유로를 제치고 테더 대비 가장 많이 거래된 통화로 이름을 올렸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4월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들이 리라화를 버리고 암호화폐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터키 정부에 대한 불신 탓이다. 

터키 경제는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36%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는 등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지만,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9월부터 줄곧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이에 19%이던 기준금리는 현재 14%까지 낮아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는 만악의 부모"라고 말할 정도로 높은 금리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총재를 경질하는 등 강도높은 압력을 행사해 금리 인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것이 터키 경제 혼란을 야기하고 리라화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상황인 만큼, 차라리 암호화폐 시장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WSJ은 "터키인들은 오랫동안 미국 달러, 유로, 금 등에 투자하면서 경제적 혼란을 극복해왔다"며 "최근 몇 년간 암호화폐는 훨씬 더 변동성이 크지만 부를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터키의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에서는 외화와 금을 파는 곳 근처에 비트코인을 판매하는 상점들도 생겨나고 있다. 외화 환전소는 암호화폐 거래소로 변신하고 있다. 

터키 암호화폐 거래소 비틀로의 에스라 알페이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최근 몇 달간 나타난 터키 리라화의 변동성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있는 투자로,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여름에는 정부 조치 결실 맺을 듯"

한편 리라화에서 발을 빼는 투자자들의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2일 의회에 참석해 터키의 물가상승률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당한 숫자"라고 언급하며 "여름에는 정부의 조치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금융시스템을 교란시킬 수 있는 외국 금융수단의 공격으로부터 자국 경제를 보호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이와 관련해 블루베이 애셋 매니지먼트의 티모스 애쉬 스트래티지스트는 "에르도안의 완전히 형편없는 통화정책 때문에 외국 기관 투자자들은 더 이상 터키에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르도안은 터키가 외국 자본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고 외국의 포트폴리오 투자자들 역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왜 그들이 에르도안 정부의 나쁜 정책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지 회의감을 자문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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