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숙종때 서양식 화포, 강화도에서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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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때 서양식 화포, 강화도에서 발굴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4.2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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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건평돈대 발굴 중 330년전 佛狼機(불랑기) 확인

 

지금으로부터 330년전 조선 숙종때 만들어진 서양식 화포가 강화도에서 발굴됐다.

문화재청은 25일 인천시 강화군과 인천시립박물관이 실시한 발굴조사에서 인천 강화군 양도면 건평돈대(乾坪墩臺)에서 발굴조사에서 불랑기(佛狼機)의 포신인 모포(母砲) 1문(門)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불랑기는 16세기 유럽에서 전해진 서양식 화포의 일종으로, 포문(砲門)을 통해 포탄과 화약을 장전하는 전통 화포와 달리 현대식 화포처럼 포 뒤에서 장전을 하는 후장식 화포다. 포신인 모포(母砲)와 포탄과 화약을 장전하는 자포(子砲)로 분리되어 있고, 모포 뒷부분에 자포를 삽입한 뒤 불씨를 점화해 발사하는데, 보통 1개의 모포에 5개의 자포가 한 묶음을 이루면서 빠른 속도로 연사(連射)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불랑기는 2009년 서울시 신청사부지(군기시 터)에서 출토된 불랑기 자포(子砲) 1점(보물 제861호, 1563년 제작)을 제외하고 출토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번에 출토된 건평돈대 불랑기는 실전 배치 장소에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또 포신에 남겨진 명문에 불랑기의 제작 기관, 감독 관리와 장인의 이름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1680년(숙종 6년)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고 제조 관청도 확인되고 있다.

 

* 명문 내용

康熙十九年 二月 日 統制使全等江都墩(皇)上佛狼機百十五 重百斤 監鑄軍官 折衝 申淸 前推管 崔以厚 前萬戶 姜俊 匠人 千守仁

(번역)

1680년(숙종 6) 2월 삼도수군통제사 전동흘 등이 강도돈대에서 사용할 불랑기 115문을 만들어 진상하니 무게는 100근이다.(감주군관 절충장군 신청, 전추관 최이후, 전만호 강준, 장인 천수인)

 

▲ <건평돈대에서 출토된 불랑기 모습> /사진=문화재청

 

참고 사항

 

□ 돈대(墩臺)

○ 병자호란 이후 유사시 왕실의 안전을 책임지는 강화도의 방비를 위해 외적의 침입과 움직임을 탐지하고 상륙을 저지할 목적으로 쌓은 조선후기 대표적 군사시설로 1679년(숙종 5년) 강화도 해안 요충지에 48개를 쌓았고 이후 6개를 추가로 건설해 총 54개임.

 

□ 건평돈대는 당시 쌓은 돈대 가운데 하나로, 조선 중기 문신 이형상(李衡祥, 1653~1733)이 지은 「강도지(江都誌)」에서 강화도의 각 돈대에는 유사시 적을 방어하기 위해 2~4개의 포좌를 설치하고 불랑기를 배치한 것으로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번 불랑기 발굴을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38호로 지정돼 있다.

 

□ 불랑기(佛狼機)

○ 16세기 유럽에서 전해진 서양식 화포의 일종으로 포문으로 포탄과 화약을 장전하는 전통 화포와 달리 현대식 화포처럼 포 뒤에서 장전을 하는 후장식 화포.

불랑기는 포신인 모포(母砲)와 포탄과 화약을 장전하는 자포(子砲)로 분리되어 있고, 모포 뒷부분에 자포를 삽입한 뒤 불씨를 점화해 발사하는데, 보통 1개의 모포에 5개의 자포가 세트를 이루면서 빠른 속도로 연사가 가능한 것이 불랑기의 특징.

 

○ 지금까지 불랑기는 모포와 자포를 포함해 약 12문 가량이 확인되었으나, 대부분 출토지가 불분명. 불랑기 자포는 2009년 서울시 신청사 부지(군기시 터: 조선시대 병기 제조 관청)에서 1점(보물 제861호)이 출토된 바 있으나, 건평돈대 불랑기 모포는 출토지가 명확한 최초 사례

 

○ 포신 하단에는 불랑기의 제작 기관, 감독 관리 및 장인의 이름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지금까지 발견된 불랑기의 명문 가운데 가장 상세한 기록임.

康熙十九年 二月 日 統制使全等江都墩(皇)上佛狼機百十五 重百斤 監鑄軍官 折衝 申淸 前推管 崔以厚 前萬戶 姜俊 匠人 千守仁

1680년(숙종 6년) 2월 삼도수군통제사 전동흘 등이 강도돈대에서 사용할 불랑기 115문을 만들어 진상하니 무게는 100근이다. 감주군관 절충장군 신청, 전추관 최이후, 전만호 강준, 장인 천수인

 

○ 건평돈대 불랑기 모포는 보물 제 861호로 이미 지정된 불랑기 자포(1563년 제작)에 비해 시기는 늦으나, 화포의 실전 사용처에서 출토되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음.

▲ 건평돈대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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