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없이 일자리 없다”…젊은 프랑스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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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없이 일자리 없다”…젊은 프랑스 혁명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5.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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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개혁론자 마크롱 당선…““기업 없이 정치하는 것은 잘못”

 

7일(파리 시간) 실시된 프랑스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39세의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이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48·국민전선)을 꺾고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됐다.

프랑스 내무부의 잠정 집계 발표에 따르면 마크롱은 유효투표의 66.06%를 얻어 마린 르펜(33.94%) 전 국민전선 당수를 무려 32.12% 포인트나 격차를 벌렸다.

이에 따라 마크롱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 이어 프랑스 제5공화국의 여덟 번째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올해 39세인 마크롱은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최연소이며, 주요국 국가수반 가운데서도 가장 젊은 정치지도자가 된다.

 

그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첫 번째 이유는 프랑스인들이 높은 실업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노동개혁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은 철저한 노동개혁론자다. 마크롱은 2014년 올랑드 사회당 정부에서 36세의 나이로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았다. 그는 우리나라 전경련 격인 경제인연합회(MEDEF) 모임에 참석해 사회당의 주요 노동 정책인 주 35시간 근무제를 비판했다.

"예전엔 좌파가 기업에 대항하고, ‘기업 없이도 정치할 수 있으며 국민이 적게 일하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한때 집권 사회당이 발칵 뒤집혔다. “집권 세력내에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보수 우파가 있다”느니 하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전통적으로 유럽 좌파들은 기업에 막대한 세금과 복지부담을 안기고,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근로조건을 만들어 표로 연결시키려 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악화하고, 근로조건이 보다 유리한 나라로 공장을 이전시키려 한다. 그 결과 일자리는 줄어들고 실업률은 올라간다. 프랑스 좌파 정권이 뉘늦게 이를 깨닫고 노동세력의 극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노동개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마크롱은 사회당 정부에서 노동법 개혁을 추진했다. 그는 노동자 친화적인 사회당 정책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프랑스 실업문제를 해결할수 없다고 믿고 노동개혁의 선봉에 나섰다.

올랑드의 사회당 지도부는 마크롱의 친기업 정책을 받아들였다. 실업률이 치솟자 생각을 바꾼 것이다. 사회당은 전통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면 노동자들의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용비용이 상승하고, 따라서 알자리를 줄여야 수지를 맞출수 있게 된다. 신규 고용이 더 줄어들게 된다. 사회당이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뒤늦게 시장을 통한 노동시장 개혁을 받아들인 것이다.

 

▲ /마크롱 후보자 페이스북

 

그러자 지난해 5월 시위대가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 작전을 펼치는 바람에 파리 시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파리 시내에서는 복면을 쓴 극렬 시위대가 시내 상점과 주차된 차량 유리창을 부수기도 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노동법 개혁 반대 시위에 참가한 사람은 경찰 추산 15만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마크롱의 노동개혁 정책은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고, 보다 강력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스스로 정당을 만들어 대통령 선거에 나선 것이다.

 

그는 소도시 아미앵에서 의사 부부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일찍이 사회주의자에 심취했다. 그는 프랑스 명문 파리정치대학과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뒤 2006년 사회당에 가입했다. 이어 경제부처 공무원으로 잠깐 일한 뒤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에 스카우트돼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전문가로 활동하며 실물경제를 익혔다. 2012년 올랑드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으로 엘리제궁에 입성하기도 했다.

마크롱은 2015년에 사회당을 탈당하고 중도정당인 '앙 마르슈'(En Marche: 전진)라는 신생정당을 만들어 대선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차 투표에서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48)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고, 결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그의 승리 배경에는 유권자들이 기존 좌우 거대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에 염증을 느낀 것도 있지만,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사회당 정부 내에서 친기업 성향으로 우파개혁을 추진해왔던 것이 유권자들을 파고들었다는 해석이다.

그는 2015년 경제 활성화를 위해 파리 샹젤리제와 같은 관광지구 내 상점의 일요일·심야 영업 제한을 완화하는 경제 개혁법을 추진했다. 프랑스 노조와 사회당에서는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한다며 이 법을 반대해왔다. 의회의 반대가 심해 법안 통과가 어렵게 되자, 마크롱은 올랑드 대통령을 설득해 의회 표결을 피해 헌법 예외조항을 이용, 표결을 거치지 않고 정부 발표로 대신하는 방법을 동원해 정책을 관철했다.

그는 강한 유럽연합 건설, 법인세 인하, 공공부분 일자리 12만명 감축, 재정지출 축소, 친환경·직업훈련 예산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마크롱이 프랑스 결선투표에서 승리하지 금융시장이 반겼다. 가장 먼저 열린 아시아 증시가 상승세로 출발하고, 유로화가 강세 기조로 움직였다. 그의 우파적 개혁이 프랑스 경제에 활력을 주고 유럽연합의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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