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스마트시티 엑스포, 사람을 위한 기술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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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스마트시티 엑스포, 사람을 위한 기술의 중요성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1.11.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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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지난 11월 중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에 참여하고 왔다. 2011년부터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SCEWC(Smart City Expo World Congress)는 도시의 스마트화를 위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행사로 코로나19에 따라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던 2020년 행사 후 1년 만에 다시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됐다.

필자의 조직은 스마트시티 리서치를 본격적으로 진행한 2017년 이후 계속해서 이 행사를 참관해 왔는데, 마침 전세계적으로 위드코로나 분위기가 형성되며 올해 다시 한번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물론 코로나19의 여파는 여전했다. 오프라인 참여자의 수는 1만5000명 수준으로 2019년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중국과 한국, 중동 국가 등 스마트시티 사업에 큰 관심을 가진 국가들의 참여가 부진해 부스의 숫자도 크게 줄었다.

다만 온라인 참가자는 2만1000명에 달했고, 행사는 발표와 토론에 집중해 바뀐 상황에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350명에 달하는 관련 스피커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발표했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행사 진행 쪽에서 발표한 참여 국가 수도 120개국에 달했다. 대형 참여 기업이 줄긴 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가 일부 그 역할을 해 주었다.

사실 스마트시티 엑스포는 성격상 그 어떤 국제 행사보다 넓은 범위를 갖는 행사일 수 밖에 없다. 도시는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구성 요소를 포함하고,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업과 민간기업, 연구소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주체가 관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서도 많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했고, 에너지, 통신, 데이터 허브, 디지털 트윈 등을 담당하는 공공, 민간 인프라 기업과 IOT 기업들도 부스를 만들고 자신들을 홍보하는 모습이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KT가 관련 중소 기술기업 등의 참여를 지원하며 부스의 한 쪽을 차지하는 정도였지만, 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는 정부가 마련한 부스와 함께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부스가 독립적으로 만들어졌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페인관에서는 하루 종일 개별 이벤트가 진행됐고, 특히 노르딕 국가들은 연합해서 부스를 만들고 자신들의 도시 스마트화를 설명했다. 같은 시간에 중첩적으로 진행되는 행사가 많아 중요한 일정만을 소화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사진=스마트시티엑스포 홈페이지

핵심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구축

복잡한 행사 과정에서도 몇 가지 큰 흐름은 분명했다. 우리는 보통 스마트시티라고 할 때  IoT, 즉 기술적인 측면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인지 새로운 기술, 화려한 도시 생활이나 엔터테인먼트 등 말초적인 즐거움과 편리함에 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친환경과 스마트 거버넌스, 교육, 지식의 공유와 같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구축이 매우 중요한 축으로 다뤄졌다. 

기술 중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 즉 전기 자동차 및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이동 수단의 스마트화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가운데 디지털 트윈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강조 보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업의 협력이 더 중요하게 다뤄졌고, 디지털 트윈도 이를 구축하는 기술보다는 이러한 기술로 환경이나 교통체증을 다루는 방법 등이 주된 관심사였다.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나 인도, 남미 등 저개발 국가 도시들의 스마트화와 관련된 사례 발표가 많았다. 이전 행사들에서 이른바 그린필드 스마트시티, 즉 빈 땅 위에 새로운 미래 도시를 건설하는 기획들이 소개된 것과 달리 브라운필드 스마트시티, 즉 이미 조성되어 있는 도시 내의 사람들이 더욱 편리하고 깨끗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이 중요하게 다뤄졌다는 얘기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화산섬 라 팔마나 인도 남부 도시의 스마트화는 비록 근사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새로운 기술이 도시 거주자나 방문자에게 현재 상황보다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러한 점들에서 이번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는 끝없는 기술 발전 속에서도, 결국 기술이 지향하는 바는 ‘사람’이란 것을 분명하게 해 준 행사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를 위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만드는 거버넌스가 매우 중요하고, 이를 올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술발전이 지향해야 할 것은 결국 '사람'

