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메이드 인 재팬' 왜 이러나?...日 신형스마트폰, 출시두달만 '판매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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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메이드 인 재팬' 왜 이러나?...日 신형스마트폰, 출시두달만 '판매중지'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2.01.12 10:5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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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명 가전 업체 ‘발뮤다’, 신형 스마트폰 개발
기기 인증 문제로 발매 두 달도 안돼 판매 중지
기업 이미지 타격 불가피, 주가도 폭락
발매 당시, 일본 기업이라는 이유로 큰 화제
시대에 뒤떨어진 디자인과 성능, 비싼 가격에 비판도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지난해 11월, 일본 유명 가전 업체인 발뮤다가 신형 스마트폰인 ‘발뮤다폰’을 선보였다. 이는 일본 스마트폰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밀려나고만 있는 가운데 일본산 신형 스마트폰 발매 소식이라 일본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러나 발매 두 달도 되지 않아 정부의 통신 규격 인증 문제를 이유로 판매가 중지됐으며, 판매 재개 시기도 미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발뮤다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 것은 물론 주가도 폭락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발매 당시, 시대에 많이 뒤떨어진 디자인과 성능은 물론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혹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6일, 고급 토스터와 커피 머신 등으로 유명한 가전 업체인 ‘발뮤다’가, 독자 개발한 5G 스마트폰인 ‘발뮤다폰’을 공개했다. 그리고 11월 26일부터 판매 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NEC, 도시바, 후지쓰 등의 일본 기업이 애플과 삼성 등에 밀려 잇따라 철수하며 일본 스마트폰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출시 두달 만에 ‘판매 재개 시기 미정, 발뮤다폰 판매 중지’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된 '발뮤다 폰'. 사진은 지난 10일 후지TV 정보 방송프로그램 ‘메자마시TV’에서 집중보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후지TV화면 캡처.
출시 두달 만에 ‘판매 재개 시기 미정, 발뮤다폰 판매 중지’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된 '발뮤다 폰'. 사진은 지난 10일 후지TV 정보 방송프로그램 ‘메자마시TV’에서 집중보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후지TV화면 캡처

지난해 말 발뮤다가 일본 모바일 통신 대기업인 소프트뱅크와 유명 전자·정보·세라믹 기기 제조회사인 교세라와 손잡고 혜성같이 등장하자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특히, 당시 일본 공중파 방송의 밤 메인 뉴스와 정보 방송들도 제품의 특징과 일본 시민들의 반응을 대대적으로 전하며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발뮤다의 데라오 겐 사장은 ‘발뮤다폰’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 제품의 강점은 손에 쥐기 좋은 디자인과 재질 및 독자 개발한 많은 앱"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이 뮤지션 출신으로 예전부터 친분이 있던 뮤지션 동료와 벨 소리를 모두 만들었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데라오 겐(寺尾 玄) 발뮤다 사장이 지난해 11월 17일 발뮤다폰 발표회에서  ‘보다 나은 체험이 가능한 스마트폰, 발뮤다폰이 여기 있다’고 말했다. 사진=발뮤다
데라오 겐(寺尾 玄) 발뮤다 사장이 지난해 11월 17일 발뮤다폰 발표회에서 ‘보다 나은 체험이 가능한 스마트폰, 발뮤다폰이 여기 있다’고 말했다. 사진=발뮤다

많은 일본 언론과 방송도 발매 당시에 ‘발뮤다폰’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예컨대, 11월 17일, 일본 TBS의 정보 방송인 ‘히루오비’에서는 ‘발뮤다폰’이 들고 다니기 쉽도록 손바닥 사이즈로 설계됐고, 5G 스마트폰으로는 최소형급이라며 자세히 소개했다. 그리고 모든 출연자가 ‘발뮤다폰’을 직접 조작해 보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출연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매우 가벼운 데다, 표면이 가죽 느낌이라 감촉이 좋은 것은 물론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기 힘들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 하나로 대부분의 조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정말 신기하다는 등 격찬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당시 여러 방송에서 소개한 일본 시민들과의 인터뷰도 디자인은 물론 일본제라고 들으면, 안전성이 높은 것 같고, 품질도 해외의 것과 비교해서 좋은 이미지가 있어 매우 안심된다는 내용 일색이었다. 

그러나 신형 스마트폰 공개이 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상황이 크게 반전됐다. 지난 9일, 일본 언론들이 발뮤다의 첫 스마트폰인 '발뮤다폰'이  7일부터 판매 중지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일제히 보도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세라가 ‘발뮤다폰’을 독점 판매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에 정부 통신 규격인 ‘기술 기준 적합 증명’과 관련해 확인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렸다고 한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해당 제품의 판매 중지를 결정했으며, 판매 재개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발뮤다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소프트뱅크는 강조했다. 

일본의 ‘기술 기준 적합 증명’은 스마트폰 등의 무선 기기가 전파 관련 법률이 정한 기준에 적합한지를 인증하는 제도다.

야마구치 켄타 일본의 IT 전문저널리스트는 "이 인증 제도와 관련된 문제는 신규 참가 기업에서 일어나기 쉽다"며 "‘발뮤다폰’의 경우 교세라와 소프트뱅크라는 중견 기업이 함께 해 신뢰할 수 있었으나 일이 이렇게 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10일, 후지TV의 정보 방송인 ‘메자마시TV’에 출연한 이시카와 아키라 스마트폰 저널리스트는 "발뮤다가 총무성에 ‘기술 기준 적합 증명’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신청서 내용과 실제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파에 차이가 있었음이 확인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발뮤다가 인증 기준도 갖추지 못한채 제품을 출시했다는 비판과 함께 회사의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하다고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이런 반응을 반영하듯, 11일, 발뮤다의 주가는 장중 한때 전날보다 9.8% 떨어져, 2020년 12월 16일 이후 약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게다가 ‘발뮤다폰’의 판매 실적 저조도 판매 중지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니냐며 의심하는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발뮤다폰’에 관해 자세히 보도하고 있는 TBS의 정보 방송 ‘히루오비’. 사진=TBS화면 캡처
지난해 11월 17일, ‘발뮤다폰’에 관해 자세히 보도하고 있는 TBS의 정보 방송 ‘히루오비’. 사진=TBS화면 캡처

지난 11월, ‘발뮤다폰’이 공개되자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혹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발뮤다폰’이 10여년 전에 나온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비슷하고, 특히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3’ 디자인을 모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이 나왔기때문이다.

또 최신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낮은 성능에 비해 가격은 최소 10만 4800엔(약 108만 원)으로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차라리 다른 스마트폰을 사겠다는 소비자들의 의견도 줄을 이었다.

지난해 11월  ‘발뮤다폰’이 공개되자 떠들썩했던 일본 언론과 방송도 판매 중지가 선언되기 직전까지도 판매 실적이 호조를 보인다는 보도는 없었다.  

TV아사히의 정보 방송인 ‘굿 모닝’에 지난해 11월17일 출연한 이시카와 스마트폰 저널리스트는 "(발뮤다폰이)솔직히 애플 등과 같은 제품의 대항마가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발뮤다가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에 대항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매 두 달도 되지 않아 기기 인증 문제로 사업을 접을수도 있는 최대 위기를 맞은 ‘발뮤다폰’의 재기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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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화 2022-01-12 21:38:04
기사 감사합니다

또치 2022-01-12 13:31:21
장난감폰인가 뭐가 저렇게 작아ㄷㄷ

오호라 2022-01-12 11:37:08
아...발뮤다폰 궁금했는데 저렇게 됐군요. 기사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