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街와 ‘코로나 2년’]①확진자 7천명에 홍대앞도 '썰렁'...속터지는 점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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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街와 ‘코로나 2년’]①확진자 7천명에 홍대앞도 '썰렁'...속터지는 점주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2.0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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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공덕 등 번화가 일대 쥐죽은 듯 조용
단체 손님 확 준 상황에서 방역패스까지
“현장도 모르고 무작정 제한만 한다” 한숨
지난 8일 방문한 홍대입구역 인근은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리현 기자
지난 8일 방문한 홍대입구역 인근은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진=김리현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지도 2년 가까이 됐다. 유통업계는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 ‘집콕’, ‘위드코로나’ 등 다양한 신조어들의 탄생 속에서 빛과 그림자의 시간을 함께 걸어왔다. 2022년이 다가오는 현시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유통 산업의 상황은 어떠한지, 팬데믹으로 울고 웃은 업종은 어딘지 3편에 걸쳐 짚어본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상황이 좀 나아지겠다, 마음을 한시름 놓았던 건 한 달도 채 안 됩니다. 다시 변이 바이러스니 뭐니 상황이 심각해지니까 손님들이 확 준 게 피부로 느껴지는데, 그나마 온 손님들 상대로 일일이 방역패스 확인하는 것도 정말 일이예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허모(40대)씨는 “배달이 없었으면 이미 지난해에 가게를 접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배달 전문 가게가 아니다 보니 홀도 80석이 넘고,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5명은 되는데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안 보이는 것 같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드디어 빛을 보나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의 웃음도 잠시, 방역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국내에 유입되자 자영업자들은 모두 “인생 최대 고비”라고 입 모아 말했다. 여기에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방역패스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루 확진자 수 7000명 돌파…거리는 다시 ‘텅텅’

코로나 확진자가 엿새째 4000명 이상 쏟아지며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7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7175명 늘어 누적 48만9484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해 1월20일 이후 역대 최다 수치다. 백신 접종률이 80% 달하지만, 확진자 수가 사그라들기는커녕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4115명으로 처음 4000명대에 진입하더니 2주 만에 7000명대를 기록했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거리의 모습. 김리현 기자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거리의 모습. 사진=김리현 기자

번화가 거리에는 코로나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 퍼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오후 7시께 방문한 홍대입구 일대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층 몇 커플만 거리를 걷고 있을 뿐, 전반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 달 전 위드코로나 시행과 함께 가장 먼저 활기를 되찾았던 거리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4명 이상 모여 있는 무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가게는 한 곳도 발견하지 못했다. 

연남동에서 한식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30대)씨는 “이 동네는 방문 인구 연령대가 낮아서 그런지 평일에도 손님들이 곧잘 찾아오는 편이었다”며 “위드코로나가 시행된 주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손님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술집 특성상 안주 배달로는 가게를 운영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손님들이 방문해서 주류를 구매해야 그나마 매출이 생겨난다”며 “코로나가 이렇게 계속 심해지면 다시 예전처럼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 아닐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자영업자들의 우려가 무색하게 일각에서는 음식점, 유흥시설 등에 대한 시간 제한 등 다시 강력한 방역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일단 특별방역대책이 시행 중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난 뒤 비상계획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 고려 못한 방역패스 때문에 더 힘들어”

공덕역에서 족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0대)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긴 회사도 많고 오피스 건물도 많아 평일 직장인 회식 등 사적 모임 때문에 (가게가) 운영된다고 보면 된다”며 “사적 모임 인원이 축소되니 단체 손님이 줄어 연말인데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4주간 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되면서 사적모임의 경우 수도권은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제한됐다. 또 기존 실내체육시설, 노래방 등에서 적용되던 방역패스는 식당, 카페를 비롯해 학원, PC방, 영화관, 공연장, 도서관, 독서실, 스터디카페, 박물관, 미술관 등에도 확대 적용됐다. 

서울 마포구 대흥역 근처 고깃집에는 6인 이상 집합 금지와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이 입구에 붙어 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하다. 김리현 기자
서울 마포구 대흥역 근처 고깃집에는 6인 이상 집합 금지와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이 입구에 붙어 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김리현 기자

이를 두고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들의 의견이 철저히 묵살된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역패스를 관리할 인력도 고용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한 미접종자 구분 시스템조차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시설을 무작정 제한시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정부의 방역패스 확대 적용에 대해 “현장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쓴소리를 했다. 식사하러 온 손님들을 앉히지 않고 일일이 QR코드 외 백신접종 완료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은 안심콜도 앉은 자리에서 하는데 백신 접종 증명서가 없으면 다시 나가달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며 “백신 접종 증명서가 없는 손님 중 일부는 ‘그런 걸 언제 깔고 언제 보여주냐’며 막무가내로 밀어 붙인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단순히 증명서만 확인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그 절차 때문에 음식 세팅이 늦어지고, 서빙이 늦어지고, 응대가 늦어진다”며 “(백신 접종 증명서를 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많은 돌발 상황이 생기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다만 정부는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1주간의 백신패스 계도기간을 둔 뒤 오는 13일부터 본격 적용하기로 했다. 계도기간이 끝나면 제도 미준수 사업장에는 150만 원, 이용자에겐 10만 원 등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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