우선 각 기업들과 시민 사회단체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끊임 없이 기술과 능력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술이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강력한 도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도시의 지도자나 행정 조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고 교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술 측면이 스마트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지식의 공유가 활발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와 기업들이 도시민들의 요구 상황과 기술적인 조언들을 활발하게 교환할 수 있는 플랫품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가 중요한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간에 규제 수준에 대한 논의를 통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감안할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하나의 도시를 개발하는 데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도시와 그 내부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기술과 거버넌스가 인접 도시나, 조금 더 먼 지역에도 전파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도시의 스마트화에 대한 관심은 십수년 전부터 크게 늘었다. 지금도 스마트시티라는 이름을 걸고 몇 도시가 건설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개별 도시의 스마트화가 아니라, 전 국민의 생활이 전반적으로 나아지는 것이란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 도시에서 만들어진 모델을 벤치마크로 삼아 다른 도시에 적용할 수 있도록 규격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민간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부분인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의 스마트화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도시 개발에 따른 수익 실현 후 많은 기업들은 지속적인 도시 운영에서 손을 떼고 또 다른 도시 개발에서의 기회를 찾아 나설 가능성이 크다. 초기에 시스템을 구축할 때 얻는 수익보다 지속적인 운영에서 나오는 수익이 작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를 처음 만들거나, 구 도시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첫 시점의 사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지속 가능한 운영이고, 이를 통한 추가적인 개선이다. 운영에 따른 비용이 적절하게 보상되고 적절한 이익이 발생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해 기업들의 참여가 중단되면 진정한 스마트시티로의 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초기에 스마트시티의 개념으로 개발되었던 도시가 시간에 걸쳐 기존의 도시와 별 차이가 없는 도시로 퇴행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물론 도시는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내는 비용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싼 이익을 얻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예를 들어 잘 구축된 도시에서 살고 싶어도, 한 달에 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면 그 도시에 살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될 텐데, 이는 우리가 원하는 스마트시티의 모습이 아니다.

즉, 적절한 비용, 부담이 가능한 비용, 가급적이면 더 싼 비용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인데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어렵다. 반대의 경우에는 시민들이 살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이러한 트레이드 오프 관계는 결국 정부와 지방차치단체와 기업의 협업,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스마트화는 그 자체가 기술 적용에 따른 비용 감축 효과를 내포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활용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적절한 기술이 적용될 경우 ▲정확한 데이터 분석에 따른 교통 체증 비용 감축 ▲물류 자동화의 진전에 따른 관련 비용 감축 ▲온라인화에 따른 이동 비용 감축 등 다양한 부문에서의 비용 감축이 가능하다. 또한 적절한 친환경 에너지 시설이 분산된 형태로 장착될 경우 도시 전체의 에너지 비용이 줄며 도시민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잘 설계되고, 사업 이익에 대해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한다면, 도시 거주민들이나 방문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크지 않은 가운데, 민간 기업들의 수익성도 만족시킬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진=스마트시티엑스포 홈페이지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를 생각해야

규제의 관점에서도 고려할 점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플랫폼 사업 모델 등이 소개될 때마다 기득권의 반대가 심했고, 이 때문에 사업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드는 경우들이 발견된 바 있다.

차량 공유가 대표적 예다. 이번 바르셀로나 방문에서 경험한 스페인의 차량 공유 시스템은 이동과 결제 등 모든 부문에서 일반 택시 이용의 편리함을 압도했다. 우리나라는 원격 의료와 관련해서도 주요국과 달리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은 스마트시티를 개발하는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밖에 없다. 만약 자율주행과 이를 기반으로 한 차량 공유, 원격 의료 및 교육, 스마트 물류 등 새로운 시스템이 기존 서비스업자들의 반대로 장착되지 못할 경우 이를 스마트시티로 부를 수 있을까?

물론 도시 스마트화의 목표는 시민 삶의 개선에 있기 때문에, 스마트화 자체가 많은 사람의 삶을 오히려 힘들게 만든다면 그 목표가 상당 부분 훼손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적용, 친환경화, 그리고 이를 통한 삶의 질 개선, 비용의 절감은 나라뿐 아니라 도시,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득권의 이익과 도시민 전체의 이익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해 나가야겠지만, 규제의 칼로 변화를 외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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