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아모레 주가 왜 이래…中서 치이고 韓서 밀리는 ‘K-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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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아모레 주가 왜 이래…中서 치이고 韓서 밀리는 ‘K-뷰티’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2.01.11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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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아모레퍼시픽, 나란히 52주 신저가
증권사들 일제히 양 사 목표주가 낮추는 중
“4분기 실적, 예상보다 안 좋을 것으로 전망”

중국 내 K뷰티 입지 낮아져…C뷰티 성장세↑
국내서도 인플루언서 뷰티 브랜드 나오는 등
“대기업 만의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
(왼쪽부터)LG생활건강 '후 비첩 자생 에센스' 제품, 아모레퍼시픽 '타임레스폰스 디스커버리' 세트 제품. 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LG생활건강 '후 비첩 자생 에센스' 제품, 아모레퍼시픽 '타임레스폰스 디스커버리' 세트 제품. 사진제공=각 사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국내 K-뷰티의 선두주자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급락세다. 화장품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에서의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한국에서 치고 올라오는 다양한 인디 메이크업 브랜드들의 성장으로 경쟁력 확보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IB(투자금융)업계에서는 일제히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LG생건, 52주 최저가…아모레도 ‘우울’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LG생활건강은 전일 대비 8000원(0.84%) 떨어진 94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0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14만8000원(13.41%) 떨어진 95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생활건강 주가가 100만 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10월 이후 약 4년3개월 만이다.

특히 10일 LG생활건강의 주가는 장중 한때 92만1000원까지 꼬꾸라지며 52주 신저가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52주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7월1일 178만4000원과 비교하면 46.41% 급락한 상태다. 시가총액 역시 같은 기간 27조6442억 원에서 4조9310억 원으로 무려 13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1일 전일 대비 1000원(0.66%) 오른 1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생활건강과 비교하면 나은 수준이지만, 지난 10일에는 8500원, 7일에는 3000원, 5일에는 4500원 빠지며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11일 오후 1시48분 기준 LG생활건강의 주가. 전일 대비 8000원(0.84%) 빠진 94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네이버 'LG생활건강' 종목창 캡처

또한 아모레퍼시픽도 10일 장중 14만4000원까지 빠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27일 52주 최고점을 찍었던 30만 원과 비교하면 52% 떨어졌다. 3개월 간 최고가 19만5000원보다도 26.15% 급락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급락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증권사들도 두 회사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했다. 이유는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의 수익성 악화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의 증권사들은 일제히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목표주가를 기존 16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25% 하향 조정한 것에 이어 투자의견도 ‘중립’으로 조정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화장품 시장은 단기에는 역기저 부담이 있고, 중장기로는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다”며 “주요 유통 채널이 국내 면세에서 중국 현지로 이전되며, 수익성이 훼손됐다”고 분석했다. 

KTB투자증권도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9만원으로 낮췄다. 중국 이니스프리 적자 영향으로 해외 수익성이 예상보다 악화됐기 때문이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이니스프리 부진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아니지만 매출이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적자 전환한 점이 실적 모멘텀을 훼손하고 있다”며 “설화수는 여전히 기대 요인이지만 이니스프리 체질개선 성과도 함께 가시화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11일 아모레퍼시픽은
11일 아모레퍼시픽은 전일 대비 1000원(0.66%) 오른 1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의 1주일간 주가 거래 추이 그래프. 사진=네이버 '아모레퍼시픽' 종목창 캡처

‘C-뷰티’ 성장에 국내 인디 브랜드까지 ‘첩첩산중’

더욱 눈여겨봐야할 점은 중국 내 글로벌 뷰티와 함께 자국 뷰티 'C-뷰티'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단 것이다. 화시즈, 바이췌링, 자연당, 퍼펙트다이어리, 위노나 등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중국에서는 매출 순위권에 드는 브랜드들이다.

사실 중국 내 한국 뷰티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한한령으로 K-뷰티 입지가 흔들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C-뷰티의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한국 뷰티 기업들의 중저가 브랜드 입지가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기준 중국 기초화장품 시장점유율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K-뷰티는 한 곳도 없다. 상위 10위권 내에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가 8개, C-뷰티 브랜드인 바이췌링과 자연당이 각각 4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K-뷰티 브랜드 중에는 LG생활건강의 후가 14위, 이니스프리가 17위로 모두 10위권 밖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모두 다양한 뷰티, 스킨케어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신상 뷰티 브랜드들이 대거 출몰해 젊은 층을 휘어잡고 있다. 

이들은 코스맥스 등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화장품 제조사와 손잡고, 비건·젠더리스·무드 내러티브 등 톡특한 콘셉트를 화장품 및 스킨케어와 접목했다. 더 이상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사지 않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들은 올리브영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해당 제품을 구매한다. 

배우 김고은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뷰티 브랜드 '가히'. 사진제공=코리아테크

대표적으로, 김고은 화장품으로도 잘 알려진 뷰티 브랜드 ‘가히(KAHI)’의 ‘링클 바운스 멀티밤’은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1000억 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지난해에만 매출액 3000억 원, 영업이익 600억 원 수준을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용기기 전문기업 코리아테크는 가히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 2020년 영업손실 139억 원에서 벗어나 지난해 흑자전환에 무난하게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테크는 가히의 해외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다.

백화점에 입점해야만 면세점을 뚫고 해외진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기존의 대형 뷰티업체들에게는 현재의 성공 공식이 낯설 수밖에 없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올해 전략을 ‘디지털 역량 강화’로 꼽았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인플루언서나 유튜버, 인기 쇼핑몰에서도 화장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추세”라며 “팬덤이 형성돼 있는 곳에서 뷰티 브랜드를 론칭하면 주목도가 다르기 때문에 대기업만의 경쟁력이라는 게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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