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탐구] 30년간 임금정체에 심각한 '엔저' 현상...일본 경제가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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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탐구] 30년간 임금정체에 심각한 '엔저' 현상...일본 경제가 심상찮다
  • 치바김 도쿄 통신원
  • 승인 2021.11.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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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8개월만 엔화 달러당 115엔으로 추락
내년 엔·달러 130엔 전망도 나와
日경제전문가, "달러 불안시 엔화 더이상 피난처로 작동안해"
물가바로미터 빅맥지수, 일본은 개도국 수준
치바김 도쿄 통신원
치바김 도쿄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치바김 도쿄통신원] 엔저현상이 심상찮다. 지난 10월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14엔을 돌파한 이래 지난 23일 엔화는 1달러당 115엔으로 하락, 2017년 3월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FRB(연방준비 제도 이사회)의 제롬 파월의장을 재임명했다. 이에 일본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와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 확대가 엔저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계속돼 금리 인상의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달러를 사는 쪽으로 기울어 엔저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시적 현상과는 별개로 일본경제의 쇠태와 함께 오랫동안 세계의 기축통화의 하나인 일본 엔이 드디어 그 자리에서 몰락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는 경제 전문가들도 많다.

일반적인 평가는 코로나 확산에 의한 데미지로부터 회복이 늦은데다 원유나 다른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겹쳐 엔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나 경제 전문가들은 그 보다도 일본의 뿌리깊은 경제적 병폐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일본의 국력의 약체화가 명확히 표면화한 결과, 지금의 엔저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기업의 경쟁력과 수익률의 쇠퇴는 장기간의 임금 정체를 진행시켰고 그 사이 일본은 다른 선진국에 뒤쳐져 지금은 개발 도상국으로 떨어지려고 하는 위기에 있다고 하는 극단적인 평가를 하는 경제 전문가도 있다. 

일본 방송들은 지난 23일 엔화가 1달러당 장 중 115엔까지 4년8개월만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일본 방송들은 지난 23일 엔화가 1달러당 장 중 115엔까지 4년8개월만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30년간 임금 정체...'엔저' 내년에도 이어질 듯 

일본내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튼튼하고 안정적일 때는 세계의 기축 통화로써 달러가 불안할 때 피난처로 엔을 사는 해외투자가가 많았지만, 현재 일본 경제가 쇠퇴하고 만성적인 디플레이션 지속되고 있어 일본의 엔은 이제 안전한 달러의 피신처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본 엔을 대신해 이제 달러의 안전한 피난처는 유로라는 것이다.

일본의 평균 임금은 지난 1991년 447만엔이었던 것이 2020년에는 433만엔으로 올라 가기는 커녕 오히려 줄어든 상태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주 기이한 현상이다. 같은 30년 동안 다른 OECD 국가의 평균임금을 보면, 크게 상승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평균임금은 과거 30년간 2.5배 상승해 엔화로 산정시 약 700만엔, 독일은 2배 상승해서 560만엔, 한국도 약 2배 상승해 일본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임금이 낮으면 물건을 살 여유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물가도 오르지 않는다. 결과로서 일본 국내 기업의 수익도 오르지 않고 임금 인상도 멈추어진 한마디로 디플레 스파이럴이라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세계 주요국 빅맥지수. 최하단에 일본이 위치해 있다. 사진=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처.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세계 주요국 빅맥지수. 최하단에 일본이 위치해 있다. 사진=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처. (단위: 달러)

빅맥 지수로 본 일본 물가는 개발도상국 수준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빅맥 지수는 일본의 물가 디플레이션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빅맥 지수는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맥도널드의 간판 상품인 빅맥의 가격을 비교해서 각국의 물가 수준를 비교한 것이다. 

올해 일본에서 빅맥은 390엔(환율:달러당 110엔적용), 미국645엔, 영국에서는 522엔, 스웨덴 681엔 각각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 도상국인 태국 429엔, 브라질 480엔 등으로 팔리고 있다. 물론 이 빅맥지수가 그 나라의 물가 수준과 경제 수준을 전적으로 설명해 줄 수는 없지만, 한 나라의 대표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면에서는 재미있는 경제지표다. 이 빅맥 지수로만 보면 일본은 태국이나 브라질에도 뒤져 개발 도상국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전반적인 물가가 싸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특히 공공 교통요금, 고속도로 요금, 인터넷 요금, 전기, 통신 등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인프라 요금은 상대적으로 비싸다. 

특히 고속도로 요금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비싸다. 도쿄에서 교토까지 약 450킬로에 1만300엔(약 11만원)정도이니 고속도로 요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지진에 대비해 건설비가 많이 들어간다고 비싸다고 설명하지만, 국민들이 선뜻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  

악성 인플레이션의 위협

일본이 과거 경제 대국으로 잘 나가고 있을 때는 ‘JAPAN AS NUMBER ONE’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는 하버드 대학의 E.F. 보겔교수의 저서명에서 유래한 말로 ‘일본을 배워라’ 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쇠락의 길로 들어선 일본에서 과거의 영광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없는 요인은 이미 한계까지 왔기 때문에 엔저 현상이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한 경제전문가는 엔화가 빠르면 연내 달러당 120엔 또는 125엔까지 떨어질 수 있고, 내년에는 달러 당 130-135엔까지 떨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전망도 내놨다.
엔저 현상이 계속 진행되면 해외에서 수입되는 밀가루나 육류, 생선 등의 수입 품목의 물가가 상승해, 일반서민의 가계 지출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 

엔저 현상에 의해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장기간 오르지 않았던 일본 물가도 조금씩 올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만 상승하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같은 전망으로 은행 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인 일본에서 돈의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해외에 눈을 돌려 투자를 해야 한다는 실용서적들과 전문가의 의견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치바 김 도쿄통신원은 은 중앙대를 졸업하고 20년간 무역업을 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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