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서울시 5년후 레벨4 자율주행 도전...독일 사례 살펴보니
상태바
[이슈분석] 서울시 5년후 레벨4 자율주행 도전...독일 사례 살펴보니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11.25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6년 서울 전역 레벨4 수준 자율주행차 운행
법과 제도 미비, 사고 발생 때 책임소재 불분명
吳 "기술 수준에 맞는 법과 제도 마련이 숙제"
서울시가 2026년까지 서울 전역에서 자율주행차 운행 방침을 밝힌 가운데 사고 발생 시 불분명한 책임소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026년 서울시 전역을 자율주행 차량이 누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자율주행 차량 사고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2026년까지 1487억원을 투자해 서울 전역에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는 '서울 자율주행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정부가 목표로하는 2027년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발맞춰 서울 전역 2차로 이상 도로의 교통 신호 정보를 자율주행차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다. 레벨4는 차량과 차량간(V2V), 차량과 인프라 간(V2I) 통신을 통해 주행하는 단계로 운전자가 특정 구간에서 운전에 개입할 필요가 없는 수준을 말한다. 

자율주행차 체험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손을 흔들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4월, 청계천 누비는 자율주행 버스 

자율주행 첫 시범지구로 지정된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서는 이달 말부터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부를 수 있는 수요응답형 자율차 6대가 운행을 시작한다.

해당 차량들은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과 아파트 단지, 오피스 지역, 공원을 연결하는 노선을 달리며 무료 운행 후 내년 1월 중 유료로 전환한다. 서울시는 상암 일대에서만 2026년까지 50대 이상의 자율차를 운영할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강남 일대가 자율차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되며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 10대 이상을 선보인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해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는 방식이다. 앞서 서울시는 자율차 시범운행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강남 일대 129개소의 교통신호정보를 디지털화해 자율주행차에 전달하는 '자율주행 지원인프라'(C-ITS)를 구축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5년 간 강남 내부를 순환하는 자율주행 버스와 로보택시를 100대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청계천에서 국내 기술로 제작된 도심순환형 자율주행 버스가 운행을 시작한다. 운행구간은 청계천광장부터 청계5가까지 4.8km다. 아울러 서울시는 심야 장거리 운행 노선 도입을 시작으로 자율주행 버스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정착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2023년 홍대∼신촌∼종각∼흥인지문 9.7㎞ 노선이 신설되며, 2024년 도심과 부도심을 연결하는 여의도∼도심∼도봉(24.6㎞), 수색∼도심∼상봉(23.8㎞), 구파발∼도심∼강남(24.6㎞) 노선이 추가된다.

2024년에는 순찰·청소 등 도시관리 공공서비스 분야에 자율주행 기술을 우선 도입하고, 2025년에는 자율제설차 실증(본격 도입 전 현장에 시범 투입하는 것)을 시작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의 핵심 인프라인 정밀 도로지도 제작에 나서 2024년 4차로 이상 도로, 2026년 2차로 이상 도로 정보를 구축할 예정이다. 도로위험 자동 감지 플랫폼도 구축해 자율차가 인지하기 어려운 전방 도로위험 상황을 실시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2018년 당시 자율주행 테스트 중 보행자를 치여 사망하게 한 우버 테크놀러지의 차량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소속 인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ㅣ로이터=연합뉴스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은

성큼 다가온 자율차 시대를 맞아 고민할 문제는 사고 발생시 책임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지난해 4월 개정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발생 때 우선 기존의 운행자 책임을 유지하되, 자율주행자동차의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의 경우 보험회사 등이 피해자에게 보험금 등을 지급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에게 그 금액을 구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차 제작사 등에게 자율주행정보기록장치의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자동차사고위원회를 두어 자율주행차 사고원인 규명 및 정보 제공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자율주행 기능의 결함이 인정된 경우 제조사 등(완성차 업체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사,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보 관리자 등)이 최종적인 민사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문제는 현행 제도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레벨 4, 5 단계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 될 경우 기존 운행자 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규정은 실효성을 잃게 된다.

특히 형사 책임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이 미비하다. 현재로서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두고 법원의 개별적 판단을 따를 수 밖에 없다. 법망 미비로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8년 미국 애리조나 템피에서는 4단계 완전 자율주행 시험 중이던 우버 테크놀로지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자율주행시스템으로 주행했으나 운전석에는 시스템 감시자가 탑승한 상태였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운전석에 앉아 있던 탑승자가 주행 중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보는 등 주의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운전자의 직무 태만으로 결론 냈다. 

오세훈 시장은 자율주행을 위해 기술 수준에 맞춰 법과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자율차 부문 안전 문제는 과학기술 발전 정도와 비례하며 자율주행의 첫 단계는 센서"라면서 "아직 센서 기술이 완벽하지 않아 안전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센서 문제가 해결되면 윤리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면서 "사회적 공감대와 함께 법과 제도의 완비가 있어야 안전문제를 비롯한 본격적인 자율주행 상용화 준비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기까지 4~5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따져 묻는 과정이 까다로워 법적 기반을 고민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7월 자율주행 레벨 4 관련 법안을 시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생면 존중' 독일의 레벨4 법안 통과

자율주행 관련 법망 정비에서 앞서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지난 2월10일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4단계를 위한 법적 토대가 된 정부안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일반 교통 도로의 특정 지역에서 레벨 4 자율주행 차량을 정기 운행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정부안은 7월 말 시행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자율주행차 사고와 관련한 책임 및 윤리 문제다. 

가령 자율주행차 주행 중 사고가 발생했다. 좌측 편에 남성 3명이, 우측엔 어린 아이 한 명이 걸어가고 있다. 3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희생하는 편을 선택하는 게 옳을까. 

개정법은 이런 윤리 문제를 다룬 사고 시 회피 행동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인명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위험이 생긴 경우 개인적인 특징에 기초해 더욱 높은 단계의 중과실을 범하지 않는다’와 ‘(자율주행차가)도로교통법을 위반하는 것만으로 주행 계속이 가능하다면 자동차는 스스로 위험을 최소한으로 억제한 상태로 한다’ 등으로 규정했다. 다시 말해 사고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도에 침입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보행자의 인종이나 연령 등에 의해 충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설계는 금지했다. 

사고 후 책임 소재도 다뤘다. 개정안에 대해 독일 보험 협회 대변인은 “차를 운전하다 사람이 다치거나 물건이 훼손된 경우에는 자동차 소유자의 배상 책임보험이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교통사고 피해자가 누가, 정확히 무엇이 사고를 일으켰는지 법정에서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이번 법률안이 자율주행에 대한 기존의 입증된 '자율주행차 윤리지침'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윤리지침'은 2017년 6월 독일 자동·연결주행 윤리위원회가 발표한 자율주행차 윤리지침으로 레벨 4와 5 단계의 자율주행차를 위해 필수적인 20개 윤리지침을 담고 있다.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는 어떤 경우에도 기물이나 동물에 앞서 사람의 부상이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으로 인명 최우선 원칙을 채택했다. 

독일의 정부안은 공공 도로 교통에서 무인 차량을 정기적으로 운행할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 영역에서도 자율주행차를 적용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