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유전자 조작 돼지심장 첫 말기환자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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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팀, '유전자 조작 돼지심장 첫 말기환자 이식'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2.01.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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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릴랜드대 의대와 의료센터 연구진은 10일(현지시간)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다른 선택이 없는 시한부 심장질환자인 데이비드 베넷(57)의 동의를 받아 지난 7일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진=메릴랜드대 의대
미국 매릴랜드대 의대와 의료센터 연구진은 10일(현지시간)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다른 선택이 없는 시한부 심장질환자인 데이비드 베넷(57)의 동의를 받아 지난 7일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진=메릴랜드대 의대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에서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말기 심장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의료계 최초로 이뤄졌다.

미국 매릴랜드대 의대와 의료센터 연구진은 10일(현지시간)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다른 선택이 없는 시한부 심장질환자인 데이비드 베넷(57)의 동의를 받아 지난 7일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환자는 수술 후 사흘째 회복 중이며 이식된 장기는 사람 심장처럼 정상적으로 작동중이다.  의료진은 동물 장기 이식에서 가장 큰 문제인 즉각적인 거부반응이 없다는 점에서 성공을 기대한다.

이식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P 그리피스 박사는 "이번 획기적인 수술로 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조심스럽게 진행하지만 세계 최초로 이뤄진 이식수술이 앞으로 환자들에게 중요한 새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장기 이식에는 인체에 이식되면서 인간 면역체계의 즉각적인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돼지 장기 세포면의 당(糖) 성분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제거한 돼지의 심장이 사용됐다.

대학 측은 베넷 씨가 수술 하루 전 "남은 건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거나였다. 나는 살고 싶다. 성공할 가능성을 알 수 없는 시도라는 걸 알지만 수술이 마지막 나의 선택"이라며 "회복한 후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수술은 정상적인 치료 절차로 행해진 것은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 31일 '확대 접근'(동정적 사용) 조항을 통해 긴급 수술을 허가했다. 이 조항은 심각한 질환 등으로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 같은 실험적 의약품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기증에 의존하는 이식용 장기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가 사람과 장기 크기가 비슷한 돼지 등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한 연구를 수십 년간 진행중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현재 장기 기장을 기다리는 환자는 11만여 명에 달하며 매년 6000 명 이상이 장기가 없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미국 장기이식 시스템을 감시하는 장기공유연합네트워크(UNO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이루어진 장기 이식은 3800여 건에 불과하다.

UNOS 최고의학책임자(CMO)인 데이비드 클라센 박사는 메릴랜드대의 장기이식에 대해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수술은 이종 간 장기이식이 최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시험적인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종 간 장이이식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4년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한 영아가 21일간 생존했으나 결국 거부반응으로 사망했다.

또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대 랑곤 헬스(NYU Langone Health)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을 신부전 증상이 있는 뇌사 상태 환자에게 연결해 거부반응 없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메릴랜드대 연구팀의 이번 돼지 심장 이식은 뉴욕대의 성과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대 연구팀을 이끈 로버트 몽고메리 박사는 "이번 수술은 진짜 획기적인 돌파구"라며 "나 자신이 심장 이식을 받은 유전성 심장질환 환자로서 이 소식에 전율을 느꼈고 내 가족과 다른 환자들에게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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