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배달 시대 열리나…실상은 ‘규제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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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배달 시대 열리나…실상은 ‘규제 한가득’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2.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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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세계 최초로 D2D 로봇배달 서비스 개시
배달로봇 상용화 되기까지는 시간 걸릴 것
도로교통법·공원녹지법 등 관련 규제만 한가득
정부, 제도 개선 추진 중…개정 속도 더 빨라야
배달의민족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잠잠해질 줄 모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온라인·비대면으로 음식 등을 주문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이에 배달 관련 업체들은 배달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달로봇은 라이더 수급 부족이나 배달료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하지만 로봇 산업과 관련한 법안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탓에 ‘미래형 배달’의 모습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다.

배민, 도어투도어 로봇배달 개시…세계 최초
 
17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경기도 수원 광교의 아파트 단지 ‘광교 앨리웨이’에서 D2D(Door to Door·식당에서 현관까지) 로봇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당에서 아파트 각 세대 현관 앞까지 로봇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는 세계 최초다. 

이번 D2D 로봇배달 서비스는 지난해 8월부터 광교 앨리웨이에서 1년 넘게 진행해온 실외 배달로봇(딜리드라이브) 서비스를 강화한 버전이다. 기존 딜리드라이브는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아파트 1층까지만 배달하고, 주문자는 직접 내려와서 음식을 직접 수령해야 했다.

새로운 딜리드라이브는 실내외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자율주행 기술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단지 내 1000여 세대에 각각 QR코드를 부여해 배달로봇이 각 세대의 위치를 인식하도록 했다. 로봇은 배달 접수 후 사전에 입력된 경로에 따라 이동하며 음식을 배달한다. 난제였던 공동현관문이나 엘리베이터 연동 문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해결했다. 

딜리드라이브는 평소 아파트 단지 내 대기소에 머물다 주문이 접수되면 해당 식당으로 스스로 이동한다. 식당 업주는 딜리드라이브에 음식을 담은 후 출발 버튼만 누르면 된다. 로봇은 최적의 경로로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주문자 아파트 동으로 이동한다. 

딜리드라이브가 건물 1층에 도착하면 공동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주문 세대 층으로 이동한다. 주문자는 전화와 알림 톡을 통해 현관 앞에 도착한 딜리드라이브에서 음식을 받을 수 있다.

도로교통법, 공원녹지법, 생활물류법,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배달로봇의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다. 

규제만 한가득…발전 속도 맞춰 개정돼야

배달로봇 기술 발전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란 일정 조건 하에서 혁신적 신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게 일정 기간 동안 규제를 유예 또는 면제함으로써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제도다.

정부가 정한 면제 기간은 2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다. 배민의 경우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승인받았다. 사실상 시범운영에 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배달로봇 주행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는 도로교통법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배달로봇은 ‘차’에 해당되기 때문에 인도나 횡단보도 등에서 통행이 제한된다. 규제 샌드박스에서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사람과 동행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어 배달로봇이 신호등을 건널 때는 안전요원이 동행하며 모니터링 하고 있다. 

공원녹지법과 생활물류법도 발목을 잡고 있다. 공원녹지법은 중량 30㎏ 미만, 최고속도 시속 25㎞ 미만의 동력장치만 공원을 출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생활물류법은 물류를 나를 수 있는 주체가 사람으로 한정돼 로봇이 물건을 나르는 것은 불법이다. 이밖에도 배달로봇이 사람, 장애물 등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카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련 부처들은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달 배달로봇의 승강기 탑승을 위해 필요한 안전 요구사항에 관한 국가표준(KS)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5년까지 실외 배달로봇의 보도 통행을 허용하고, 2027년까지 도로 주행 규제 완화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무인 배달·배송의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결국 법 개정이나 규제 완화가 배달로봇의 발전 속도와 맞춰지지 않으면 글로벌 배달로봇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다. 

로봇 배송 상용화를 추진 중인 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로봇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아직 부족하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규제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면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매우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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