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3만원 밑도는 ‘박스권’ 주가...유일 대형항공사 프리미엄 못 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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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3만원 밑도는 ‘박스권’ 주가...유일 대형항공사 프리미엄 못 누리나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2.01.06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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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여간 2만6000선~2만9000선 못벗어나
증권가 “4Q 실적 및 FSC 프리미엄 기대”
공정위 조건부 승인에 '닭 쫓던 개 신세' 될 수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대한항공의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 불확실성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관련 불확실성이 혼재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여객 수요 회복과 인수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조건부 합병 승인에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2달여간 박스권 주가…4Q 실적은 ‘맑음’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종가 기준 전일대비 450원(1.56%) 내린 2만8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월17일 장중 3만450원을 찍은 후로 대한항공의 주가는 2만6000선에서 2만9000선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2만원 초반대였던 주가는 국민의 백신 접종 확대와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시행으로 인한 해외여행 기대감으로 지난 6월 52주 최고가 3만5100원까지 날아 올랐다. 하지만 코로나 변이바이러스 오미크론 재확산으로 하늘길이 다시 막히자 주가는 2만원대로 떨어졌다.

두 달 가까이 박스권에 갇혀있는 대한항공 주가에 투자자들의 속은 말이 아니다. 특히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9월중 주가가 반짝 3만4000원선으로 올랐을 때 진입했던 투자자들은 “코로나 종식은 아직 먼 이야기”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주가의 지지부진한 흐름과는 다르게 대한항공의 4분기(2021년10월~12월) 실적은 긍정적일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4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 실적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4분기는 항공화물 성수기다. 대한항공의 지난 10~11월 국제선 여객 수는 2019년의 6%에 불과한 반면, 화물 사업 부문 비중은 매출액의 71%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여객 회복이 늦어지더라도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예상보다 여객 매출액은 240억 원 감소하는데 그치는 반면 화물에서는 7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결과적으로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31% 증가한 5500억 원을 기록해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9%를 인수하게 된다면 국내 항공 산업의 양강구도를 깨고 독주 체제에 들어가는 점도 주가 상승을 기대케 하는 요인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대한항공은 재편된 국내 항공 시장의 유일한 대형항공사(FSC)로서 프리미엄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한항공 3개월간 주가 추이. 최근 2달여간 2만6000선에서 2만9000선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대한항공' 종목창 캡처

운수권 재배분·슬롯 반납에…경쟁력 약화 가능성↑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이 관철되면 통합 항공사로서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거리 노선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여력으로 흡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그 사이를 외항사가 치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공정위는 두 기업이 보유한 우리나라 공항의 슬롯(공항에서 비행기가 시간당 이착륙할 수 있는 최대 횟수) 중 일부를 반납하고,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재배분하는 조건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을 승인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양사 합병 시 인천~뉴욕·로스앤젤레스, 부산~나고야·칭다오 등 총 10개 노선이  100% 독점 상태에 놓인다고 봤다. 이 밖에도 사실상 독점이 되는 노선까지 포함해 슬롯 일부를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 반납이 필요한 노선이나 슬롯 수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운수권 역시, 잔여 운수권이 없는 항공 비자유화 노선(항공자유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 내 노선) 운수권을 재배분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공정위는 운수권 재분배는 국내 항공사에게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외항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서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비행기를 가진 항공사는 드물다. 공정위는 충분한 시간을 준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국적 LCC들이 자본잠식 상태기 때문에 장거리 노선 운항을 위해 대형 항공기를 도입할 여건이 안 된다. 

통합대한항공의 운항 횟수가 축소되고 LCC의 운항이 불가능할 경우, 외항사 운항만 늘어나 그만큼 국가 항공 경쟁력은 약화된다. 예컨대 외항사가 자국에서 획득한 유럽 발 인천공항 행 운수권을 이용해 국내 취항을 강화하는 등 간접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LCC는 지금 장거리 노선을 제대로 운행할 기초적인 체력도 안 되는데, 운수권을 받는다고 한들 곧바로 운항을 시작하기 힘들다”며 “해외항공사들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가게 된다면 오랫동안 시간을 끌었던 인수합병이 자칫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송달 받으면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당사의 의견을 정리해 공정위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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