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 열풍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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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 열풍 비결은?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5.1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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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부패척결 캠페인 담아…중국경제 변화상 그려

 

중국 후난위성TV(湖南卫视)가 지난 3월 28일부터 방영해 4월 28일 종영한 52부작 반부패 정치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이 드라마는 중국 문화감독당국인 광전총국(广电总局)이 2004년 반부패 드라마의 황금시간대 방영을 금지한 이후 처음으로 방영된 반부패 드라마다.

종영을 앞두고 시청률이 8%를 돌파해 성(省)급 위성채널에서 최근 10년간 방영된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경우 100개 이상의 TV 채널이 존재하고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아 시청률이 2%를 넘으면 인기 드라마에 속하기 때문에 시청률이 8%를 돌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는 감찰기관인 최고인민검찰원 산하 영화드라마센터가 제작했으며, 시진핑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반부패 운동을 드라마화한 것이다.

 

▲ /영화 '인민의 이름' 홈페이지

 

시진핑 반부패 정책 조명

 

우리나라의 부총리급인 부국급(副國級) 부패관리에 대한 검찰관의 수사 과정을 그렸다. 중국 정부가 직접 내부적인 부패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다는 점에서 방영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와 비교해 '중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라 불렀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갖추고 있어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영국 BBC, 미국 CNBC 등 외신에서도 해당 현상을 보도할 정도로 큰 화제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올 가을 개최되는 제19차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종엄치당(從嚴治黨: 엄격한 당 관리)' 등을 더욱 공고화 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이 시점에 반부패 드라마를 방영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통 그려

 

①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중국에서는 정부 관리들이 프로젝트 허가권 등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기업이 관리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꽌시(關係)'를 구축하고 사업권을 획득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고위 관리부터 말단 관리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비정상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부패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② 일확천금 노린 투자 광풍

40대 민영기업 경영인 차이청공(蔡成功)이 등장하는데, 그를 통해 2000년대 이후의 중국 경제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는 20대에 방직공장 '대풍장(大风厂)'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경영해 왔지만, 산업구조의 변화로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워지게 됐다.

차이청공은 2010년 석탄시장이 호황을 이루는 것을 보고 고금리 대출을 받아 정부 관리와의 관계를 이용해 석탄광산을 매입하지만, 시장 변화로 사업에 실패하고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한다. 방직공장 대풍장은 쇠퇴기를 맞은 전통제조업을, 차이청공의 석탄광산 매입과 실패는 한 때 중국 일부 지역에 만연했던 일확천금을 노린 무분별한 광산 개발을 상징했다. 부패기업인 차이청공의 인생을 통해 중국 경제 성장과정에서의 어두운 단면을 엿볼 수 있다.

③ 중국정부 경제정책 담아

과거 지방정부 관리들은 GDP 성장 실적을 통해 역량을 인정받고 중앙정부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GDP 성장을 추구했다. GDP 숫자를 키우기 위해 지방정부 관리들은 국유기업 및 은행을 동원해 무리한 인프라 투자, 문어발식 산업 육성 정책 등을 펼쳤다. 이는 심각한 공급과잉 및 부실기업 양산을 초래하고, 정경유착을 통해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

그러나 무분별한 양적 성장이 환경오염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하자 중국 정부는 '질적인 성장' 추구로 정책 기조를 변경했다. 드라마 속에서 '일벌레 고위 공무원'으로 등장하는 리다캉(李达康) 서기는 '오염이 없는 GDP 성장'을 추구하는 인물로, 다양한 표정과 개성있는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으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경제효과 - 전국적 드라마 ‘앓이’

 

중문재선(中文在线)에 따르면, 드라마 방영 후 원작소설의 인기도 치솟아 인쇄본 판매량이 138만 부를 돌파했고, 전자책의 월 클릭수가 5억 회를 돌파했다.

또한 드라마의 95%가 장쑤성(江蘇省) 성도인 난징(南京)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촬영지를 방문하고자 하는 관광객이 늘어 난징 여행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외에도 동난대학교 대강당, 난징항천항공대학교, 난징칭아오문화체육공원 등 곳곳이 촬영지로 활용되고 있다. 뤼마마 여행망에 따르면, 4월 주말(8~9일, 15~16일) 중 난징 자유여행 패키지의 매출이 평소보다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 있는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 있는 리다캉(李达康) 서기가 드라마에서 사용한 티텀블러와 리다캉 서기의 표정을 이용해 제작한 이모티콘 팩 등이 온라인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성공 배경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는 중국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문제인식 및 향후 정책방향을 드러내는 한편, 반부패 드라이브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반영했다. 2013년 시진핑 정부 출범 후 부패와 기율 위반으로 처벌받은 공직자 수가 1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현재 중국 정부는 반부패 운동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드라마를 통해 부패공무원에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일반 대중들에게는 정부에 대한 믿음과 당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작품은 중국 지방정부의 구조, 정부와 당과의 관계, 정부와 기업과의 관계, 비즈니스 관행, 금융 구조 등 중국 정치·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자료다. 드라마는 중국 국내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외신에서도 주목하고 관심있게 보도할 만큼 중국이 처해 있는 현실과 중국 정부의 방향을 여과없이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작가 저우메이선(周梅森)은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주중 외교사절들이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으며, 현재 다양한 언어로의 번역출판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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