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삼성의 인사제도 혁신, 실행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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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삼성의 인사제도 혁신, 실행에 달려 있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12.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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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인사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는 얘기는 올해 내내 거론됐다. 국내 기업과의 경쟁이 아닌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을 상대해야 하기에 기존의 연공서열 제도로는 우수인재를 영입하거나 동기부여를 심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 결과, 삼성은 지난 달 29일, 연공서열을 완전히 타파한 ‘실리콘밸리’식 유연 조직으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공공기관 또는 기업체 자문회의를 가면 여전히 CEO 중심의 일사불란한 톱다운(Top-down) 조직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교수들이 있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어떤 학술연구에서도 조직 계층이 많은 관료적 조직이 불확실한 환경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이 유연 조직으로의 변화를 선언한 건 늦었지만 다행이다.

삼성이 선언한 실리콘밸리식 인사제도의 3가지 방향

삼성의 인사제도 혁신 방향성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직급이나 연차의 개입 소지를 없애고 능력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으로의 전환. 둘째, 정당한 평가와 보상체계 정립을 위해 인사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 셋째, 유연 문화의 확산을 위해 실리콘밸리식 자유로운 업무환경 조성. 삼성은 이를 그룹에 내재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기업에서는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킨 지 2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연공서열의 잔재가 일부 남아 있다. 바로, 사원, 대리급, 간부급 등 각각의 직급에서 요구하는 체류연한이다. 대리로 승진해서 4년이 지나야 과장이 될 수 있고 과장으로 승진해서 4년이 지나야 차장이나 부장이 될 수 있다는 인사규정에서 연공서열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에서는 30대~40대 초반 CEO가 지난 10년 사이 꾸준히 나타났다. 이런 현상을 감안한 듯, SK그룹은 최근 발표된 임원인사에서 1982년생 부사장과 1975년생 사장(CEO)을 탄생시켜 화제를 낳았다.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 받는 제약업계에서도 1976년생이 보령제약의 CEO로 취임하는 등 변화의 기류는 역력하다. 

MZ세대의 목소리가 대두되며 연공서열보다 공정한 평가 절차 그리고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바람이 재계에도 보편화되고 있다. 혁신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직급별 체류연한 등을 별도로 두지 않고 과감하게 인재를 발탁하고 있다. 삼성 역시도 업무 성과를 토대로 나이와 직급 연한에 관계 없이 인재를 등용하는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우수인재 발탁과 공정한 보상을 위해 삼성은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과감한 실험도 이번에 도입했다. 상대평가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니나 여전히 승진 대상자에게 좋은 평가 결과를 양보하고 후배 구성원이 평가에서 손해를 보는 풍토가 강한 국내 기업 인사평가 특성상 절대평가 도입 역시 공정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또한, 삼성은 수평적 조직문화의 정착을 위해 사내 인트라넷에 직급 및 사번 표기를 완전히 삭제하고 상호 높임말 사용을 공식화하는 등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선언했다. 서로의 직급과 연차를 알 수 없게 한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 실리콘밸리식 평등한 경쟁,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를 정착시켜 관리의 문화에서 유연한 문화로의 전환을 약속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이 직접 챙긴 인사 혁신, 관건은 내재화

이재용 부회장은 늘 ‘유연한 조직’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가 그 동안 만났던 다수의 CEO들은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을 이끈 인물이었고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수평적인 조직 운영과 유연 문화를 구축, 미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인사제도 개편을 직접 챙기며 미래지향적 조직으로 삼성을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한 이유이다.

삼성이 이번에 선언한 인사제도 혁신은 물론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경영학 학술연구에서는 우수인재 발탁, 유연한 조직문화, 절대평가의 장점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SK, CJ그룹 등 이미 다수의 대기업들도 회장이 직접 나이, 직급을 가리지 않는 인재 발탁과 자기주도형 몰입 환경을 조성하는 인사제도와 문화 혁신을 선언했다.

고민해야 할 점은 인사제도 혁신의 내용보다 실행 여부에 있다. 각 기업이 앞다퉈 발표한 인사제도 및 문화 혁신 내용은 대부분 올바른 방향을 제언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인사제도 혁신이 발표되었을 때 사내 구성원뿐 아니라 외부에서조차 일정 부분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선언으로만 그친 발표 그리고 슬로건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5년 전인 2016년 3월, 스타트업 문화 혁신을 선언하며 직급, 호칭부터 수평적 문화를 조성,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직원들 사이의 호칭을 ‘님’ 호칭으로 통일하고 여름철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방안까지 발표해 신선한 이슈를 몰고 왔다. 삼성전자는 이를 두고 스타트업에 부합하는 문화 및 제도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스타트업에 부합하는 인사제도 혁신을 선언했지만 제대로 정착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름철 반바지를 입었다가 호된 경험을 당했다는 임직원 얘기가 올라오며 삼성전자의 문화 혁신이 구호에 그쳤다는 비난,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인사제도 혁신 선언도 슬로건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2016년 스타트업처럼 유연한 조직과 수평적 문화를 꿈꾸겠다는 선언은 2021년 실리콘밸리처럼 유연한 조직과 수평적 문화를 꿈꾸겠다는 선언으로 바뀌었다. 5년이 흘렀지만 바뀐 건, 삼성의 지향점이 스타트업에서 실리콘밸리로 변경되었다는 것뿐이다. 삼성의 구호는 비장했지만 실행은 늘 부족했다. 초일류에 부합하는 솔선수범이 삼성에겐 필요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이번 인사제도안을 챙긴 만큼 반드시 이를 실행, 내재화시키는 것이 삼성의 절박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5년이 지난 2026년에는 인사제도 혁신이 조직에 정착되어 수많은 성공사례가 조명되어야 초일류 기업으로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제도 혁신에 관한 문제, 그리고 해결방안은 모두 실행에 달려 있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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