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조직이론 관점에서 본 대선캠프의 고질병
상태바
[권상집의 인사이트] 조직이론 관점에서 본 대선캠프의 고질병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11.29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네이버가 40대 초반 여성 임원을 새로운 CEO로 선임하며 젊고 탄력적인 문화 그리고 유연한 조직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때마침 LG, 롯데그룹도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 조직 혁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확실한 환경 그리고 급변하는 변화 속도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및 문화 체질 개선에 힘쓰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과거 중앙집권적인 조직구조에서 벗어나 유연한 조직구조로 전환하려는 건 시대적 흐름 때문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불안정한 환경, 정태적 변화 속도에서 동태적 변화 속도로 경쟁 환경이 전환되면서 과거의 대규모 조직운영으로는 성장은 커녕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벤처기업,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유연한 조직은 대세가 되고 있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매머드급 선대위 구성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정치권에서 강조하는 조직 구조의 키워드는 ‘세력 확장’에 있다.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이달 출범한 선거대책위원회 소위 대선 캠프의 핵심 키워드는 ‘매머드급’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매머드급이란 크기나 규모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매우 큰 규모와 등급을 의미한다. 즉, 대규모 조직을 가동하겠다는 뜻이다. 

선거 캠프와 기업 조직은 정치와 경제 영역이기에 완전히 다르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정치와 고객의 선택을 받는 기업 조직의 논리는 같다. 오히려 다수의 학술연구에서는 기업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정치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몸집을 키워 세를 불리는 조직은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선대위 이른바 대선 캠프를 재정비하면서 여야 모두 외연 확장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 외연 확장을 위해 선거를 치루는 조직을 방대하게 키우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대 조직보다 선거 캠프의 규모와 인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해서 선거 승리에 절대적이라는 정치, 행정, 조직 관련 연구는 아직까지 단 한 편도 없다.

지난 10년 간 국내 문화의 상징과도 같았던 공동체주의가 약화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고유의 특징인 획일적이고 동질적인 문화, 권위주의적인 행태에 대한 거부감이 일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대규모 조직에서 탈피하려는 이유도 젊은 인재들을 중심으로 이런 모습이 꼰대로 비춰지며 비난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중이 ▲관료제 ▲기계적 조직 운영 ▲상명하복의 문화 ▲묻지 마 이합집산에 대한 거부감을 날로 키우는데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대선에서는 상대보다 더 많은 세력 확보, 이념과 가치를 묻지 않는 인재 영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는 선거 승리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직이론 관점에서도 현재의 대선 캠프는 올드한 조직 운영에 불과하다.

공유가치와 신념을 토대로 의욕 있는 인재들이 모였는가

독일 출신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제안한 관료제는 조직이론의 한 획을 그었다. 베버는 조직 운영을 위해 카리스마적 권한을 조직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명확한 분업 및 명령 체계, 수직적 통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가 제안한 조직의 구성 요소와 운영 원리는 이후 수많은 기업과 선거 조직에 적용되었고 상당 기간 효율성을 창출했다.

그러나 대규모 조직을 토대로 한 분업과 명령 체계, 규모를 강조한 조직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다수의 이론적, 실증적 연구가 제시되었다. 그 이후 조직이론에서는 대규모 조직 운영보다 탄력적으로 변화관리를 창출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조직의 초점이 규모 확장에서 의욕과 가치로 변화된 것이다. 

조직사회학자 버나드는 인재를 무조건 영입하지 말고 리더가 제안한 가치와 신념에 그들이 동의하는지, 그리고 해당 조직을 위해 공헌할 의욕이 있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헌할 의욕이 있는 2명 이상의 인재만 모여도 이합집산으로 규모를 키운 거대 조직에 맞서 효과성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미국 MIT 대학의 피터 센게 교수 역시 조직을 구성할 때 규모에 집중하지 말고 구성원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는 비전(Shared Vision)을 토대로 열정적인 인재들이 모여 탄력적인 유연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혁신과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최근 조직이론에서는 묻지 마 영입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조직 운영을 경계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규모를 키우는 세 확산 중심의 조직은 다양한 최신 학술연구에서도 실제 효과를 거두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찾기 힘들다. 설사 성공하거나 승리한다고 해도 단기적 관점에서 일시적 효과를 거둘 뿐 장기적 관점에서는 공유가치와 신념의 불일치에서 오는 견해와 관점의 차이로 더 많은 갈등을 거두는 것이 사실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열린 한 언론사 포럼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묻지 마 영입이 아닌 묻고 따지면서 인재를 영입해야 

이런 상황에서 현재 대선 후보들이 구성하는 선대위는 과거 방식으로의 회귀에 불과하다. 국민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캠프에서 공유가치와 신념을 토대로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는지 유권자들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숟가락 얹는 인사들만 확보하는 묻지 마 영입이 아닌 의욕과 열정을 갖춘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대선 후보는 깊이 성찰해야 한다.

특정 인물을 영입한다고 해서 외연이 확장되는 것도 아니고 미래 가치가 창출되는 것도 아니다. 진보나 보수 정당에 몸을 담은 사람이 반대편 캠프로 이동한다고 해서 유권자의 마음까지 이동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의 의미는 알맞은 인재를 신중히 판단하고 선발하여 적합한 자리에 앉혀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점을 의미한다. 

묻지 마 영입을 통해 대규모 조직을 키우는 것이 아닌 가치와 신념에 대해 제대로 묻고 따지면서 그야말로 공헌할 의욕이 높은 구성원만 모인 유연한 캠프 조직 그리고 이를 슬기롭게 운영하는 리더를 국민들은 원한다. 

적어도 대한민국을 이끌 미래 리더는 그래야 한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