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승진 앞둔 이선호, CJ의 ‘비건 글로벌화'로 입지 굳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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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승진 앞둔 이선호, CJ의 ‘비건 글로벌화'로 입지 굳히나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2.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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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비건 만두·김치로 글로벌 시장 공략
60년 R&D 기술력으로 100% 식물성 제품 완성
K-푸드 글로벌화, 이선호 부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
제 2의 비비고 제품 개발에 비건 라인업까지 확장 가능
CJ제일제당이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식물성 식품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사진은 플랜테이블
CJ제일제당이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식물성 식품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사진은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 4종과 '비비고 플랜테이블 김치' 제품. 사진제공=CJ제일제당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CJ그룹의 2022년 정기임원 인사가 빠르면 이번주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 중 한 곳인 CJ제일제당이 이선호 글로벌비즈니스 부장의 임원 승진을 기점으로 비건을 글로벌 신(新) 성장동력으로 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4대 성장 엔진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사업 비전을 직접 제시한 만큼, CJ제일제당의 사업 방점이 ‘웰니스’(Wellness·건강)와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지속 가능성)에 찍힐 전망이다. 

비건 만두·김치 개발 성공…42조 글로벌 비건 시장 공략

CJ제일제당은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른 비건(완전 채식주의)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플랜테이블(식물+식탁)’이라는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도 론칭했다. 비비고 만두가 지난해 단일 브랜드로만 매출 1조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구사하는 만큼 만두를 앞세워 글로벌 채식주의자들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의 이번 신제품은 총 5종으로 이뤄졌다. 국내용으로는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 오리지널, 김치맛 2종이다. 수출용으로는 야채맛, 버섯맛 만두와 ‘비비고 플랜테이블 김치’까지 총 3종으로 선보인다. 

‘비건 왕교자’는 5가지 이상의 채소에 식물성 오일을 사용해 고기가 들어가 있는 기존 만두소의 풍미를 구현했다. 채소의 수분으로 인한 질척이는 식감은 기술력으로 극복했다. ‘비건 김치’는 젓갈 없이 오직 식물성 원료로만 담갔다. 

CJ제일제당이 식물성 식품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비건이 더 이상 소수의 문화가 아닌 하나의 트렌드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농심·동원F&B·풀무원 등 타 식품업체들에 비해 비교적 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국내 1위 식품업체일뿐더러,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도 아직 높다. 

글로벌 조사 기관인 유니브다코스 마켓 인사이트(UMI)에 따르면 전 세계 식물성 식품 시장은 지난해 28조 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 42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에서도 건강, 동물복지, 환경 등 다양한 이유로 소비자들의 식습관이 변화하고 있다.

이미 CJ제일제당은 비건 시장 겨냥을 위해 지난해 60여 년간 쌓아온 미생물 연구개발(R&D) 역량을 활용한 ‘테이스트엔리치’(TasteNrich) 100% 천연 발효 조미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식물성 제품들에서 맡을 수 있는 콩 특유의 비릿한 향을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부장. 사진제공=CJ제일제당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부장. 사진제공=CJ제일제당

K-푸드 해외 진출…장남 임원 승진 가능성↑

플랜테이블 브랜드는 CJ제일제당의 K-푸드 글로벌 진출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제품은 국내와 더불어 호주, 싱가포르에 우선적으로 출시한다. 이후 내년 제품 라인업을 더욱 늘리고 한 차원 높은 품질력으로 미주와 유럽, 할랄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그동안 비비고 만두 등 육류가 포함된 식품은 검역 문제로 규제가 많아 수출 국가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 현지 공장에서 식품을 생산해왔다. 플랜테이블 제품은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 이 같은 규제에서 자유로워 사실상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수출이 가능하다는 게 CJ제일제당의 설명이다.

K-푸드의 글로벌 진출은 이선호 부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인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비건 사업의 글로벌화 추진이 이 부장의 승진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작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부장이 몸담고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부서는 비비고를 비롯한 K-푸드 세계화를 위해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전략제품을 발굴하고, 사업전략을 수립·실행하는 게 주 업무다. 

특히 글로벌비즈니스 부서는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를 잠시 떠났던 그가 올 1월 복직할 때쯤 신설된 부서다. CJ제일제당에서 만들고 있는 식품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을수록 이 부장의 입지가 탄탄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시장 겨냥을 위해 만두를 비롯해 치킨·김치·K-소스(고추장)·가공밥(햇반, 볶음밥)·김 등을 글로벌 전략제품으로 구성했다. 이 가운데 이번 플랜테이블 론칭으로 비건 만두와 비건 김치 투 트랙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기존 소비자부터 비건 소비자, 최근 급증하고 있는 플렉시테리언(간헐적 채식주의자)까지 모두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업계에서 대대적으로 오너가 3세, 4세를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어서 CJ그룹에서도 이번 인사를 통해 이재현 회장 장남이 임원으로 승진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아무리 오너가 라고 해도, 절차를 밟는 작업은 중요하기 때문에 CJ가 추구하는 글로벌화에 대한 관련 업무를 장남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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